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란츠 40n을 구입하고 나서 한동안 글을 쓰면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듣고 있다. 소리 자체로 보면 같은 마란츠의 모델 30과 호불호가 나뉘는 정도로 마음에 든다. 전체 밸런스가 무척 훌륭하고 낮은 볼륨에서나 높은 볼륨에서나 해상력, 다이내믹스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운드 스테이징도 부서지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감도가 너무 낮은 스피커 제어엔 힘이 부칠 수 있지만 방이나 거실에 감도 90dB 안팎 스피커와 매칭해 듣는다면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편리하게 음악을 듣게 해주는 기기는 많지만 편안하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는 기기는 흔치 않은데 모델 40n이 딱 그런 케이스다.
우선 마란츠 40n은 8옴에서 70와트, 4옴에서 100와트 출력을 내는 앰프며 여기에 더해 pcm 24/192, dsd 5.6Mhz까지 재생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dac가 내장되어 있다. 게다가 mm 포노단이 탑재되어 있어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만 있으면 엘피 감상이 가능하다. 더불어 tv와 hdmi로 연결하면 tv 음성을 메인 시스템으로 들을 수 있는 hdmi arc 기능도 반갑다. 파워앰프 입력, 즉 바이패스 입력이 있으므로 파워앰프로만 작동 가능하고 av 리시버를 사용한다면 리시버의 프리 아웃 출력과 연결해 프론트 채널의 파워앰프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특히 음질 부분에서는 기존 마란츠 인티앰프의 그것을 더욱 진보시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업그레이드시킨 모습. 일단 프리앰프엔 HDAM SA2 전압 증폭 기술을 투입했고 고성능 볼륨 컨트롤 회로를 장착하고 있다. 특히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볼륨 구간에선 프리앰프 증폭을 하지 않고 높은 볼륨에서만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모두 증폭하는 가변 게인형 프리앰프를 설계해 일반적인 청취 음량에서 노이즈 저감을 도모하고 있다. 음색을 주도하게 만드는 프리앰프에서 어떤 특색을 가지기보단 소스 기기로부터 받은 신호의 순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설계했다. 게다가 트레블, 베이스 신호 전송 구간의 eq를 완전히 우회하는 ‘소스 다이렉트’ 기능을 만들어놓은 것도 설계 의도에 있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편 파워앰프 부문은 HDAM SA3 회로를 사용, 풀 디스크리트 구성의 전류 귀환형 증폭 회로를 완성했다. 바이폴라 출력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병렬 푸쉬풀 회로로 구성한 모습. 이로써 순간 전류 공급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PM8006에 비해 1.5배 수준인 68A까지 피크 전류를 드라마틱하게 높였다. 같은 출력이라도 스피커 제어력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트랜지스터 열을 효율적으로 방출하기 위한 히트 싱크에 구리 플레이트를 추가했다. 실제로 온종일 음악을 켜놓아도 약간 미지근한 정도다.
이 외에 전원부의 경우 출력 대비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 및 특주 커패시터를 사용해 저수지처럼 넉넉한 전원을 항상 충분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해놓았다. 이 외 부품들도 상위 모델에서 채용했던 동박 필름 커패시터 및 정밀 저항, 금속 피막 저항 등을 엄선해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엘피를 자주 듣는 내게 포노앰프는 꽤 중요한데 다이나벡터 DV-20XH를 통해 그 뛰어난 성능을 확인한 바 있었다. 내부에 투입된 모듈을 보니 이해가 간다. NF-CR 타입 포노 스테이지로서 두 개의 스테이지로 나누는 등 충실한 서킷 보드를 설계해놓았고 가청 대역내 커런트 피드팩 회로 등을 통해 왜곡을 낮추었다.
과연 내가 들은 마란츠 40n은 그렇다면 어떤 측정치를 보여줄까? 여기서 잠시 인상 비평과 측정 비평을 동시에 진행하는 스테레오파일 리뷰를 찾아보자. 리뷰는 칼만 루빈슨이 작성했고 측정은 존 앳킨슨이 진행해 모두 발표한 적이 있다. 2022년 8월 5일자 기사다. 칼만 루빈슨은 청음평에서 ‘목소리는 소규모 클럽에서 부르는 것처럼 또렷하고 친밀했다. 40n은 모든 합리적인 음량(spl)에서 깨끗하게 스피커를 드라이빙했다’. ‘이론적으로 케프 Blade Two Meta와 레벨 Studio 2 같은 스피커를 구동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마란츠는 스피커에 충분한 출력을 공급할 수 있기에 명료하고 깊게 확장된 저역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등의 찬사를 늘어놓았다. 나도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화려하고 강한 어조로 40n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고 있다.
그럼 과연 측정치도 이러한 청음평, 인상 비평과 맥락을 뒷받침하고 있을까? 사실 측정치가 음질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진 못하며 측정치와 청감상 느낌은 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성능에 대해선 분명히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 우선 측정 조건은 볼륨을 최대 100으로 설정하고 측정했는데 주파수 응답을 보면 8옴(좌측 채널 블루, 우측 채널 레드) 및 4옴(좌측 채널 청록, 우측 채널 자홍), 2옴(녹색)에서 라우드 스피커의 부하(회색)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자.
녹색 그래프가 의미하는 2옴이라는 극단적인 임피던스에서 출력이 100kHz에서 약 –3dB 감쇄가 보인다. 이 정도면 스피커 부하에 따른 주파수 응답에 있어서 거의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한편 매우 짧은 상승 시간(risetime)에 10kHz 구형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버슈트나 링잉도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베이스와 트레블 조정 노브를 최소 및 최대로 했을 때 주파수 응답 또한 매우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
순간 최대 출력이 아닌 연속 최대 출력, 즉 정격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70와트, 4옴 기준 100와트가 발표된 수치다. 클리핑 없이 연속적으로 내줄 수 있는 출력을 의미한다. 40n 같은 경우 8옴 기준 74와트, 4옴 기준 무려 120와트부터 클리핑이 생겼다. 참고로 THD, 즉 전 고조파 왜곡이 1%에 도달할 때를 클리핑 파워로 정했는데 마란츠가 발표한 것보다 더 높은 출력에서 클리핑이 발생한 것. 스펙을 신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펙 이상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전 고조파 왜곡 또한 고역대에서 증가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외에 디지털 입력단 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테스트와 측정 결과들이 상세하게 발표되었다. 결론적으로 측정 리뷰를 담당한 존 앳킨슨은 모든 입력에서 균일하게 빼어난 측정 성능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칼만 루빈슨은 한 번 더 추켜세운다. 이 40n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아니라 진정한 고성능 음악 시스템이며 ‘이전 세대 AM/FM 스테레오 리시버에 대한 금세기의 대답’이라고. 2022년 스테레오파일 필진들이 뽑은 추천기기 중 앰프 부문에서 당당히 클래스 A 최고 등급에 랭크된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 참조
https://www.stereophile.com/content/marantz-model-40n-integrated-amplif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