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앤드루(톰 행크스)는 갓 승진한 변호사다. 전도유망한 그의 일상에 거대한 장막이 드리워진다. 동성애자인 그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직장에 알리지 않는다. 호모포비아로 가득찬 로펌의 분위기를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터진 서류분실 사건으로 권고사직을 당하는 앤드루. 사건의 내막은 그의 신체변화를 눈치 챈 로펌에서 계획적으로 사건을 조작한 것이었다. 영화 ‘필라델피아’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1993년에 영화제작이 들어간다.
수혈이나 섹스가 아니면 전염이 불가능한 에이즈 환자 앤드루는 사사건건 차별의 벽에 부딪힌다. 그런 백인 앤드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유색인종이 등장한다. 흑인 손해배상 전문변호사인 조(덴젤 워싱턴) 역시 호모포비아였지만 도서관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환자 앤드루를 보면서 유색인종인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결국 앤드루는 재판 중에 쓰러져 연인 미구엘(안토니오 반데라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다.
코믹배우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20키로를 감량한 톰 행크스는 이 작품으로 제6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인권문제가 끊이지 않는 미국사회의 초상을 보여준 ((필라델피아))는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올렸으나 동성애를 혐오하는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연기와 줄거리 모두가 탁월한 ((필라델피아))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바로 영화음악이다. 원곡에 필적할만한 리메이크곡 ‘Have You Ever Seen The Rain?’과 ‘I Don’t Wanna Talk About It’은 OST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Streets Of Philadelphia’와 이별 곡으로 등장하는 닐 영(Neil Young)의 ‘Philadelphia’는 상처와 화해에 관한 슬픈 변주곡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앤드루와 그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 조르다노(Giordano)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ma Morta)’다. 세상의 모든 불행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톰 행크스의 연기는 이 곡을 열창하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영혼과 조우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눈부신 아우라로 남는다.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움켜쥐려는 제작진의 갈망을 충족시켜준 ((필라델피아)). 이 작품은 편견과 차별의 상처를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는 충격을, 다른 이에게는 화해의 손길을 건내준 수작이다. 이 영화는 실재 에이즈환자가 출연하여 완성도를 높여준다. 톰 행크스의 변호사로 시작하지만 그의 인생동반자로 발전하는 덴젤 워싱턴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제 가을이다. 계절의 변화로 외로움이 스며든다면 ((필라델피아))를 만나보자. 그대의 오랜 상처가 화해의 기억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