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을 기념하며
1972년 영국 캠브리지에서 설립된 모니터 오디오는 작년 50주년을 맞이했다. 이 긴 시간 동안 모니터오디오는 항상 가격 대비 뛰어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써왔다. 1980년대엔 골드 돔 트위터에 세라믹을 도포한 금속 미드 베이스 우퍼를 적용해 스피커를 만들면서 서서히 그 이름을 알려갔다. 아마도 자신들의 정체성이 확립된 건 1990년대일 것이다. C-CAM, 풀어서 ‘세라믹 코팅, 알루미늄 마그네슘’ 소재의 미드 베이스 우퍼를 개발해 여러 모델을 선보였다.
실버, 브론즈 그리고 플래티넘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온 모니터오디오의 사운드 핵심이라면 아마도 상쾌한 중, 고역에 단단하고 날렵한 중, 저역일 것이다. 이름부터 모니터오디오지만 사실 평탄한 주파수 반응보다는 독보적인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 우퍼에서 표현되는 단단하고 상쾌하며 때론 달콤한 중, 고역이 귀를 열게 했다. 그렇게 그들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영국을 대표하는 스피커 전문 메이커로 도약했다.
진화의 시발점이 된 것은 아마도 트위터, 정확히는 MPD와 더불어 RDT라고 불리는 미드 베이스 우퍼의 3세대 개발 및 플래티넘 시리즈의 개선이었을 것이다. 모두 3세대로 진화시킨 이 유닛을 탑재해 내놓은 플래티넘 시리즈는 사실 라인업 개혁의 서막이었다. 작년 뮌헨 오디오 박람회에서 모니터 오디오는 마치 컨셉 카를 선보이는 듯 컨셉 50(Concept 50)이라는 스피커를 출품했다. 기상천외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메이커야 많이 보아왔지만, 모니터 오디오에서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의 스피커를 내놨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잠잠하던 사이 새로운 스피커를 다시 출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이름은 하이픈(Hyphn)이라고 명명되었다. 하이픈이란 무엇인가? 잘 알고 있듯 낱말과 낱말을 합치거나 음절과 음절을 나누는 등 문장에서 다양하게 사용하는 일종의 문장 부호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스피커의 정체는 바로 작년에 선보인 컨셉 50의 사용 모델에 다름아니었다. 과연 두 개의 모델명까지 붙여가면서 모니터 오디오에서 출시한 1억원대 스피커라면 벼르고 벼른 뜻이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스피커는 모니터 오디오 설립 50주년, 즉 반세기를 기념하고 있었다.
디자인 속 숨겨놓은 비기들
일단, 이 스피커는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박스형 스피커 또는 일부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독특한 디자인도 하이픈 앞에선 머쓱해질 듯하다. 게다가 모니터 오디오가 반세기 동안 내놓았던 그 어떤 스피커 디자인과도 전혀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없다. 이것은 모니터 오디오 역사상 가장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기록될 듯하다. 전체적인 골격은 좌/우에 기둥을 세워놓고 그사이에 마치 브리지처럼 드라이브 유닛을 장착해놓은 구조다. 과연 왜 이런 구조와 디자인이 필요했던 것일까?
디자인은 디자인일 뿐 사실 이런 형태로 귀결된 이유가 있었다. 일단 중앙에 위치한 유닛을 살펴보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이 하나의 축 선상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트위터는 MPD III 트위터로서 일종의 AMT 타입이다. 오스카 헤일 박사사 창안해낸 유닛의 일종으로 곤충의 날갯짓을 관찰하다 발견한 현상을 고역을 재생하는 트위터에 응용한 것이다. 마치 아코디언을 접었다 폈다 하는 듯한 동작을 통해 고역을 내뿜는 원리다. 이를 모니터 오디오에서 독창적으로 개선해 만든 MPD 유닛의 3세대는 무려 60kHz 초고역까지 뻗는다.
