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마니아라면 평소에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일단 담배. 담배를 피우면 평소엔 알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처분하려고 오디오를 정리하다 보면 냄새가 꽤 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 동물은 더 큰 문제다. 털이 날리면서 오디오의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두 날라 들어간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오디오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앰프의 날카로운 방열판도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커다랗고 날카로운 방열판에 뜨거운 열의 클래스 A 앰프나 진공관 앰프는 연약한 피부의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계절에 따라서 대비해야 할 일들도 몇 가지 있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 등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때 귀찮을 일들이 생기곤 한다. 여름은 일단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다. 온도가 높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습도가 높은 것은 오디오에 꽤 치명적일 수 있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오디오 시스템 주변이나 엘피 등 랙 주변에 혹시 곰팡이가 끼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나의 경우 리스닝 룸에 설치한 에어컨의 배수 파이프가 망가져 물이 새는 걸 발견한 적이 있다. 시스템에 피해는 없었지만 오디오가 문제가 아니라 화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겨울철엔 아무래도 험과의 전쟁이 가장 짜증난다. 여름에 에어컨도 문제지만 여름엔 전기장판 같은 것들도 험의 원인이 된다. 될 수 있으면 전원을 완전히 분리해서 전기 공사를 하면 좋겠지만 어쨌든 전기장판 사용은 앰프 험의 주범 중 하나다. 험 난다고 수십 KG 짜리 앰프를 끙끙대며 수리점에 들고 갔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무안해한 경우도 있다. 앰프는 잘못이 없다. 물론 내부에 DC 입력에 대해 대비를 해놓은 앰프들도 있긴 하지만…
겨울에 귀신처럼 나타나는 또 하나의 망령은 다름 아닌 정전기다. 스웨터를 입고 있으면 온갖 머리카락과 먼지가 들러붙는데 오디오 마니아는 기기 또는 엘피에서 기분 나쁜 정전기에 괴로워한다. 특히 엘피 만질 때 정전기는 욕이 나올 정도다. 이 때 정전기를 가장 쉽게 없애주는 것 중 여러 가지를 써봤지만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은 ZEROSTAT 3다. 이온을 방사시켜 정전기를 제거해주는 기기인데 총을 쏘듯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놓으면 정전기가 놀랄 만큼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몸에 대고 쏘거나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으로 빼앗기면 곤란하다. 총처럼 생겨서 아이들 눈엔 안그래도 오인하기 쉬운데 인체엔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최소 5만 번 이상 쏠 수 있고 별도의 충전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실속 있는 제품이고 그 성능도 꽤 좋은 액세서리다. 최근 어김없이 날씨가 추워지니 정전기가 또 기승이다. ZEROSTAT 3의 방아쇠를 당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