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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 않는 북셀프 명기

엘락 BS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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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락의 이정표

약 3년 전 즈음으로 기억한다. 엘락의 BS312에 약간의 튜닝을 더해 내놓은 BS312쥬빌리라는 모델을 리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 모델은 꽤 오래 전부터 엘락에서 단종시키지 않고 유지해온 오리지널 엘락의 심볼 같은 모델이다. 지금이야 상당히 많은 신모델, 라인업이 나왔지만, 웬일인지 BS312는 단종되기는커녕 쥬빌리라는 이름을 달고 기념 모델까지 나온 것이다. 다시 들어봐도 BS312의 그 하늘거리는 고역과 미세한 분진이 느껴지는 고운 소릿결은 여전했다. 가지고 싶었다.

엘락의 최근 몇 년간 행보는 그 전과 꽤 다르다. 미라코드 시리즈를 부활시켜 새로운 턴테이블 라인업을 완성하기도 했다. 또한 엘락 아메리카를 설립해 다양한 모델을 완성해냈다. 수장은 앤드류 존스. 케프에서부터 파이오니아의 하이엔드 브랜드 TAD 등에서 활약했던 스피커 설계 전문가다. 작년에 리뷰했었던 핑크팀의 대표 칼 하인츠 핑크처럼 이런저런 브랜드에 많이 손을 댄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스피커 제작을 시작하는 Mo-Fi의 손길에 이끌려 엘락을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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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련의 모습들은 엘락이 세계 시장에서 더 넓은 대중들과 호흡하는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독일 엘락의 라인업도 상당 부분 새로워졌고 일부 혁신적인 설계 아이디어도 엿보인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오리지널에 대한 애정을 놓기 힘들 때가 있다. 디지털 기기야 최신이 여러모로 강점이 많지만, 스피커나 턴테이블 등 아날로그 기술 기반 기기들은 종종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 세대 모델이 더 고평가를 받기도 한다. 마치 여전히 구형 탄노이나 구형 스펜더의 소리와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계속해서 과거의 명기들을 재발매하는 게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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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락 BS312는 마치 이처럼 그들의 역사에서 이정표 같은 명기로 기억된다. 바로 그 BS312를 리뷰하려 다시 들어보았다. 최근 워낙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를 많이 듣다 보니 이 정도 가격대의 북셀프 경험이 많진 않았는데 첫 음이 터지자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도 몇 번 들어봤지만 수년 전이었고 그 당시 이 분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베릴륨, 다이아몬드 등 역대급 트위터들이 더욱 진화했고 내부 설계, 소재 분야에서도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BS312는 그 모든 게 무의미해질 정도로 내겐 여전히 세련된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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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엘락 사운드

이번 테스트엔 MSB Analog 외에 패스랩스 XA60.5 파워앰프 그리고 웨이버사 Wslim Pro 등을 사용해 테스트해보았다. 레퍼런스 스피커로는 윌슨 Sasha 외에 락포트 Atria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모델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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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아스크빅의 ‘Liberty’를 재생하자마자 여지없이 스피커는 사라지고 음악만 덩그러니 허전했던 청음실 공간을 채운다. 보컬 음상은 핀포인트로 정확히 맺히는데 마치 카메라에서 조리값은 매우 낮게 낮춘 듯한 심도 표현이 이뤄진다. 그리고 포커싱은 일체의 흔들림이 없다. 보컬, 피아노의 위치는 물론 후방의 미세한 악기 기척도 모두 손에 잡힐 듯 정위감이 좋다. 확실히 북셀프의 빠른 반응 속도와 홀로그래픽 음장의 강정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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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입자는 대단히 곱게 공간에 하늘하늘 피어오른다. 마크 오 코너스 핫 스윙 트리오의 ‘Honeysuckle rose’ 같은 곡을 들어보면 바이올린 소리가 마치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며 사뿐히 춤을 추는 듯하다. 표면에 오일을 바른 듯 매끄럽고 동시 부드럽다. 하지만 표면 텍스처를 뭉개지 않아 본래 악기의 표면 텍스처는 선연하게 살아 있다. 부드럽게 질주하는 편안함 속에 섬세한 악기 분리도까지, 정말 고급스러운면서 정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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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하베스, 스펜더, ATC 등 일군의 전통적인 영국 스피커들의 소리와 정 반대편에 있는 소리로 하이엔드 사운드 지향이다. 소리 두께는 약간 얇은 편에 속하지만 흥미롭게도 너무 얕고 엷게 흩날리진 않아 다행이다. 예를 들어 코넬리우스의 ‘Fit song’ 같은 곡을 들어보면 드럼은 타겟을 향해 정확히 꽂히는 총알처럼 빠르며 그 깊이도 이 모델의 용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곡을 재생하면 마치 SF 영화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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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카마추의 피아노 그리고 제프 티지크가 지휘하는 로체스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피아노가 화살처럼 공간을 헤치고 날아와 하늘하늘 공간을 휘젓는 듯하다. 미세 약음 구분이 매우 섬세해 마치 현장의 그것처럼 싱싱한데 거친 부분을 가가듬어 예쁘게 가공한 듯한 미음을 보여준다. 특히 무대는 좌우로 상당히 넓게 펼쳐져 웬만한 거실도 채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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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취향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이 가격대 또는 좀 더 높은 가격대의 스피커와 비교해도 될만한 스피커다. 이 가격대에선 거의 단점을 찾기 민망한 수준이다. 여타 스피커에 비해 용적 한계로 저역 양감 부족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공간의 크기 그리고 매칭에 관한 이야기다. 디테일이 스케일이라는 말처럼 엄청난 고해상도와 고운 입자,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등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소소한 단점마저 덮어버렸다. 만일 5백만원의 예산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다면 우선 이 스피커를 구입하라. 그리고 나머지 예산으로 어떻게 이 스피커와 매칭할지 고민해라. 취향에 부합한다면 엘락 BS312는 횡재에 가깝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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