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영상을 통해 많은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면 소통하곤 한다. 시대가 바뀌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사실 글보다 상당히 많은 노동이 소요되지만 재미 있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과연 영상 컨텐츠가 텍스트보다 더 나은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쉽게 이해되고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영상도 결국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다. 텍스트로 작성된 자료를 찾고 읽고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스크립트를 쓴 후에야 영상을 제작한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내가 일하는 공간, 즉 책상 위가 무척 소중하다. 책상 위를 지키고 있는 건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널부러져 있는 음반들과 볼펜, 노트 등이다. 그리고 오디오도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다. 그 중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스피커가 하나 있다. Q 어쿠스틱스라는 스피커로 아마도 15년 정도 된 듯하다. 별 생각 없이 앙증맞고 예뻐서 데려왔는데 중역이 도톰하고 음색이 편안하다. 이게 Q 어쿠스틱스와 첫 만남이었다. 해상도가 아주 높진 않지만 되레 글을 쓰면서 BGM으로 즐기기엔 이 정도가 적당했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다.
지난 5월 말,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던 때 새로운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일단 책상부터 마련했다. 집에서 사용하던 책상보다 좀 더 널찍한 책상을 후배에게 구입했고 모니터와 컴퓨터 등을 마련해 설치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을 작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상했다. 마침 거짓말처럼 Q 어쿠스틱스 공동구매를 진행하게 되었고 아무 고민 없이 다시 Q 어쿠스틱스 3010i를 구입해 설치했다. 이것이 두 번째 만남. 스피커 하단에 울림이 걱정되어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스피커 받침도 구입해 셋업하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컴포넌트는 오직 하나 오라노트 프리미어 버전 올인원 앰프다. 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시청실의 기함급 시스템을 세팅하면서도 여전히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시스템이다.
Q 어쿠스틱스의 신제품 5000 시리즈가 런칭된다는 소문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한 건 여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아직 출시되기 전이었지만 3000 시리즈에 비해 더 좋겠지만 그만큼 가격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들의 레퍼런스인 컨셉 500 시리즈의 트리클 다운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Q 어쿠스틱스는 그리 비싼 가격으로 책정하지 않았다. 꽤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최근 이 스피커들 중 5020이라는 북셀프 스피커를 테스트해볼 기회가 생겼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세 번째 만남이라니. 과연 어떤 모습을 새단장을 하고 나왔을지 궁금했다. 일단 사진상으로 보는 것보다 더 예쁘다. 목재를 둥글게 가공해서 전체 인크로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색상을 화이트, 블랙, 오크, 로즈우드 등 네 가지 색상인데 이번테 테스트 용도로 대여 받은 제품은 오트 색상으로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다. 우선 북셀프 타입이니 스탠드 위에 올렸다. 역시 항상 믿고 쓰는 붙박이 마이너 팩토리 스탠드를 소환해 북셀프를 올렸다. 앙증맞게 똬리를 틀고 올라 앉은 모습부터 옹골찬 느낌이다.
간단히 이 스피커에 대해 말하자면 2웨이 저음 반사형 북셀프 타입 스피커다. 트위터는 소프트 돔 트위터로 30kHz 초고역까지 재생 가능하다. 이 정도 가격대 치곤 꽤 높은 편이다. 한편 저음 반사형 타입이지만 트위터 쪽은 캐비닛 후방을 밀폐시켰다. 미드 베이스 우퍼의 후방 에너지가 서로 섞이는 걸 애초에 막아버리려는 설계로 보인다. 이런 설계는 가끔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본 적이 있는데 부가적인 후면 디자인이나 기구 설계 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영민한 설계다.
한편 미드 베이스 우퍼는 5인치로 Q 어쿠스틱스에 의하면 구경 대비 꽤 큰 마그넷과 보이스코일을 적용해 동급 대비 파워 핸들링 능력은 50% 이상 향상시켰다고 한다. 당연히 저역 다이내믹스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진동판의 경우 중앙에 일종의 더스트캡이나 페이즈 플러그 같은 것이 없이 C3 컨티뉴어스 커브드 진동판을 개발해 적용했다. 상당히 광범위한 연구 결과라고 하는데 주파수 응답 특성은 물론 고조파 왜곡을 최소화하고 분산 특성을 대폭 항샹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인클로저 내부는 Q 어쿠스틱스 스피커의 전매특허 P2P™ 브레이싱 설계를 적용했다. 특히 전면 소재가 눈에 띈다. 이전 3천 시리즈와 겉으로 보기에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으로 아크릴를 붙이고 유닛 주변엔 수지 계열 소재를 붙인 모습. 모두 유닛을 전면 배플로부터 물리적 진동으로부터 이격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하위 모델에 비해 드라이브 유닛도 높은 등급을 개발, 적용했고 특히 인클로저 소재, 설계에 있어 많은 향상을 이룬 모습이다.
이 스피커의 공칭 임피던스는 6옴에 최소 3.3옴까지 하강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리고 감도는 87.9dB. 이 정도 스펙이면 일단 요즘 일반적인 이 사이즈 북셀프로서 평균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사운드를 들어보면 제어가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소릿결에 온기가 녹아 있어 절대 차갑지 않고 따스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스피커는 이전 3천 시리즈의 그것과 꽤 다른 텍스처 표현을 보인다. 요컨대 더 촘촘한 입자가 돋보이면 이런 부분 덕분에 더 고밀도의 표면 질감을 선보인다.
매칭한 앰프는 평소 시청실에서 사용하는 Wslim Pro를 사용했는데 사실 윌슨 Sasha나 락포트 Atria 같은 스피커에 매칭해 듣곤 하는 앰프다. 더 높은 가격대 분리형 앰프 뺨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고 편의성까지 겸비해 자주 듣는다. 사실 잠심 ROON 세팅에서 Wslim Pro를 선택하지 않고 락포트로 듣다가 5020로 교체하니 해상력 차이는 있다. 그러나 고가의 베릴륨 트위터와 비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해상력과 질감 표현을 들려주었다. 특히 에드 시런, 마이클 잭슨 등 팝 음악에서 5020은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Q 어쿠스틱스와 세 번째 만남에서도 역시 그 야무진 성능과 함께 듣고 있으면 명랑하고 인간적인 울림이 나도 몰래 미소 짓게 만든다. 특히 이번 5000 시리즈에선 상위 컨셉 500 시리즈의 DNA를 대폭 물려받아 한층 성숙한 사운드 스펙트럼을 선보여주었다. 세상엔 좋은 스피커는 많지만 이 정도 가격대에 이런 성능과 매력을 함께 갖춘 스피커는 보기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