in ,

두 얼굴의 디지털

AMR DP777

DP 777 top angle

최근 여러 전원 관련 액세서리와 케이블, DAC와 헤드폰앰프로 각광받고 있는 메이커 중 iFi라는 메이커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 아이디어가 워낙 재밌고 독창적이어서 몇 개 사용해본 적이 있다. 게다가 의외로 iFi가 멀티탭이 상당히 좋아 하나를 붙박이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또한 그들의 전원 관련 기술이 적용된 제품. 위상이 맞지 않으면 불빛이 이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iFi의 거의 모든 기술은 알고 보면 AMR, 즉 ‘Abbingdon Music Research’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메이커는 2001년 설립된 회사로 빈센트 루크 그리고 토르센 로셰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회사. 하지만 현재는 iFi라는 자매 브랜드를 만들어 현대 트렌드에 좀 더 접근한 중, 저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Zen 시리즈가 특히 유명하며 이 외에 개인적으론 포노앰프가 관심이 많이 간다.

DP 777 top open front

아무튼 AMR의 DP777이라는 제품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우연치 않게 구입하게 되었다. 신제품은 아니지만 PCM 24/192까지 지원하고 USB 및 AES/EBU, BNC, 동축, 옵티컬 등 별로 부족할 것이 없다. 게다가 따로 써도 좋을만한 훌륭한 볼륨이 내장되어 있는 것도 내겐 매력적이었다.

가장 핵심은 아무래도 DAC 파트인데 흥미로운 건 두 개의 DAC 섹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는 16비트 멀티비트 클래식 DAC이며 또 하나는 32비트 HD DAC다. 과연 왜 이렇게 두 개의 DAC 보드를 구성해놓을 것일까? AMR에선 “모든 사람에게 맞는 소리는 없다”는 사실 그리고 녹음된 마스터의 재생 품질은 본래의 비트/샘플링레이트를 끝까지 보존하고 유지해야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DP 777 board

이를 위해 16비트, 즉 CD 수준의 해상도 음원엔 필립스의 UDA1305AT 멀티비트 DAC 칩셋을 사용하며 24비트 고해상도 음원은 울프슨의 32비트 DAC 칩셋을 사용해 각각 처리하고 있다. 필터 또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해상도에 최적화된 별도의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16비트 클래식 DAC 쪽에선 Bit-Perfect I, II 필터를, 24비트 HD DAC 쪽엔 Organic, MP Listen, Apodising 필터 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비트-퍼펙트 II와 Organic 필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필립스 UDA1305AT는 AMR 제품 외엔 다른 시디피에서 발견하기 힘든 칩셋이다. 이는 기존 필립스의 TDA1541A를 대체하려고 했던 칩셋이라는 소문이 있다. 또한 6moons의 AMR 관련 리뷰를 보니 그 설계에 있어 저렴한 TDA 계열 칩셋보다 TDA1541A와 유사하며 성능도 더 우수하다고 한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두 얼굴의 디지털 사운드를 하나에 담은 모습. 덕분에 음원에 따라 골라 듣는 맛이 좋다.

AMRPCB9

이 외에도 DP777엔 무척 흥미로운 기술로 가득해서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클럭 시스템 같은 경우에도 GMT/IMS, 즉 ‘Global Master Timing/Intelligent Memory System’이라는 클록 시스템을 개발해 클럭 오차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GMT클록은 입력 신호의 샘플링레이트를 최소 0.001Hz 단계로 계산해 수초 안에 동기화시킨다. 또한 이를 끄거나 켤 수 있게 해놓았는데 리모컨에서 ‘Zero Jitter’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되며 음원을 재생하면 몇 초간 깜빡이며 안정화된 후엔 깜빡임이 멈춘다. GMT 기술은 iFi Pro iDSD에도 적용되었는데 알고 보면 이미 AMR에서 DP777에서 이미 구현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멀티비트 DAC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데 AMR은 필립스 멀티비트 칩셋을 DP777 및 시디피에 이 당시부터 사용하고 있었다. 델타 시그마 칩셋에서 구현할 수 없는 음질적 장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제품이 개발된 시점이 10년 정도 전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곤 하지만 이 당시 이미 거의 모든 기술이 정점에 올라있었고 어쩌면 멀티비트 DAC의 유행을 예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당시 출시가는 5천 달러. 출시 후 바로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 A 클래스에 랭크되기도 한 건 우연은 아닌 듯하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steinway sons model a thumb

스타인웨이 링돌프

DP 777 thumb

디지털에서 마주친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