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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란츠 모델 40n 영입

marantz 40n lifestyle thumb

아마도 2023년은 나에게 가장 고되면서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여름부터 시청실 겸 사무실을 오픈하면서 고난은 시작되었다. 여러 집기를 사들이고 인테리어 문제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곤 했다. 단순히 보기 좋게 꾸미는 문제를 넘어서 좋은 사운드를 내주어야한다는 조건에 부합해야만 했다. 더 다양한 기기들을 테스트할 수 있어야하고 내 개인적인 음악 감상의 즐거움도 더 높이기 위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데 사실 그 중간에 외부엔 밝히지 않은 여러 ‘삽질(?)’이 많았다. 음향판을 걸었다 떼었다를 반복했고 위치를 옮겨서 테스트해보는 등등. 음향 자재 일부는 구해놓고 창고에 쳐박혀 있기도 하다. 최근에 음향 측정 등을 직업으로 하는 엔지니어들이 와서 측정도 해보고 음향 공사를 전문하는 하는 분도 와서 듣고는 대체로 좋은 평을 해주었다. 나는 귀로만 듣고 판단했지만 측정으로도 큰 문제가 없고 좋다고 하니 보람이 있었다.

시청실 환경과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고 한 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이젠 자택 시스템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니, 거슬릴 것도 없는 것이 제대로 된 하이파이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시청실로 거의 모든 시스템을 이주시키고 난 후 나머지 잔해들이 이리 저리 대충 널부러져 노숙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다. 스피커는 케프 LS50 Meta 그리고 야마하 AV 리시버, 데논 DP450USB, 쉴드 TV 등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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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단한 시스템을 집에서 꾸리긴 벅차기도 하고 그럴 여유도 없다. 하지만 집에서 종종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써야했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이 마치 소화하다가 명치에 걸린 것마냥 진도가 나아가고 있지 않는 형편이다. 적어도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가 필요했다. 한편 포노단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특히 바이패스 입력이 있다면 금상천화다. 나 같은 경우 프로젝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HDMI ARC는 없어도 상관 없지만 바이패스 입력이 없으면 하이파이용 스피커를 추가로 또 구입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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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DLNA/UPnP 도 당연히 연동되어야한다. 문제는 가격이데 나의 요구 조건이 되는 기능과 성능이 되는 건 대체로 3~5백 사이에 걸쳐 있었다. 그런데 하나 눈에 들어온 대안이 있다. 바로 마란츠 모델 40n이라는 모델이다. 몇 년 전 리뷰를 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엔 메인 시스템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었지만 좋은 인상을 받은 건 확실히 기억한다. 더불어 HEOS라는 마란츠, 데논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 및 리모트 앱도 있고 바이패스 입력은 물론 보너스, 덤이라고 해도 좋은 MM 포노단까지 기본 탑재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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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용으로 대여받아 집으로 바로 데리고 왔다. 어차피 집에서 사용할 걸 감안하고 들어봐야하기 때문엔 가장 궁금한 건 집에서 케프 LS50 Meta와 매칭이다. 물론 이전에도 이렇게 매칭해서 들어보았지만 실제 내 돈으로 구입해 사용할 생각을 하고 듣는 건 또 다른 일이다.

diana krall

케프 LS50 Meta가 물 만난 고기처럼 유연하고 매끄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마란츠는 전통적으로 클래스 AB 증폭에 표면이 부드럽고 전체 대역 밸런스가 약간 내려와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를 들어보면 피아노 타건이 묵직하게 힘이 실리면서도 또렷하게 내리 꽂힌다. 부드럽고 유연한 타입에 자극적이지 않아 케프 LS50 Meta와 상성도 훌륭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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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스니의 ‘Are you going with me?’를 들어보면 음색은 온건한 편이다. 같은 마란츠지만 모델 30 같은 경우 하이펙스 클래스 D 증폭 모듈을 사용해 강단 있고 더 빠르며 단단한 소리를 내주지만 약간 차가운 편이다. 한편 모델 40n은 클래스 AB 증폭으로 마란츠 고유의 음색은 여전히 가지고 있되 과거 내가 경험했던 마란츠 앰프보단 좀 더 에지 있고 투명한 편으로 판단된다. 원래 마란츠는 부드럽고 편안하게 듣기 좋지만 뭔가 임팩트가 부족하단 편견이 있는데 신형들은 이를 많이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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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재생하자 빠르고 리듬감 넘치는 비트가 터져나온다. 물론 채널당 70와트라는 출력으로 무지막지한 힘을 주무기로 하는 앰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팝 음악에선 발군의 리듬감과 함께 안온하면서 유연하게 리듬감을 표현해준다. 한편 이 모델은 트레블, 베이스 조정 노브로 약간의 밸런스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하면 ‘소스 다이렉트’ 노브를 ‘On’으로 설정했을 때 더 투명하고 순도 높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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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을 들어도 피로감 없이 음악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존 윌리엄스 지휘, 빈 필하모닉 연주로 ‘Imperial march’를 들어보면 세단이 고속도로 차선으로 적당한 빠르기와 무게감으로 쓰윽 ~ 미끄러져 들어오는 느낌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이랄까? 급박한 패시지를 그리는 구간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젠틀하게 전체 무대를 조망하면서 나아간다. 케프 LS50을 움켜쥐고 흔들면서 억세게 밀어붙이지 않으며 어르고 달래며 부드럽게 질주한다.

HEOS app 1

몇 년 전 리뷰할 당시엔 ROON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었는데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오는 3월 즈음에 전격 지원할 거라고 한다. 한편 HEOS는 원래 좀 인터페이스가 아주 뛰어나진 않았으나 최근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한결 나아진 인터페이스로 진화 중이다. 새로운 버전의 초기 버전이라 여전히 미숙한 면도 있긴 하지만 최근 업데이트를 보면 계속해서 나아질 기대를 하게 만든다. 물론 타이달만 사용한다면 지금 상황도 그리 불편할 것 없어 보이다.

이 가격에 이보다 더 나은 스트리밍 앰프가 있을까? 떠오르는 제품이 거의 없다. 결국 나는 마란츠 모델 40n을 구입하기로 했다. 반년 이상 시청실 세팅으로 거의 소진되었던 책에 대한 의지도 불끈 솟아날 것 같고 아침저녁으로 잠시나마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리 행복한 건지 오랜만에 깨달았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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