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쾌감으로 물들이다

Discovery

북쉘프는 보편적인 한국 가정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스피커 형태이고, 크기가 크지 않아 방이나 거실에서 사용하기 좋다.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당연히 스케일이 크고 낮은 저역까지 재생 가능해 풀 오케스트라 혹은 저역이 많이 녹음된 음원에서 북쉘프와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 있지만, 그만큼 운용에 있어 노하우가 따르고 무엇보다 더 비싸다. 필자 같은 경우도 크지 않은 방에서 줄곧 오디오를 운용해 왔기에 북쉘프를 자주 사용했다. 작은 사이즈에 저역 제한 외에 뛰어난 성능을 지닌 북쉘프들을 두루 거쳐 왔다. 셀레스천, 어쿠스틱 에너지, 다인, 프로악, 하베스, 토템, ATC, 포칼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북쉘프의 끝을 보려고 고군분투했던 당시가 생각난다. 당시 최고의 북쉘프라면 다인 25주년, 크래프트 혹은 포칼 마이크로 유토피아 BE, ATC SCM20, 토템 Mani2, 윌슨베네시 Discovery 등이다. 그중 윌슨베네시의 Discovery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경지였다. 처음 들었을 때 SF 영화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멋진 디자인과 함께, 음향적으로도 북쉘프라곤 믿을 수 없는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역 깊이는 어중간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다른 고성능 북쉘프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그저 그런 앰프로는 Discovery의 성능을 십분 끌어내기 힘들었다. 너무 강력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크렐 같은 앰프에선 약간 거칠고 탁한 중, 고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저출력의 싱글 엔디드 클래스 A는 저역이 무르고 왜소해졌다. 하지만 제대로 매칭했을 때는 중, 고역의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울림이 마치 풀 레인지 스피커처럼 음악적이었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고급 한정식 같은 느낌이랄까? 쥐어 짜낸 소리가 아니라 뛰어난 대역 밸런스와 현장의 그것과 같은 토널 밸런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사운드가 귀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렸다.

한참이 지나 다시 윌슨베네시의 Discovery를 만났다. 이젠 Discovery 2를 지나서 Discovery 3zero의 시대가 왔다. 유럽 유수의 대학과 기업들이 참여한 차세대 소재 연구 프로젝트 SSUCHY 프로젝트로부터 얻은 결과를 아낌없이 투입한 신세대 Discovery다. 인클로저와 유닛부터 캐비닛 소재 등, 직접 보면 구형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 음질적으로도 상당 부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저역 제어 또한 과거보다 더 수월해진 경향을 보여준다. 기술과 소재의 향상은 개발자 입장에선 고난의 시간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고음질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는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NAD M33, 그리고 M23

흥미로운 건 매칭에 대한 문제로서 가장 최적의 앰프 매칭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기존에 다양한 앰프로 매칭을 해보았는데, T+A HV 시리즈 같은 경우 마치 진공관 앰프를 듣는 듯한 풍요로움과 함께 무게 중심은 낮아 무척 품격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Discovery 3zero의 아이소배릭 저역 시스템 제어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편 부메스터 같은 경우 골격이 뚜렷하고 포커싱도 매우 선명하다. 전반적으로 쾌감이 드높게 올라가며 세부 악기들의 표현이 매우 섬세하게 포착된다. 확실히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T+A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과 정반대로, 한 음, 한 음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 또랑또랑하게 증폭, 표현해 주는 역량이 돋보였던 매칭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NAD의 M33을 만났다. M33은 T+A의 HV 시리즈나 부메스터 인티앰프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대에 위치한다. 그러나 실제 성능을 테스트해 보면 스트리밍 앰프로서 정통 하이엔드 브랜드와 비교를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게다가 M33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장하고 있어 별도의 소스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강점이 있다. 일단 이더넷/와이파이 모두 지원하며, 광, 동축, AES/EBU 입력, 그리고 RCA는 물론 XLR 입력까지 갖추었다. Airplay 2는 물론 블루투스 aptX HD 등 최신 포맷에 모두 대응하며, HDMI eARC로 지원해 TV와 연동 가능하다. 더불어 포노 앰프도 MM, MC까지 지원하므로 M33 하나만 있다면 웬만한 스피커는 제어할 수 있는 앰프 겸 소스 기기 모두를 얻게 된다.

문제는 과연 M33 하나로 Discovery 3zero 스피커를 만족스럽게 드라이빙 가능하냐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M33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왜냐하면 M33은 Dirac Live라는 공간 음향 보정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음 공간이 작은 경우, 혹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 아이소배릭 우퍼가 부밍을 내거나 주파수 도메인에서 피크, 딥이 크게 생길 시 Dirac Live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만족을 못 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 바로 M23을 추가해 모노 브릿지 모드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Dirac Live는 소프트웨어로서 상당히 많은 부분의 문제들을 해소해 준다. 그러나 하드웨어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M23을 모노 브릿지로 M33과 연결할 경우 일단 출력이 8Ω 기준 200W에서 7000W로 크게 증가한다. 이론적으로는 원래 200W의 네 배인 800W가 나와야 하지만 그런 앰프는 많지 않다. 한편 RCA, XLR 입력 모두 지원하며 게인 또한 조정이 가능해 편리하다. 참고로 게인은 19dB, 24dB, 29dB 등 세 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요약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면서 인티앰프인 M33의 파워 부문만 떼어내어 별도의 섀시에 담은 제품이 M23이다. 따라서 두 개의 파워앰프를 브릿지로 엮어 모노 브릿지 형태로 세팅하면 엄청난 출력의 몬스터로 변신한다. 몇몇 제조사들이 파워앰프에서 모노 브릿지 셋업을 지원하지만, 이 방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우수할 것 같지만 과도한 댐핑으로 공격적인 소리로 변모해 오래 듣기 힘든 경우도 있으며, 청감상 SN비가 떨어지는 경우도 보았다. 과연 Discovery 3zero와의 매칭은 어떨까?

