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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과 845 싱글 그리고 R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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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쁜 스케줄을 틈 타 나의 시스템을 매만지고 있다. 간만에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강적이 생겼으니 다름아닌 845 싱글. 웨스턴 일렉트릭 키드로 불리던 이들이 설립한 라인 마그네틱에서 만든 앰프가 시스템을 뒤흔들어놓았다. 채널당 한 발의 845와 함께 300B, 310A가 드라이브, 12AX7이 입력 초단을 담당하는 구조인데 클래스 A 증폭 싱글 엔디드 타입이라 정말 순도가 굉장하다. 무대의 커튼이 젖혀진 듯 속 시원하고 투명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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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포트 제어엔 조금 부족하지만 윌슨 사샤는 힘이 넘치게 드라이빙해주어 다행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으로 듣는 엘피 사운드는 기존에 듣던 사운드와 한참 다른 감흥을 준다. 특히 과거 1950~60년대 재즈 녹음이나 데카 사운드가 남다르다. 확실히 845 싱글은 대체 불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 재생 쪽에서 이런 사운드 컨셉을 더욱 강화시키고 싶었다. 현재 시스템은 웨이버사 Wcore와 Wstreamer 그리고 MSB Analog DAC 등 트리오 구성.

MSB 테크놀로지의 Analog DAC도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주어 좋아하지만 마치 엘피처럼 더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소리로 만들고 싶어졌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Analog DAC은 절대 내색을 안 하고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정말 도도한 타입인데 가끔은 가수나 연주자의 감정을 더 날 것처럼 표출해주는 소리가 듣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후보에 올린 DAC는 역시 R2R이다. MSB 상위 모델로 가면 더 나아질 텐데 예산이 부족하고 홀로오디오나 데나프립스, 토탈덱 정도가 물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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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청음실에 국내 브랜드 반오디오 Firebird MKIII가 들어왔다. 본래 출시 초기에 대여받아 리뷰를 진행하면서 아주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마음속에 담아만 두고 있었던 모델. 그런데 최근 반오디오에서 내부 부품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마지막 튜닝 버전을 출시했고 궁금증에 대여받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DAC이 내가 845와 윌슨 사샤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주는 해결사가 되어주었다. 굉장히 투명하고 순도 높은 소리며 더불어 기존 버전 대비 저역 쪽의 해상도까지 올라가 무척 놀라웠다.

사실 이전 버전도 무척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이 정도 사운드까지 올라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예상 밖이다. 다소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무대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유유히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서 뮤지션들이 만들어놓은 무대에 완전히 몰입되어 참여한 느낌을 준다. 더 솔직하고 소탈하게 음악을 풀어내며 적절한 잔향은 음악 듣는 맛을 더 고조시킨다. 솔직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디자인 따위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개인적으로 듣고 싶었던 소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하나 완성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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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소리를 구현해나가다 보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어떤 물감을 쓸 건지부터 어떤 캔버스에 그릴 것인지 붓은 어떤 종류를 사용할 것인지부터 모두 본인이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재료를 통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자기 주관이 기반이 되어야한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초심자 때는 그저 유명하고 성능 좋다는 기기들을 모아놓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좀 더 경험이 쌓이면 각각 개인의 취향이 굳어지면서 개성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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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밀폐형에 높은 출력의 클래스 D 앰프 그리고 예리한 델타 시그마 타입 DAC를 조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감도가 높은 스피커에 낮은 출력의 클래스 A, AB 혹은 진공관 앰프를 매칭한다. 여기에 더해 R2R DAC의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더해 시스템의 사운드를 조율한다. 때론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돔 트위터의 조합보단 리본이나 AMT 등을 적극 활용한 스피커를 선호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동축에 몰입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845 싱글 24와트 앰프를 들이면서 변화한 윌슨 사샤 사운드를 들으면서 매칭에 따른 엄청난 사운드 변화에 놀랐다. 그리고 그 방점은 반오디오 Firebird, 즉 소스 기기에서 찍히고 있는 느낌이다. 더 들어보면서 케이블 등 몇 가지 세부 튜닝을 이어나가야겠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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