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엔지니어의 꿈
아날로그 시대 응용수학자 클로드 섀년은 수학 이론 관련 논문을 통해 샘플링 레이트와 디지털 오디오의 수학적 기초를 발표했고 세간에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하지만 이후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까진 꽤 시간이 필요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논문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클로드 섀넌의 논문은 꽤 구체적이었고 이를 이어받아 현실화시킨 것은 다름 아닌 해리 나이키스트 박사였다. 아날로그 음파의 소리 크기를 다이내믹레인지로 그리고 주파수 대역을 샘플링 레이트로 환산해 양자화 시킨 것. 이 이론에 근거해 16비트, 44.1kHz라를 양자화가 가능해졌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이 규격을 통해 CD라는 매체에 담아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양자화 규격에 만들어내는 16비트 음원의 각양각색의 단점은 진정한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다. 오버샘플링을 시도하고 다양한 FPGA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극단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디지털 사운드는 요원해보인다. 태생적인 부분을 완벽히 해소한다는 것 자체가 형용 모순이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몇몇 빼어난 엔지니어들이 이상을 향해 끝없이 시시포스의 돌을 굴려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디지털 포맷의 제정 및 규격화에 대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멀리 올라가면 아마도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립스와 소니가 기술제휴를 통해 CD라는 저장 매체를 개발했으며 시디 플레이어가 첫 선을 보였던 때다. 아날로그 시대를 이어 디지털 세대에서도 규격, 프로토콜의 제정 및 하드웨어 제작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 필립스 기술진의 역할은 지대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필립스 디지털 관련 연구 센터가 존립했더라면 디지털 역사를 또 다르게 진화했을 지도 모르겠다.
음악 레이블 및 하드웨어 엔지니어 이르기까지 네덜란드는 많은 인재를 낳았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음반 부문 얘기도 할 말은 많지만 하드웨어 부문에 한정에서 우리가 최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브루노 푸제이다. 필립스에 입사해 UcD를 개발했고 이후 하이펙스에 입사에 현재도 가장 애용되고 있는 Ncore를 개발한 사람이 그다. 현재 브루노 푸제이라는 이름의 커리어 중 최근 일이라면 누가 뭐래도 퓨리파이의 아이겐탁트 클래스 D 증폭 모듈이다. NAD의 M33 등에 채용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브루노 푸제이와 퓨리파이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엘코 그림 그리고 네덜란드의 가장 존경받는 엔지니어 중 한 명인 페터 판 빌렌스바르와 함께 설립한 그림오디오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후 몰라 몰라 오디오를 거쳐 Kii 오디오 개발에 CTO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브루노 푸제이의 철새 같은 모습에서 한편으로 자신의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천재 엔지니어의 모습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 오디오의 핵심은 여전히 엘코 그림으로서 그는 교수면서 EBU, AES 위원회 위원이자 프로 오디오만 만들었던 그의 최고작은 역시 LS1 이라는 전대미문의 액티브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와 오디오 마니아들, 컨슈머 제작자들의 반대편에서 프로 엔지니어들은 조금 다른 시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문가용 네트워크 플레이어 MU1
최근 그림오디오는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프로 오디오 장비를 만들어내던 그림오디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원본 소스 및 포스트 프로덕션 이후 음원을 가장 정직하고 완벽하게 재생해줄 수 있는 소스 기기를 그들은 시장에서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직접 만들 계획으로 오랜 시간 연구 끝에 발표했다. 바로 MU1이라는 제품이다. 그 촉발 점은 룬과의 만남이었다. 2016년 뮌헨 오디오 쇼에서 룬랩스와 조우한 이후 MU1에 대한 개발이 가속화되었고 그들만의 디지털 처리 프로세싱을 개발해냈다. 그들은 이를 ‘Pure Nyquist’ 필터라고 부른다.
