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어떤 음악가로 살아남기를 원했을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가 귀족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곡을 연주하며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는 모차르트가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바흐가 만들어낸 엄숙주의에 대한 작은 도발을 시도한 것이었다. 직장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절에 치유제가 되어주었던 음악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타나’였다. 연주자별로 피소 전집을 감상하는 시간이 소중했음은 물론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영재 피아니스트들이 전업음악가를 목표로 땀과 눈물의 시간을 쏟아낸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석한 유럽 출신의 지원자는 피아노를 치면서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침투하면 연주를 망쳐버린다고 인터뷰한다. 무념무상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연주 자체에 집중하기 위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음악 다큐 [크레센도]에서 임윤찬에게 연주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Nothing’이라고 답변한다.
선우예권은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지만 1위에게 주어지는 영예는 2위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메이져 대회 우승자는 시상식 이후 해외 순회공연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2위를 기록했던 수많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1위에 버금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우예권은 ‘한국인 최초’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 역시 미국과 유럽 일대에서 우승 기념 공연을 벌인 바 있다.
2020년 데카 레이블에서 흥미로운 음반을 출시한다. ((모차트르 피아노 소나타)) 음반은 선우예권이 데카에서 처음으로 녹음한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는 이 음반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 10, 11, 13, 16번을 들려준다. 선우예권의 연주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명료하고, 정열이 넘치며, 황홀하다.”라는 3가지 표현을 동원한다. 테크닉과 에너지와 감정이라는 요소를 건반에 담아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타 연주자처럼 선우예권 역시 음악에 대한 여러 생각으로 늦게까지 밤잠을 설친다고 밝힌다.
그가 표현하는 모차르트는 영민한 작곡가의 감각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모차르트와 바흐는 모두 연주자의 개성을 건반으로 녹여내기가 어려운 작곡가에 속한다. 선우예권은 연주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이 힘들다고 다시 털어놓는다. 전업음악가란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통로를 여럿 지나야만 가능성이 보이는 직업이다. 21세기는 모차르트처럼 귀족의 후원만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다. 장르를 막론하고 전업음악가의 활로를 터줄 수 있는 중장기적인 지원이 아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