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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서 마주친 아날로그

AMR DP777

DP 777 thumb

AMR의 DP777은 iFi 이전에 AMR이 자사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단 하나의 DAC이자 플래그십 DAC이다. 흥미로운 것은 DAC 섹션만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일단 SPDIF입력단에 NOS(New Old Stock) 6N11 구관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AMR에선 VDi, 즉 ‘Valve Digital Input’ 기술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세계 최초라고 한다. 이는 군용 레이더 기술에서 파생된 제로 피드백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6N11을 활용해서 깨끗한 파형을 재구축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아직 테스트해보지 못했는데 시디피와 연결해 테스트해볼 생각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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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출력단 설계인데 이곳에서도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다. AMR은 이를 OptiValve®라고 표기하고 있다. NOS 그레이드 6H1n-EV 진공관을 사용해 루프 피드백이 없는 아날로그 출력단을 설계해놓았다. 총 두 개의 진공관을 사용하며 절반은 증폭, 나머지는 버퍼에 사용되고 있다. 출력단을 솔리드 스테이트가 아니라 진공관을 사용하는 이유는 디지털에서 조금이라도 경직된 맛을 없애고 마치 엘피 같은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DP777의 큰 매력 중 하나라면 볼륨 컨트롤 부분이다. 이른바 Direct-Coupled, Buffered AVC 시스템으로 부르는데 71단계 범위에 걸쳐 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볼륨의 조절도 무척 부드럽고 꽤 세밀하게 조정되는 모습. 볼륨 스텝은 1dB 간격으로 실제 파워앰프와 직결해서 사용 중이다. 아무래도 파워 직결시 DP777의 사운드 특질이 전체적으로 지배하는데 출력단의 진공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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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DP777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특주 방식으로 제작해 사용한 고급 소자들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회로에 별도의 특주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커패시터 같은 경우 고가의 독일 문드로프 커패시터를 사용했다. 이 또한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특주 형태로 제작한 필름, 포일 커패시터들이다. 내부를 보면 마치 설계자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주는 DAC를 만들어 주변 지인들과 사용할 의도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정성스럽게 설계했고 고급 부품을 아낌없이 투입한 모습이다.

DP777은 현재 SE 버전까지 출시되어 있는데 오리지널 버전만 해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최근 이 DAC로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 무척 개성 넘치는 회로 디자인과 독자적인 기술 그리고 질 좋은 부품 등으로 만들어낸 아날로직 사운드엔 매력이 철철 넘친다. 하지만 좀 듣다보니 좀이 쑤신다. 진공관이 눈에 들어온 것. 구리 박막으로 씌워놓는 등 세심한 배려가 넘치는데 일부러 벗겨내고 소켓도 닦아보았지만 교체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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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관에 사용된 6H1n-EV는 사실 많은 진공관에 사용하는 건 아니어서 낯설었는데 6N1P와 동일한 것이다. 해외 유저들 사이엔 6DJ8로 대체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버글보이 등 유명 브랜드에서 출시했던 6DJ8 명관들이 즐비하기 때문. 하지만 AMR(iFi) 측에 문의해본 결과 6DJ8보단 6H1n-EV와 동일한 형번의 NOS 구관을 사용하길 권했다. 최근 이베이에서 해외 딜러에게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도착하면 교체해서 테스트해봐야겠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질적인 측면의 매력 때문이다. 우선 요즘 일부 DAC들과 달리 선이 약간 굵은 편이다. 더불어 촉촉한 윤기가 줄줄 흐르는 음결을 가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 섹션과 아날로그 섹션 두 부분 모두의 영향이라고 보는 게 맞다. 특히 문드로프 커패시터와 쌍삼극관으로 버무린 출력단은 온기가 가득한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사운드에서 온기가 가득하다니 표현 자체가 모순 같지만 실제 그렇다. 더불어 중역대의 진한 음결 덕분에 과거 1960년대 전후 재즈나 록 음악도 맛깔나게 재생해준다. 요컨대 디지털에서 마주친 아날로그다. 최근에 생산 중인 DAC 중에 이와 유사한 사운드는 램피제이터나 토탈덱 등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제품들 뿐이다. 향후 진공관 교체 후의 음질 변화도 기대된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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