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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을 걷어낸 음악의 진실

케프 Reference 3 Meta

kef reference 3 meta lifestyle

분리하고 합체하며

최근 싱글 엔디드 클래스 A 증폭 앰프를 하나 구입했다. 그것도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진공관을 사용해 증폭하는 방식이다. 두 개 이상의 출력 소자가 짝을 맞추어 +, – 신호를 따로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당 단 하나의 845 진공관이 증폭한다. 크로스오버 왜곡이 없이 연결이 자연스럽다. 게다가 클래스 A 증폭 방식으로 뜨거운 열은 덤이다. 진공관 플레이트에 수 백와트가 걸리지만 출력은 채 50와트도 안 된다. 덩치가 산만하고 열이 이렇게 많이 나서야 여름에 듣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소리가 너무 좋으니 어쩌랴. 아마도 다가올 여름에도 이 앰프는 자주 켜져 있을 것 같다.

KEF 12th Generation Uni Q inside

앰프에서 +와 –를 따로 증폭해서 합산, 출력하는 방식보다 싱글 엔디드 방식이 더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항상 높은 바이어스를 걸어 +, – 교체 왜곡을 줄이면 그 어느 증폭 방식보다 자연스럽고 맑은 소리가 난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대사회에서도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싱글 엔디드, 클래스 A 증폭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앰프들은 출력을 높이기 힘들고 높은 저역 제어력이 필요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는 좀처럼 힘을 못 쓰기도 한다. 사실 수십 와트 정도로도 실제 드라이빙 능력은 상당히 좋은 앰프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투명하고 싱싱하며 가공되지 않은 듯한 생생한 소리는 대체 불가능하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가청 대역 전체를 별도의 유닛에 나누어 할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더 넓은 대역을 평탄하게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레인지 스피커가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절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올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원래 소리란 이렇게 분리되어서 생성되지 않았다. 악기의 몸체에서 동시에 나오며 사람의 입 하나에서 모두 쏟아진다. 생생한 에너지는 그러나 녹음 단계부터 디지털로 양자화 되고 이어서 소스 기기에서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거치며 또 한 번 왜곡된다. 그리고 앰프에서 +/-, 좌우 증폭을 거쳐 스테레오 스피커로 듣게 되고 여기서도 여러 발의 유닛으로 분리 재생한 후 합체된 소리를 우리는 듣는다.

REFERENCE 3 Meta detailed view Uni Q high gloss black copper

동축이라는 대안

여기서 스피커 하나만이라도 원래 자연에서 소리가 발생하는 그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면 가장 자연스럽고 인공미가 사라질 수 있다. 그 중 풀레인지 방식이 있지만 대역폭과 다이내믹스 등 여러 면에서 열세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축이 분리된 별도의 유닛에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지 않고 하나의 축에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와 중, 저역을 담당하는 미드/베이스 우퍼를 모두 담아 소리를 내면 어떨까?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 다름 아닌 동축 드라이버였다. 엘피 바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알텍부터 클래식 좀 듣는다는 이웃이나 혹은 음악 바에서 볼 수 있었던 그윽한 소리의 주인공 탄노이 등이 바로 이 동축 드라이브 유닛의 대표 주자들이다. 스피커 설계에 있어 왜곡을 줄이기 위한 위대한 대안이 바로 동축이었다.

kef reference 3 group

케프 Reference 3 Meta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또 다른 동축 드라이버의 경쟁자들이 혜성처럼 등장하곤 했다. 바로 케프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Mo-Fi에 있지만 그 전엔 엘락 아메리카를 이끌었고 그 몇 년 전엔 TAD라는 굴지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 동축 유닛을 설계해 스피커를 설계한 장본인 앤드류 존스를 기억하는가? 그 또한 커리어의 시작은 케프였다. 그만큼 케프는 탄노이, 파인오디오 등과 함께 현재 가장 현대적으로 진화한 동축 스피커를 만들어내는 귀한 브랜드 중 하나다. 게다가 지금 가장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소수의 마니아를 넘어 폭넓은 대중들에게 동축 스피커의 강점을 인정받고 있는 메이커가 바로 케프다.

