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오디오쇼가 두 번 열린다. 12월과 3월. 이번에도 예년과 같이 오디오 쇼에 다녀왔다. 다녀왔다기보단 이젠 진행 쪽에 더 가까워졌다. 해마다 두 번 모두 시연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본 등 해외에선 여러 평론가, 전문가들이 있고 오디오 쇼에서 많은 사람이 진행을 맡아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음악을 들려주곤 한다. 처음 마주하는 제품에 대해 아무 정보 없이 짧은 시간 동안 듣고 특징을 파악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나름 준비해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음악을 통해 음질적 특징을 설명하려 애썼다. 대상 모델은 파인오디오 빈티지 15라는 모델이다. 외관만 보면 언뜻 탄노이의 신형 같지만, 탄노이에서 독립한 사람들이 만든 스피커다. 특히 15인치로 음악을 들어보니 확실히 기존에 듣던 중형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그 매력이 확연히 구분된다. 특히 정밀하고 단단한 저역보단 풍부하고 편안하게 밀려오는 저역의 포만감 덕분에 나 또한 이틀간 이 스피커의 매력에 빠져 지낸 것 같다.
이 외에 여러 부스가 있었는데 12월 오디오쇼는 대형기들인 평소 보기 힘든 초고가 제품들은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아무래도 수입사보단 대리점과 제작사들 위주여서 한계는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곳이 몇 곳 있었다. 일단 유튜브에서도 소개했던 카르마 스피커가 군계일학이었다. 이미 동일한 시스템으로 들어보긴 했지만 음향적으로 열악한 박람회장이라 어떨지 궁금했는데 꽤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종일 파인오디오 부스에서 시연을 하다보니 많이 돌아보진 못했다. 그 중 잠시 들어본 뒤 기억에 남는 부스가 몇 곳 있다. 예를 들어 사이몬오디오랩, SAL은 이번에도 작은 공간에서 옹골찬 사운드를 펼쳐냈다. 한편 YG 어쿠스틱스와 오렌더를 전시한 부스는 과감에게 단상이 아닌 바닥에 설치해 단점을 보강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스텐하임과 마그 레빈슨도 잠시 들었지만 밸런스가 잘 잡혀 피로하지 않으면서 해상도 좋은 소리였다. Audel U-Basik 5/8이라는 생소한 스피커도 꽤 들을만했다. 다음에 기회 되면 좀 더 면밀하게 들어보고 싶은 스피커다.
작던 크던 어떤 기기들이 나오던 오디오 쇼가 끝나면 휴유증 같은 것이 남는다. 나의 시스템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구 또는 지금 운용하는 시스템 말고 전혀 다른 컨셉의 시스템을 새로 꾸려보고 싶은 충동이 일 때도 있다. 최근엔 조금 큰 우퍼를 가지고 감도가 높은 스피커로 엘피를 주력으로 듣기 좋은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마친 파인오디오 빈티지 15를 들어보면서 정말 대구경만의 매력에 빠졌다.
앰프는 원래 심오디오 매칭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나는 자디스를 요청했고 결국 자디스로 시연했다. 심오디오도 좋은 앰프이긴 하지만 음색 부분에서 온도감을 부여해주고 중역대 질감 표현이 좋은 진공관 앰프가 경험상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스기기는 린 Selekt DSM으로 최대한 정보량을 긁어오되 앰프에서 스피커와 드라이빙 능력과 음색을 양립해내는 조합이었다. 자디스 JP80MC와 파라 푸쉬풀 출력관 구성의 JA80MKII이 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간 이런 시스템을 꾸려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후유증을 없애려면 빠른 시일 안에 뭔가 도전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