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만이 룬(ROON)을 인수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뭔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룬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오랜 시간 동안 룬을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 룬을 이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을 듯하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진입 통로가 되는 것 이전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원 정리에 있어 룬은 정말 스마트하다. 게다가 리모트 앱의 편의성은 그 어떤 제품의 자체 제작 앱보다 뛰어나다. 오렌더 같은 제품의 앱도 상대가 되지 않고 블루OS 같은 경우가 좋긴 하지만 내장 음원 정리 및 PC에서의 세팅 환경까지 생각하면 역시 내겐 룬이다. 물론 그만큼 비용이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 때문에 자체 앱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리뷰하거나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하더라도 조작은 룬으로 한다. 그런데 최근 룬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제품을 발견했다. 바로 에버솔로라는 브랜드의 DMP-A6라는 모델이다. 이 제품의 OS는 안드로이드다. 자체 오디오 엔진인 EOS를 만들어 안드로이드 OS의 오디오 시그널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원본 그대로 출력해준다. PC에서 Wasapi, Asio 같은 드라이버를 다운받아 깔고 재생하던 걸 생각하면 그와 비슷한 작동 방식이다.
특히 리모트 앱이 정말 편리한데 기기 세팅에서부터 각 스트리밍 서비스 진입 등 매우 편리하고 작동 안정성도 매우 높다. 타이달, 코부즈, 스포티파이 등은 물론이고 타이달 커넥트 외에 애플뮤직 등 지원하지 않는 서비스가 없을 정도로 대단히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직접 사용해보면 메뉴 구성이나 기능 등이 매우 잘 되어 있어 조작 편의성이 상당히 훌륭하다. 한편 애플뮤직의 경우 애플 디바이스와 유선 연결이 아니면 무손실 재생이 되지 않아 애를 태웠는데 DMP-A6의 경우 이것이 가능해졌다. 조만간 테스트해보면서 타이달과 비교해볼 예정이다.
이 외에도 DMP-A6엔 방대한 기능들이 조목조목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유저 인터페이스 또한 직관적이어서 사용상 헷갈리는 구석이 별로 없다. 에어플레이는 물론이고 블루투스의 경우도 aptX HD까지 지원하며 코덱 중 소니 LDAC도 지원한다. 애플뮤직의 무손실에 이어 LDAC 지원도 하이파이 쪽에선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한편 일반 PCM 신호는 물론이고 DSD도 최대 DSD512까지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SACD를 리핑하면 얻을 수 있는 원본 이미지 ISO 파일도 분할할 필요없이 바로 재생 가능한 점도 놀랍다. 심지어 2채널뿐만 아니라 멀티채널 재생까지 가능하다니. 이를 위해 HDMI 출력을 마련해놓고 있다.
문제는 음질인데 이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더 좋은 기기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이 예산에 일체형 혹은 네트워크 렌더러+DAC 조합으로도 이런 소리를 내긴 힘들 듯. 솔직히 좀 더 높은 가격대와 경쟁할만하다. 나도 결국 구입하고 말았다. 풀 알루미늄 섀시에 멋진 커버플로우 그리고 VU 미터까지 시각적인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어 한동안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나의 시스템에 눌러 앉힐 생각이다. 아직 초반이라 여러 기능들을 세밀하게 테스트해보진 못했는데 앞으로 상당히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