청음

이번 시청은 앞서 언급한 윌슨베네시 Discovery 3zero를 사용해 진행했다. 앰프는 NAD M33 스트리밍 앰프에 M23 파워앰프를 모노 브릿지 모드로 연결해 청취하면서 음질적 경향을 추적해나갔다. 솔직히 Discovery 3zero 정도 스피커라면 더 높은 가격대의 분리형 앰프를 매칭하는 게 어울릴 것 같지만, M33과 M23의 가능성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내심 기대가 컸다. 이 외에 케이블은 실텍 등 하이엔드 케이블을 주로 사용했고, 음원은 주로 듣는 음악들을 타이달에서 재생했다. 재생 소프트웨어는 ROON을 사용했으며, 테스트는 소리샵 청담점 제1 시청실에서 진행했음을 밝힌다.

처음 단일 악기로 녹음된 곡을 찾다가 평소 종종 들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Goldberg) 변주곡을 재생했다.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가 아닌, 클라브생, 그러니까 쳄발로로 연주한 녹음이다. 구스타브 레온하르트의 연주인데 첫 음부터 먼지를 모두 털어내고 때를 벗긴 듯 청명한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잔향을 길게 끌어 온기를 높인 소리는 아니고, 대신 기음이 또렷하며 지저분한 잔상을 거의 남기지 않는 또렷하고 상쾌한 소리다. 전반적으로 무척 밝고 상쾌한 톤 밸런스를 보여주어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싱그럽고 밝은 분위기로 재생해 준다.

전체 대역 밸런스는 본래 자주 들어보았던 Discovery 3zero보다 약간 더 밝은 톤을 재생하며 속도감이나 리듬감도 높은 편이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Money For Nothing 같은 곡을 들어보면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볼륨에 이어 강력한 리듬 파트의 폭발까지, 간결하면서도 깨끗하고 높은 추진력으로 밀어붙인다. 확실히 타이트하게 조여진 사운드로 어느 한구석도 풀어진 느낌은 없다. 이완된 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보단 정교하게 조여진 사운드로 시작과 멈춤이 분명하며, 탄력적인 진행이 돋보인다.

확실히 저역 표현력은 M33에 비해 높은 댐핑 능력을 선보인다. 더불어 높은 추진력까지 합해져 어떤 곡을 들어도 물러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호소한다. 뮤지카 누다의 Come Together 같은 곡에서 낮은 대역을 오가는 더블 베이스는 날렵하게 운지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하다. 낮은 옥타브를 오가는 현의 소리가 상당히 세부적으로 구분되어 들릴 정도로 저역 해상도가 높아진 인상이 다분하다. 느긋하고 편안한 느낌의 소리가 아니라, 역동적이며 텐션이 높은 소리로서 음향적 쾌감이 극대화된다.

윌슨베네시 Discovery 3zero는 정확하게 말해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실제 성능은 중형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의 그것과 맞먹으며, 되레 저역 다이내믹스는 세부적으로 볼 때 어정쩡한 플로어 스탠딩보다 낫다. 티에리 피셔 지휘,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말러 1번, 4악장에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돋보인다. 아주 작은 약음도 놓치지 않은 노련한 솜씨가 엿보이는데, 큰 폭으로 으르렁거리는 부메스터, T+A의 넉넉한 스케일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타이트하고 텐션 높은 사운드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총평

많은 사람들이 스피커에 올인하고 앰프나 소스 기기 쪽은 등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스피커에 돈 천만 원을 투자한 후 올인원 앰프에 연결해 그럭저럭 즐기다가 구매했던 스피커를 내보내곤 또 다른 스피커를 들여 새롭게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패턴은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되레 떨어트리며, 결국 오디오를 취미로 가지고 나갈 추진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스피커가 마음에 든다면 그 스피커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파헤쳐 볼 때 즐거움은 배가된다.

이번에 시청한 윌슨베네시 Discovery 3zero는 개인적으로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스피커 중 하나로서, 앰프에 따른 퍼포먼스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따라서 소스 기기, 앰프 매칭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화함으로써 오디오적 즐거움을 마구 샘솟게 만드는 면이 있다. 이번에도 NAD M33, M23과 함께 새삼 신선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기량을 뽐내는 모습이다. 특히 M23과 합체한 M33은 Discovery 3zero를 압도적 쾌감으로 물들였다. 요컨대 M23은 M33에서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신의 한 수가 되어줄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