그림오디오 MU1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일종의 DD 컨버터로 작동하는 제품이다. 그리고 ROON에 최적화되어 있어 ROON 사용자들의 귀추를 주목시킬만한 제품이다. ROON 코어 및 브릿지로 작동 가능하고 내부에 옵션으로 1테라에서 8테라의 SSD를 내장할 수 있다. 더불어 자사의 독자적인 FPGA를 장착해 고정밀 리클럭커로부터 클럭을 받아 작동한다. 내부 클락 정밀도는 0.6 ps RMS (>10Hz) 이하로 발표되어 있는데 상당히 정밀한 클럭 정밀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업샘플러 그리고 디지털 볼륨 컨트롤러가 장착되어 있다.내부엔 인텔 i3 CPU를 사용했고 리눅스 기반 운영 체제로 작동한다. 4GB DDR4 RAM을 사용하고 있는 등 일종의 음악 재생 전용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업샘플링은 AES/EBU 출력 및 LS1 전용 컨트롤 출력에서만 가능하다. 더불어 DSD64, DSD128, DSD256 같은 포맷은 PCM 24/176.4 해상도로 컨버전 및 다운 샘플링되어 출력되며 DXD는 192kHz로 출력된다. 볼륨 같은 경우 0dB에서 –63dB까지 1dB 스텝으로 정밀하게 움직여 액티브 스피커와 직결이 용이한 편이다. 한편 레이턴시는 48kHz에서 11ms 정도로 훌륭해 보인다.
입력단을 살펴보면 AES3 입력 및 S/PDIF 그리고 옵티컬 광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고 이외에 USB 메모리 재생이 가능한 USB(A) 입력 그리고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한 이더넷 입력단도 모두 마련해놓고 있다. 출려 같은 경우엔 총 4계통인데 AES/ 출력이 두 조며 S/PDIF 동축 출력이 한 개 마련되어 있다. 또 하나는 LS1 컨트롤 출력으로 이는 오직 그림오디오 액티브 스피커와 호환되는 것이다. 후면 전원 인렛도 보이며 전원 스위치는 인렛 위에 아주 조그만 버튼으로 마련해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셋업
MU1을 박스에서 꺼내면 상판에 둥그런 모양의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통해 볼륨 조정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 가능하다. 한편 전면 디스플레이어엔 재생 중인 아티스트의 곡명 등이 넓은 디스플레이로 표기된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무척 세련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세팅 및 작동에 어려움이 없다. 이 기기는 ROON 사용자에겐 최적화된 기능을 보인다. 만일 PC 또는 여타 ROON 대응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MU1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MU1은 룬 코어 및 엔드포인트로 활용 가능한데 이번 테스트에선 스트리밍 플레이어로 사용했다. 룬 코어는 평소 사용하는 웨이버사 Wcore를 사용했고 평소 함께 사용하던 Wstreamer를 빼고 그 자리에 MU1을 작창했다. 이 외에 MSB Analog DAC를 소스기기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내부 옵션 프리앰프를 활용했다. 파워앰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 SPM 1400E 모노블럭을 사용했고 스피커는 락포트 Atria를 사용해 여러 음악을 들어보았다.
청음
일단 MU1에 대한 첫 인상은 매우 맑고 그 어떤 잡티도 음악의 표면을 잠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자주 듣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Caruso’를 들어보면 배경이 칠흙처럼 조용하며 반대로 음악의 SN비는 최대치로 올라간다.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어떤 가감도 없이 원음 그대로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는 모습. 어떤 대역 일부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아 마치 스튜디오에서 믹스다운이 끝난 음원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보량 또한 상당히 높아 악기의 아주 작은 기척도 모두 느낄 수 있게 된다. 해상력을 청감상 표현으로 옮긴다면 아주 작은 소리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해주는 것인데 음원에 담긴 녹음 정보가 낱낱이 모두 드러난다. 예를 들어 올라퍼 아르날즈와 앨리스 사라 오트가 함께 한 쇼팽 ‘녹턴 C#m’ 같은 경우 녹음 당시 주변 앰비언스 그리고 숨소리까지 모두 그대로 토해내는 수준이다. 한편 소리 표면은 단단하면서 소리의 음각, 양각이 세밀하게 구분되어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도 높은 편이다.
