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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WATT/Puppy 50주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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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오디오는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 역사를 새로 쓴 브랜드다.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 설계, 소재, 성능을 넘어서 기존 하이파이 스피커가 거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도와 모험을 일삼으면서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힌 브랜다.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를 이야기할 대 헤일스, 틸, 아발론, 이글스턴웍스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후 후발 주자로서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라면 락포트, 매지코, YG 어쿠스틱스 등을 거론할 수 잇다.

그 중 여전히 후발 주자들과 거의 동등하게 어깨를 겨누며 경쟁하고 있는 브랜드가 윌슨오디오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며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다가 뒤처지는 게 사람이나 기기나 마찬가지지만 윌슨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윌슨오디오가 있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 모델로 따지자면 WATT/Puppy를 들 수 있다. 라인업 중 가장 오래된 스피커며 현재까지 출시한 모델도 가장 많다. 거의 윌슨을 책임져온 안방마님 같은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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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T/Puppy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스피커의 상단인 WATT가 1986년 처음 소개되었다. 이는 사실 데이브 윌슨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일종의 모니터 스피커 WATT를 만들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그런데 WATT를 CES에 가지고 나가 시연하면서 구름같은 인파들이 몰렸고 결국 이를 정식으로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WATT 모니니터의 출발이었다. 이후 WATT3까지 진화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역 하한이 제한되어 있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전용 우퍼를 출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결국은 Puppy가 등장하게 된다. 이것인 1989년이었다. 이후 윌슨 오디오는 WATT3에 Puppy2를 결합한 최초의 WATT/Puppy 시리즈 3를 출시하게 된다.

이후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대로다. WATT/Puppy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오디오파일들을 만족시키면서 커다란 판매고를 이루었고 WATT/Puppy는 이후 5, 5.1, 6, 7, 8까지 생산된 후 Sasha라는 이름으로 다시 1, 2, DAW, V까지 업그레이드되며 그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사실 어디까지 WATT/Puppy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 그러나 Sasha도 사실 WATT/Puppy의 연장선에 있는 라인업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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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오디오는 WATT/Puppy를 꾸준히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게 진화시켜나갔다. 그 중심엔 소재, 유닛 그리고 시간축 정렬 기능 및 여러 진동 제어 기술의 진봄가 함께 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나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는 변화된 지점들에 감탄했다. 여러 스피커 제작자들도 이를 검토하고 때론 흉내내기에 바빴을 정도로 윌슨은 항상 이 분야를 앞에서 선도했다. 예를 들어 초창기엔 HDF, PMMA를 사용했지만 이후 여러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인클로저를 제작해왔다. S, M, X, V 메터리얼 같은 이름을 갖는 소재가 그것이다. 영국에선 윌슨 베네시가 있었다면 이런 소재 연구에서 선두적인 브랜드는 윌슨오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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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T/Puppy 50주년

