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항과 저항, 뭔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편하고 화나는 일들 투성이인 그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미 사춘기를 지난 사람이 아직도 사춘기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건 어떤 의지가 느껴진다. 진짜로 사춘기이고 싶을까? 뭔가 시위에 나가서 커다란 구호 속에서 세상에 맞서 저항하는 투사이고 싶은 마음이 ‘사춘기’라는 말로 표현된 것일지도. 그래도 그런 말 한마디, 자기 암시로서 실존의 공허를 벗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강산에의 ‘나의 사춘기’ 앨범 수록곡들은 패기 넘치는 앨범 제목과 달리 위로와 연가, 분단 등 다양한 주제의 노랫말로 가득하다. 그저 곱게만 자라온 사람들이 아니라 힘겹게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선’, ‘더 이상 더는’, ‘아웃사이더’ 등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또는 젊은 날의 고민과 사랑, 좀 더 거시적인 시점에서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그저 뭔가 특이한, 삐딱해 보이는 가수의 이미지는 2집에서 그것이 순간적인 치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1990년대 중반으로 치닫는 시절 진지하면서도 아름답고 위로와 화해를 이야기한 가사는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드디어 치렁치렁한 머리에 촌스러워 보였던 포크 록 가수는 2집을 통해 메인스트리밍 음악 무대에 연착륙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음악은 록이라 했던가? 다시 발매된 엘피의 표지를 보고 있으니 록이 맞는 것 같다. 지난 1집에 이어 이번에도 ‘넌 할 수 있어’ 등 익숙한 곡들이 가득하다.
커팅은 이번에도 토르센 셰프너에게 맡긴 모습이다. 독일 오빙 지역에 위치한 오가닉 뮤직 스튜디오서 작업했는데 독특한 디자인의 디스크 레이스를 만들어 커팅에 사용한다고 한다. 고정식 커터헤드를 사용하고 노이만, 스컬리 등 다양한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가닉 뮤직의 커팅 룸 기기 목록을 보니 노이만 VMS 66/70, 스컬리 등 커팅 레이스 외에 오토폰의 커팅 관련 앰프와 커터헤드, 텔레풍켄 테잎 머쉰, 바이스 ADC 등이 보인다. 이 외에 KBS 정일서 피디의 해설지와 다양한 사진을 담은 별도의 가사지도 재발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