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처럼 오디오쇼가 열렸고 국내 여러 제작사 및 디스트리뷰터가 참가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거의 해제된 상황이라서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참가하는 풍경이 색다르게 느껴질 정도.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완전히 잠식된 상황은 아니고 최근 들어 되레 확진자가 증가 추세라서 마스크를 쓰고 참관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연 및 강연을 진행해야하는 경우 마스크를 쓰고는 숨을 쉬기 힘들었다.
지난 번 두 번에 걸쳐 내가 진행했던 부스는 B&W와 클라세 부스였는데 이번엔 파인오디오 부스를 맡았다. 파인오디오는 알다시피 1세기를 버텨온 영국의 노장 브랜드 탄노이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이탈해 설립한 브랜드. 탄노이가 오랜 시간동안 지켜온 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자 반기를 들고 아예 분가를 해버린 모양이다. 탄노이를 베링거 등 프로 오디오 유통 업체인 필리핀 마닐라의 ‘뮤직 그룹’이 인수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다.
파인오디오는 최근 빈티지 시리즈까지 런칭하면서 탄노이 프레스티지 및 레거시 라인업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파인오디오 설립자인 폴 밀스 박사가 1980년대부터 탄노이를 만든 사람이니 파인오디오가 탄노이 같은 상황이긴 하다. 어쨌든 이번에 내가 맡은 부스는 파인오디오 플래그십 F1-12S와 심오디오 기기들로 세팅했다. 같은 수입사라서 함께 매칭한 것인데 사실 조금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좋은 매칭을 이룰지 예상이 잘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들을만한 소리를 내주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특히 860a V2 파워앰프를 모노 브릿지로 엮어서 채널당 750와트! 저역 부밍도 거의 없어 열악한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선 꽤 선전했다고 본다. 이 외에 프리앰프는 850P, 스트리밍 소스 머쉰은 680D V2를 활용했다. 한 때 심오디오는 정말 많이 리뷰했고 실제 구입해서 사용도 했는데 Mind 리모트 앱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져 시연 내내 수월하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물론 제품 가격도 그만큼 많이 올랐다. 이전에 사용할 때 그 가능성을 엿보긴 했지만 이젠 쉽게 넘보기 힘든 가격대에 포지셔닝하고 있다. 자신들의 능력을 이젠 아는 듯…
이 외에 다른 부스도 잠깐 잠깐 둘러보았다. 하루에 강연 및 시연 두 번씩, 3일간 여섯 번에 걸쳐 진행하고 중간에도 계속 음악을 선곡, 재생해주어야하다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았던 게 아쉽다. 인상 깊게 들은 것은 역시 락포트. 집에서도 락포트 Atria를 쓰고 있는데 이번엔 한 단계 상위 모델 Avior가 세팅되어 있어 잠시 들었다. 국내에선 저평가되어 있는 스피커지만 누구나 들어보면 수긍할만한 퍼포먼스를 내주는 스피커다. 여러 유수의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치고 내가 락포트를 선택한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외에 MBL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위 모델을 소개하긴 했지만 음향적으로 유튜브에서 표현하는 데엔 한계가 너무 큰 스피커였다. 아마도 이번에 처음 MBL 스피커를 들어보신 분들은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 등 세팅 때문에 쉽게 구입까지 가긴 힘든 스피커긴 하지만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사운드는 분명하다. 더불어 사이먼 오디오랩의 부스는 작지만 옹골찬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꼭 값비싼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다시 증명해주었다. 사실 전시된 올인원 Simon은 내가 경험해본 앰프와 비교해보자면 소스기기 뺀 앰프 부문만 해도 천만원은 받아도 되는 제품이다.
이 외에 여러 브랜드가 출품했는데 일일이 감상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 동호인 시절엔 참 열심히 듣고 다녔는데…그래도 리뷰어 활동하면서 견문을 넓히면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좋다. 집에 와서 락포트 Atria와 추가로 구입한 리바이벌 오디오의 Atalante 3 스피커를 보고 있자니 이 가격대에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