최근 윌슨오디오가 WATT/Puppy 출시 50주년 기념작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시간을 두고 제품 특징을 천천히 공개하고 있는데 일단 Sasha라는 WATT/Puppy의 후손들이 엄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WATT/Puppy 오리지널에 대한 오마주를 기획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윌슨오디오에선 외부 인클로저로 X 메터리얼, WATT 배플엔 S 메터리얼, 그리고 Puppy의 상단엔 최신 V 메터리얼을 사용한다고 했다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AudioCapX-WA 커패시터 등 Sasha V에 적용되었던 여러 소재들이 적용될 것이라는 등 여러 전망이 쏟아져나왔다. 윌슨 오디오는 한참 전부터 이러한 소식들을 차례 차례 조금씩 공개하면서 전 세계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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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예고했던 출시일인 2024년 6월 7일이 밝았다. 전세계에 윌슨 오디오 WATT/Puppy 50주년 기념작의 동시 출시를 알렸고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가 같은 날 이 모델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열었다. 여러 신제품 론칭 쇼케이스를 경험해왔지만 이렇게 출시 당일 제품을 국내에서 바로 보고 들어볼 수 있는 건 처음이었다. 국내에선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케이원에이브이 시청실에서 해당 모델이 공개되었고 볼더 앰프와 매칭되어 직접 들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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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트위터는 CSC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트위터는 소프트 돔 트위터로서 현재 윌슨 오디오의 V 시리즈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Sasha 같은 경우 Sasha 2부터 이전의 역돔 티타늄과 이별하고 CST 트위터라는 소프트 돔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진보시킨 CSC는 카본 트위터로서 윌슨 오디오의 최상위 모델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유닛이다. WATT/Puppy 오리지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역돔 트위터는 선형성이 뛰어나고 초고역까지 상당히 직진성 높게 뻗어나가는 매력 덩어리였다. 칼처럼 자른 듯한 포커싱오가 정위감은 바로 그 트위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밀한 포커싱에 더해 음악적인 질감 표현을 원한 유저들의 의견을 감안해 개발한 것이 바로 이 CSC 트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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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인치 알니코 유닛은 윌슨에서 쿼드라맥(QuadraMag)라고 부른다. 사실 최근 들어 마그넷에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체로 네오디뮴, 페라이트 같은 마그넷을 사용하지만 윌슨오디오는 아마도 음악성 측면에서 알니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퍼 같은 경우 8인치를 사용한다. 이를 두 개 사용해 구성했는데 당연히 Sasha처럼 베이스 우퍼 모듈을 분리해놓았다. 두 개의 우퍼가 만들어내는 저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이 상위 대역에 줄 수 있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다. 참고로 저역 하한은 +/-3dB 기준 26Hz 초저역 구간까지 떨어지며 고역은 30kHz까지 상승하는, 저역 제한 없는 광대역 스피커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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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이 항상 중요시하는 인클로저는 최신 V 시리즈의 그것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크기는 큰맡형이라고 할 수 있는 Sasha에 비해 작아졌다. 높이가 105cm, 깊이가 30.48cm, 너비가 47.44cm다. 무게는 한 짝에 72.57kg로 Sasha에 비해 작을 뿐이지 여전히 중, 대형기의 풍채를 자랑한다. 후면엔 포트가 마련되어 있으며 금속 소재로 만들어졌다. 한편 하부 베이스 우퍼 모듈 Puppy와 상단 중, 고역 모듈 WATT를 연결하는 바인딩포스트가 보이며 앰프와 연결하는 바인딩포스트는 후면 하단에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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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윌슨과 달리 조금 특별한 것들이 몇몇 보인다. 특히 최근 V 라인어부터 채용된 수평계가 Puppy 상단에 마련되어 있다. 스피커 세팅에 매우 예민한 윌슨 오디오의 세팅에 활용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한편 후면에 독특한 장식을 한 메달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50주년 기념 한정판임을 알려주는 표식인데 올해 2024년 출고 모델에 한해서만 제공한다고 한다. 성능이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이런 장식이 소유의 즐거움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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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WATT/Puppy를 보았을 때 형뻘인 Sasha와 가장 구분되는 점은 Puppy의 상단 디자인이다. WATT를 감싸듯 올라와 있는 날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WATT 같은 경우도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경계를 확실히 나누고 인클로저도 한번 더 구부린 것과 달리 WATT/Puppy 시절의 평평한 배플을 만들어놓고 있다. 비교해보니 WATT/Puppy 시절과 지금 Sasha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인클로저가 축소되었다고 해서 윌슨 고유의 시간축 정밀 조정 기능을 빼놓진 않았다. 과거 WATT/Puppy 시절보다 훨씬 더 정밀해진 시간축 조정 기능은 언제, 어디서든 윌슨 사운드를 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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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이후 자유롭게 몇몇 곡을 들어보면서 이번 WATT/Puppy의 사운드를 체크해보았다. 청음엔 dCS Rossini를 소스 기기로 사용했고 ROON을 사용해 선곡, 재생했다. 더불어 볼더의 1110 프리앰프와 1160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WATT/Pupppy는 사실 드라이빙이 아주 어려운 스피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쉬운 스피커도 아니다. 일단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이며 최소 2.87옴까지 하강한다. 한편 감도는 89dB이며 스펙에선 최소 채널당 25와트를 요구한다고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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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엔 제프 카스텔루치의 ‘Big bad john’, ‘Sound of silence’, 루마 스트리카뇰리의 ‘Thriller’, 밥 딜런의 ‘The man in the long black coat’, 조성진과 유럽 실내 관혀악단이 연주한 ‘쇼팽 :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 등 다양한 곡을 준비했다. 필자는 작년부터 윌슨 Sasha를 사용해오면서 윌슨 사운드에 푹 빠져 있다. 흥미로운 건 리뷰엔 락포트 Atria를 사용하지만 평소 커피나 맥주 한 잔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땐 Sasha를 켜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편안하면서도 호방하게 공간을 감싸주면서 음악적인 여흥을 돋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신나게 열정적으로 음악에 탐닉하게 만드는 스피커다.

WATT/Puppy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상위 모델에 비해 무대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여타 브랜드와 비교해 전혀 작지 않다. 무대가 매우 입체적이어서 영화를 볼 때도 마치 서라운드 채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장감이 뛰어나다. 볼더의 고출력 파워 덕분인지 스피커는 다소 근육이 붇은 듯 우람하고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더불어 중역의 낮은 대역부터 저역의 높은 대역 사이 부군이 두툼해 남성 보컬, 더블 베이스 등이 묵직하고 탄탄하게 표현되는 못브이다. 확실히 미국 하이엔드 사운드의 표본과 같은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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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V 매터리얼의 적용은 스피커를 더욱 조용하게 만들었다. Sasha 시리즈나 Alexia, Alexx에서도 모두 감탄한 부분인데 상판 소재 변화가 아마도 최신 윌슨 오디오 사운드에 꽤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내부 커패시터 등 여러 부분에서 WATT/Puppy는 V 시리즈의 축소판처럼 설계되고 튜닝된 모습이다. WATT/Puppy라는 이름을 통해 리바이벌처럼 기획했지만 음색, 해상력 등 여러 면에서 상위 V 시리즈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아마도 넓은 공간 여유가 없다면 되레 상위 모델보다 WATT/Puppy가 더 좋은 소리를 내줄 가능성도 적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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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WATT/Puppy는 그 시작부터 2024년 지금까지 한 번도 윌슨 오디오의 핵심 라인업이 아닌 적이 없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WATT/Puppy가 없었다면 윌슨오디오는 그저 그런 노장 브랜드로 남아 사라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평범한 브랜드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윌슨 오디오가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다른 어떤 모델도 아닌 WATT/Puppy를 선택한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50년 역사에서 무려 38년을 롱런하면서 윌슨오디오를 대표한 모델은 WATT/Puppy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Sasha 뿐이다.

이번에 공개된 면면을 볼 때 WATT/Puppy는 사실 오리지널의 그것을 복각해내기보단 Sasha V의 주니어 모델로 기획된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여유가 있다면 이 한정판을 꼭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WATT/Puppy를 구입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스피커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등 윌슨 오디오를 사랑했던 그 수많은 전 세계 윌슨 애호가들의 심미안과 함께 창립자 데이브 윌슨의 열정을 나의 공간에 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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