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연주자가 세상을 떠났다.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한국 공연과는 인연이 없었던 연주자다. 과거 그의 내한공연은 2022년 5월 19일과 2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아쉽게도 건강 상의 문제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유일한 한국 내한공연이 취소된다. 당시 공연 레퍼토리는 쇼팽, 슈만, 슈베르트였다. R석 가격이 38만 원이었을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던 공연이었다.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194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다. 이탈리아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지노 폴리니의 아들인 그는 5세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전업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열망하던 그는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한 이후 1959년 포졸리 국제 피아노 콩크루와 1960년 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연거푸 석권하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라선다.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정교한 연주 기법의 소유자다.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디티 미켈란젤리였다. 미켈란젤리는 콩크루 우승 후 1년간 잠적생활에 들어갔던 마우리치오 폴리니에게 자신감과 음악성 모두를 전해준 연주자였다. 미켈란젤리는 후배에게 현대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전수해준다. 악보에 충실한 연주에 매달렸던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타건을 통해 자신만의 해석을 불어넣는 방법을 습득한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해야 할 레퍼토리는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곡에 도전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다. 이는 쇼팽 연주의 대가로 남은 자신의 연주인생과도 일치하는 발언이다. 감성적이어야 한다는 쇼팽 연주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바꾼 인물이 마우리치오 폴리니다. 그는 현대음악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처럼 차갑고 이성적인 쇼팽을 구현하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마우치리오 폴리니는 2024년 3월 24일 세상을 떠난다. 그는 지휘자 중에서 가장 가까운 지인이었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연주생활을 했다. 당시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통해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음악의 아름다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피아니즘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곡가 루이지 노노에서부터 피에르 블레즈에 이르는 현대음악에도 관심을 보였던 마우리치오 폴리니였기에 노년기까지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인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