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스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동호인 시절 상투스 대표님의 시청실에 모여 음악 감상회도 하고 당시엔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WEGG 스피커를 처음 접하기도 했다. 거기에 대형 스크린으로 보던 영상 등 당시엔 다소 충격적이었던 음향과 영상들이었다. 하이텔, 천리안부터 시작해 여러 오디오 동호회가 명멸했고 그 중 재주가 좋았던 분들은 제조사를 차리기도 했고 지금도 그냥 오디오 동호인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당시 초심을 잃은 분들도 있는 듯하고.
아무튼 간만에 상투스에 간 이유는 몬 어쿠스틱의 플래티몬 VC TWO 촬영 때문이었다. 워낙 독특한 설계를 하고 있어서 갈 때마다 상당히 공부를 필요로 하는 스피커다. 이번엔 4웨와 3.5웨이를 넘나들고 슈퍼 트위터 모드와 하모닉스 트위터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스피커로 태어난 모습. 이런 설계는 상상도 못했는데 소프트웨어 방식도 아니고 모두 하드웨어 방식으로 설계한 걸 보니 대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자꾸 다른 시스템에 눈길이 쏠린다. 지독한 오디오파일인 대표님의 시스템들이다. 프리앰프는 다인오디오에서 만들었던 프리앰프 Arbiter를 여전히 레퍼런스로 사용한다. 국내에 아마 두 대 혹은 세 대 있을까 말까한 모델. 여기에 더해 DAC는 해외 하이엔드 오디오 유저들만 바글바글한 포럼 사이트에서나 구경할만한 아리에스 세라트의 Helene. 네트워크 플레이어 또한 극한의 음질을 추구하는 타이코 오디오의 SGM 익스트림이다. 파워앰프는 힘과 질감을 양립하면서 해외에서 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내고 있는 필리움의 Hercules 모노블럭 파워앰프다.
하나 더, 상투스에서 만든 파워케이블이나 멀티탭에 시선이 갔다. 물론 예전엔 종종 사용도 해보고 했지만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출시한 F5 파워케이블은 정말 이것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물건이다. 좀 특이한 방식의 설계를 취하고 있는데 이 또한 몬어쿠스틱 제품들처럼 해외에서도 본 기억이 없는 컨셉의 제품이다. 더불어 멀티탭은 심도 깊게 테스트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디자인이 너무 멋지다. 예전엔 디자인보다는 오직 소리에만 집중하던 나였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디자인도 많이 보게 된다. 파워케이블은 고가여서 언감생심이지만 상투스 멀티탭은 한 번 구입해볼만한 제품이다.
가끔 이런 시스템을 보면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들어 자꾸만 이리 저리 만져보고 들어보고 싶어진다. 게다가 상투스엔 릴덱과 릴테잎이 널려 있다. 요즘엔 이 릴테잎 녹음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대개 일반 매장에 가면 메이저 브랜드 중심으로 대중적인 오디오만 즐비하다. 일반 동호인들도 대개 거기서 거기인, 인기 모델로 시스템을 꾸린다. 물론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 더 개성이 넘치는 시스템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구하기 힘들고 값이 비싸도 자신만의 소리에 대한 고집, 집념을 가지고 셋업한 시스템을 점점 구경하기 힘들어지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투스에 가면 종종 숨겨진 나의 오디오파일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무더운 여름, 흥미로운 제품들로 음악 들으며 나누는 대화. 그게 내겐 최고의 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