미드 베이스 유닛의 경우도 역시 모니터 오디오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RDT III를 사용했다. 유닛의 진동판은 벌집 구조의 노맥스 소재 코어를 중심으로 카본을 두 겹으로 겹친 후 다른 한쪽으로 초박막 C-CAM, 즉 세라믹 코팅,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입힌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진화시킨 RDT의 3세대 버전이다. 이번 버전으로 300Hz 이상 주파수 대역에서 약 8dB 이상의 왜곡을 감소시킬 수 있었으며 모니터 오디오의 말에 의하면 그들 역사상 가장 낮은 왜곡을 실현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MPD III 트위터는 한 개를 사용한 반면 RDT III는 트위터를 주변으로 무려 여섯 개를 도열시킨 모습이다. 왜 이런 배열 방식을 택한 것일까? 이를 모니터 오디오에선 간단히 M 어레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동축의 응용이다. 대체로 미드레인지 진동판을 사용하되 중앙에 트위터를 배치하는 것이 전통적이 동축 유닛의 구조지만 이를 따로 개발하지 않고 마치 동축 같은 정교한 위상 특성을 얻기 위해 고안한 배치 방식이 M 어레이다. 별도로 분리된 유닛이지만 동축 유닛과 유사한 배치를 통해 일종의 가상 동축을 실현한 것. 모니터 오디오로서는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설계로 보인다.
그럼 나머지 저역을 재생하는 유닛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부분에서 모니터 오디오 하이픈이 왜 이런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실해진다. 저역을 트위터/미드 베이스 유닛 양쪽 기둥 안에 배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우퍼는 양쪽에 위치시켰고 한쪽 기둥에 두 개씩이므로 한 채널에 총 네 개의 유닛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유닛들의 작동 방식이다. 두 개의 우퍼를 서로 마주 보도록 설계해 서로 방사하는 에너지를 의도적으로 부딪치게 만들고 이로써 진동을 상쇄시키는 이득을 얻었다. 저역은 무려 18Hz, 즉 초저역까지 하강시키되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진동은 최소화시키는 비범함이 숨어 있었다.
이 외에도 하이픈은 모니터 오디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허락했다. 예를 들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다. 대체로 하나의 PCB 보드에서 모든 회로를 구성하고 인클로저 바닥 또는 후방 벽에 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니터 오디오는 고역과 중역 저역을 모두 별도의 PCB에 설계해놓았다. 일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설계로서 이런 각 주파수 대역 신호의 간섭 그리고 물리적, 기계적 진동 간섭 등을 모두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모니터 오디오는 그들 입장에서 초유의 하이엔드 스피커를 만들겠다는 의지 아래 인클로저 구조는 물론 그 소재도 새롭게 도입했다. 이는 영상으로 볼 때 마치 석고 같은 느낌인데 그보다 훨씬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선과 헤어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로 보인다. 일종의 아크릴 석재라고 하는 소재인데 강도 및 무게 여러 부분에서 진동 감쇄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참고로 베이스 우퍼 주변의 경우 외벽을 12mm에서 24mm에 이르는 두께 강화를 통해 진동 감쇄에 세심하게 주위를 기울였다.
청음
시청엔 소스 기기로 린 클라이맥스 DSM을 사용해 음원을 스트리밍했고 앰프는 분리형을 세팅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탈리아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오디아 플라이트의 레퍼런스 프리, 파워앰프다. 시청은 서초동 에이브플라자의 전용 리스링 룸에서 진행했다. 충분히 큰 공간이어서 하이픈의 성능을 십분 느껴볼 수 있었다.
하이픈을 처음 들어보면 그 인크로저 구조 및 디자인에서 기존 모니터 오디오 사운드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한 듯한 특성들이 포착된다. 우선 정밀한 음상이 떠오르며 전 대역이 평탄해 대역 밸런스 면에서 레퍼런스 급으로 올라선 모습이다. 예를 들어 마리안 힐의 ‘Down’ 같은 곡을 들어보면 동축 유닛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말끔하고 선명한 포커싱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중, 고역의 스피드 오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피아노, 보컬 모두 이물감 없이 말쑥하게 뻗어 나간다.
