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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프로이드가 완성한 영화음악

문화중독자의 플레이리스트 37부

Pink Floyd Obscured by Clouds Photo

1972년 발표작 ‘Obscured By Clouds’는 그룹 핑크 프로이드의 앨범 ‘More’에 이은 두 번째 OST 앨범에 해당한다. 영화 ‘More’의 감독이었던 바벳 슈로더는 핑크 프로이드 멤버에게 차기 영화의 OST 제작을 의뢰한다. 멤버들은 단 2주 만에 영화음악을 완성해낸다. 데이비드 길모어는 짧은 기간 동안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팀 워크에 대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인터뷰를 남긴다.

1972 valley Barbet Schroeder

핑크 프로이드의 앨범 타이틀은 프랑스어 영화 원 제목인 라 발레(La Vallée)를 영어로 번안한 ‘Obscured By Clouds’로 정해진다. 이들은 OST 녹음을 위해 파리 외곽에 위치한 샤토 에루빌의 스트로베리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단 2주 만에 10곡을 완성한 후 닉 메이슨은 음악을 녹음하는 시간과 완성도는 결코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그의 발언은 멤버 모두가 ‘Obscured By Clouds’의 준비 과정에 충실했다는 의미였다.

한편 바벳 슈로더 감독 역시 영화음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희귀종인 새의 깃털을 구하려고 파푸아뉴기니로 떠나는 비비안이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이곳에서 올리버를 만나 신비에 싸인 계곡으로 떠난다는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비비안 역을 담당했던 배우는 바벳 슈로더 감독의 부인이다. 아쉽게도 영화의 완성도는 OST와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감독은 전작 ‘More’에서 보여준 노스탤지어에 대한 열망을 변함없이 드러낸다. 작품에서 파푸아뉴기니의 토착민과 마주친 남녀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물질문명의 허망함을 깨우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영상을 통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향을 원하는 현대인의 방황에서 그쳐버리는 내용으로 인해 졸작이라는 비판에 휩싸인다.

obscured by clouds

‘Obscured By Clouds’는 ‘More’와는 비슷한 영화 주제를 공유하지만 사운드에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비트가 강해진 ‘Obscured By Clouds’에 비해 ‘More’는 프로그레시브 락에 충실한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앨범이다. 1970년대 말의 자유정신을 그려낸 작품이 ‘More’라면 스페이스 록 밴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결과물이 ‘Obscured By Clouds’가 아닐까 싶다.

핑플 사진

‘Obscured By Clouds’에 대해 당시 영국 음악평론지에서는 “어둡고 불길한 태양계 저편을 뚫고 영적인 햇살 같은 신시사이저가 청자의 머리를 강타한다.”라고 표현한다. 제작 과정에서 리처드 라이트는 VCS3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는데 그는 이 신형 악기로 ‘Dark Side Of The Moon’ 연주를 담당한다. ‘Obscured By Clouds’는 처음으로 미국 앨범 차트 50위권에 들어가는 앨범이다. 앨범 커버는 힙노시스에서 담당했는데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나뭇가지에 달린 열매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 나오는 흐릿한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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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 봉호

대중문화 강의와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 석박사 과정을 수학했습니다. 저서로는 '음악을 읽다'를 포함 10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과 관련한 글을 집중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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