이런 다이내믹스 표현 능력은 대편성 녹음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ROON 기준 무려 19 정도의 다이내믹레인지를 보이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에서 약음으로 시작해 커졌단 작아졌단 반복되는 악곡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놀라게 된다. 처음엔 볼륨이 작다고 생각해 볼륨을 올렸다가 하이라이트 부분에 너무 큰 볼륨에 놀라 리모컨을 집어 들어 줄이기 십상이다. 그만큼 다이내믹스 표현에 있어서 그 어떤 축소도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마도 고정밀 클럭에 의한 효과는 피로감이 없다는 것과 연관될 것 같다. 커다란 소리와 약음이 교차하면서 커다란 다이내믹스를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표현해낸다. 그렇지만 피로감이 적어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도 귀가 괴롭지 않다. 예를 들어 칸예 웨스트의 ‘Runaway’ 같은 곡에서 적막과 같은 배경 위에 영롱하고 지향점이 분명한 건반으로 시작해 이후 커다란 농구공 같은 저역과 랩이 시작된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시스템에선 매우 산만하고 불편한 소리 때문에 오래 듣지 못하는데 매우 넓은 대역과 급격한 저역 하강에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게 끝까지 듣게 된다.
뭐랄까. MU1은 시간축 오차라는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에서 악기들의 초반 어택에서 디케이 그리고 서스테인을 지나 릴리즈 되는 순간까지 어떤 오류로 발견할 수 없다. 매우 깔끔하게 어택을 지나 매우 개운하게 릴리즈되어 순간 순간 소리 사이의 공간도 더 크게 보일 정도다. 예를 들어 사운드를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코넬리우스의 ‘Fit song’을 들어보면 급격한 어택에서 짧고 강력한 펀치력에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중간 중간 숨을 쉴 수 있는 간극이 있어 짜릿하지만 자연스로운 몰입감을 끝까지 유지해준다.
총평
그림오디오는 여러 해외 지면에서 접하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다. 이후 사운드트리 스튜디오에서 실제 LS1 액티브 스피커를 듣게 되었고 그 퍼포먼스에 놀란 바 있다. 더불어 이전에 필자가 리뷰를 진행한 바 있는 CC1 V2 같은 클럭에서도 그림오디오의 설계 능력에 탄성을 지를 바 있다. 그리고 결국 네트워크 플레이어 MU1까지 테스트를 마쳤다. 아직 DLNA/UPnP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인데 앞으로 대응해주길 바래본다.
ROON을 사용하는 유저에게 이 기기는 단순히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의 성능만으로도 제 값을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ROON 브리지면서 코어로서 사용 가능하고 뛰어난 DD 컨버터를 내장하고 있다. USB 출력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미 초정밀 클럭을 적용한 만큼 굳이 USB 출력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대단히 뛰어난 음질적 결과물은 나의 시스템에의 적용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ROON 코어 및 브리지로서 대안이 많지 않은 현재 ROON 사용자에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General:
• Max. ambient temperature for operation: 50 °C.
• Fuse (worldwide): 630 mA fast blow.
• Weight: 4.5 kg.
• Dimensions: width x depth x height: 355 x 295 x 100mm
• Package dimensions: 536 x 392 x 219 mm.
Clock specifications:
• Internal intrinsic clock jitter <0.6 ps RMS (> 10 Hz).
• Can slave to 44.1 kHz and 48 kHz based digital sources at 1FS, 2FS and 4FS +/- 50 ppm.
• The output will mute for 80 ms when changing clock base rates.
Sample rate conversion with fpga processor:
• Upsampling of 1FS and 2FS files, streams and digital sources to 4FS or 2FS with “Pure Nyquist” decimation filter.
• Downsampling of DSD64, DSD128, DSD256 and DXD files and streams to 4FS or 2FS with “Pure Nyquist” decimation filter.
• Optional FPGA volume control on Digital 1 and 2 outputs: from 0 dB to -63 dB in 1 dB steps.
• Latency from digital in to digital out: 11 ms at 48kHz.
Power supply:
• Mains voltage range: 90 – 240 V AC +/- 10% (50 and 60 Hz).
• Power factor: > 0.98.
• Power consumption: Normal use 17 W, maximum 50 W.
Internal computer properties:
• Intel i3 CPU, > 2.4 GHz.
• 2 cores, 4 threads, with Hyper-threading.
• 4GB DDR4-2133 RAM 2400 MHz.
• 1000 Mb/s Ethernet.
• 2x USB 3.0 port.
• Internal SSD for OS.
• Optional internal SSD for music data storage.
Display specifications:
• Full colour TFT LCD.
• 3.5 inch diagonal.
• 480 x 320 pixels
제조사 : 그림오디오(네덜란드)
공식 수입원 : 사운드트리
판매처 : https://cafe.naver.com/tree4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