사실 피아노 같은 악기나 보컬 녹음을 들어보면 사운드의 특질의 많은 부분들이 설명된다. 음정의 정확도 대역 밸런스 그리고 횡축 반응의 균질성, 다이내믹스 등등이 그렇다. 이 스피커는 악기 소리의 순도가 매우 높으며 SN비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예를 들어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Etudes’를 들어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어택이 이뤄지면서 짧은 디케이, 서스테인을 지나 번개처럼 사라진다. 어떤 인공적인 조형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트랜스페어런시가 돋보이는 소리로 아마 기존 모니터 오디오 사운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저역으로 내려가면 마치 석고상의 표면 촉감을 연상시키는 듯 매끄럽고 단단한 텍스처가 손으로 느껴질 듯하다. 예를 들어 뮤지카 누다의 ‘Come together’를 들어보면 더블 베이스가 단단하면서 그 골격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낮은 대역까지 끈질기게 깊게 끌어내려가면서 주춤하는 법이 없다. 기존 모니터오디오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이는데 텐션이 아주 높으며 당시 시청 환경에 의한 부밍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포스 캔슬링 방식 우퍼 설계로 인해 탄력적이고 깊으면서도 탁한 진동이 효율적으로 제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모니터 오디오는 하이픈의 공칭 임피던스를 4옴, 감도는 86dB로 발표했다. 이 때문에 앰프 매칭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오디아 플라이트 앰프와 매칭에선 저역 딜레이나 부스트가 전혀 없었다. 예를 들어 아바도와 베를린 필이 함께한 베르티의 ‘Requiem’ 중 ‘Dies irae’를 들어보면 섬뜩할 정도로 빠른 어택과 펀치력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합창 파트에서 성부들의 분리도도 정상급으로 표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대 피크 SPL이 129dB로서 하이픈의 용적을 훨씬 뛰어넘어 훨씬 큰 공간에서도 큰 볼륨으로 공간을 풍부하게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총평
하이픈이 문장 부호로서 뜻하는 의미가 낱말과 낱말을 잇는 기호면서 또 다른 뜻도 있다. 다름 아닌 건축 양식 중 하나로서 커다란 건물과 건물을 잇는 요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야 왜 모니터 오디오가 그들로서는 실험이자 커다란 모험과 같은 이 스피커의 이름을 하이픈으로 지었는지 알 것 같다. 요컨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니터 오디오를 잇는 가교 역할로서 이 스피커를 개발한 것 아닐까? 현재까지 그들이 축적해 온 기술과 사운드를 투입하되 혁신적인 기술과 소재 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바로 이 하이픈에 담겼다. 테스트 결과 하이픈의 퍼포먼스는 그들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었다. 하이픈의 모니터 오디오는 물론 하이엔드 스피커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Sensitivity (2.83Vrms @ 1m) : 86 dB
Recommended Amplifier Power (RMS into 4 Ohm, Music Signal) : 200 – 1,600W
Continuous Power Handling (RMS into Nominal Impedance, Pink Noise with 6dB Crest Factor) : 800 W
Nominal Impedance : 4 Ohm
Minimum Impedance (20 Hz to 20 kHz) : 3.5 Ohm @ 2.2 kHz
Drive Unit Complement
4 x 8″ RDT III Bass Driver
6 x 2″ RDT III Midrange Driver
1 x MPD III Tweeter
Frequency Response (In-room, -6dB) : 18 Hz – 60 kHz
Maximum Peak SPL (single speaker @1m Z-Weighted) : 129 dB
System Format : 3-Way
Bass Alignment : Bass Reflex
Port Tuning Frequency : 25 Hz
Crossover Frequencies : 350 Hz, 3.7 kHz
External Dimensions (Inc. plinth) (H x W x D)
1392 x 502 x 520 mm (54 13/16 x 19 3/4 x 20 1/2″)
Weight (Inc. plinth, ex. packaging)
106.9 kg (235 lbs 10.7 oz)
제조사 : 모니터 오디오(UK)
공식 수입원 : 제이원 코리아
공식 소비자 가격 : 150,0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