KEF 12th Generation Uni Q

이번체 시청한 모델은 Reference 3 Meta라는 모델로서 LSX나 LS50 계열을 듣다가 조금 더 케프의 동축 사운드로 깊게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R 시리즈라는 관문이 있지만 말이다. 이번에 만난 Reference 3 Meta는 케프가 설파한 동축 설계 철학의 가장 최신 기술을 모두 담고 있다. 우선 이 스피커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서 중앙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담은 동축 유닛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대역폭을 더 확장하기 위해 동축 외에 두 개의 우퍼를 상/하 대칭 형태로 추가, 장착해놓고 있는 모델이다. 이런 방식을 그들은 싱글 어페어런트 소스 기술이라고 해서 추가되는 유닛 또한 가상 동축 형태 어레이를 따른다. 동축과 유시한 위상 일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KEF 12thGeneration Uni Q with MAT

가장 핵심이 되는 동축 유닛은 케프가 무려 12세대까지 진화시킨 UNI-Q라는 것이다. 5인치 사이즈의 미드레인지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으며 중앙에 트위터를 배치한 모습이다. 그냥 보면 미드레인지 유닛 하나같지만 일반적으로 더스트캡이나 페이즈 플러그를 장착하는 중앙에 고역을 재생하는 트위터를 장착한 것이다. 이렇게 동축 방식으로 제작하면 소리의 출발점이 일치하기 때문에 중역과 고역 사이의 위상 일치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고 넓은 배플에 서로 유닛이 떨어져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청취해도 밸런스 왜곡이 적다. 결론적으로 자연에서 생성된 소리와 유사한 패턴의 지향 특성까지 갖기 때문에 강점이 많다.

KEF 12thGeneration Uni Q withMAT back

하지만 그것은 잘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트위터는 미드레인지 진동판을 어쩔 수 없이 혼처럼 사용하면서 음파를 방사한다. 이 때 미드레인지가 진동하면서 트위터의 음파를 방해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케프는 이러한 음파의 생성, 파장의 패턴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수십년간 연구해오면서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진동판이 겹쳐지는 부분에 굉장히 정밀한 기술을 투입, 갭 댐퍼 및 보이스코일,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서로 다른 대역을 재생하는 유닛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UNI-Q 동축 후방엔 MAT 기술을 사용해 만든 일종의 흡음 디스크 메카 디스크를 장착하고 나왔다. 얇은 디스크지만 후방 에너지를 거의 99% 흡수하는 장치로서 유닛 후방 에너지 흡음에 관해선 거의 혁명에 가까운 기술이다.

REFERENCE 3 Meta perspective back satin walnut silver 1

한편 우퍼의 경우 6.5인치 두 발을 채용하고 있으며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50Hz와 2.1kHz다. 450Hz는 중간 중역으로 동축 UNI-Q에 중역마저도 온전히 모두 할당하지 않고 베이스 우퍼에 많은 부분 넘겨주고 있다. UNI-Q에 진폭이 많이 요구되는 대역은 최소한 할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체 주파수 대역은 저역이 43Hz로 크기나 유닛 구성에 비하면 아주 낮은 초저역 재생은 불가능하다. 한편 고역은 35kHz로 초고역까지 막힘 없이 뻗어나간다. 참고로 포트 마개를 두 개 제공하는데 길이에 따라 저역 하한의 차이가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6dB로 일반적인 이 정도 사이즈에 비하면 약간 낮은 편으로 발표하고 있다. 과연 실제 청음에선 어느 정도 성능과 특성을 보여줄까?

REFERENCE 3 Meta front grille off high gloss black copper 1

청음

이전에도 이 모델을 테스트해본 적이 있었고 당시엔 NAD M33과 M23을 모노 브리지로 셋업해 시청했다. 클래스 D 모듈을 채용한 모델로서 M33이 채널당 2백와트, M23을 모노 브리지로 연결했을 경우 채널당 7백와트를 확보할 수 있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번엔 부메스터 032 인티앰프를 사용하고 소스 기기는 T+A의 MP2000R을 사용해 ROON으로 재생하면서 음질적 특성을 살폈다. 참고로 부메스터 032는 클래스 AB 증폭으로 8옴 기준 100와트 남짓한 출력을 보여주는 하이엔드 인티앰프다. 단순히 출력으로만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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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비 린 – Just a little lovin’

부메스터와 매칭한 케프는 이전에 들었던 소리보다 무게 중심이 더 낮고 저역이 깊다. 게다가 윤곽이 뚜렷한 소리라서 악곡의 골격 구조가 더 명확하게 표현된다. 패임이 깊기 때문에 단출한 구성의 보컬곡도 심도 깊게 들린다. 이 곡에서 특히 깊고 단단한 드럼 사운드에 무게감까지 더해져 힘찬 느낌이 배가된다. 중간에 아주 낮은 저역은 쉽게 들리지 않던 소리로서 낮은 현까지 긁어내는 듯한 표현력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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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오스카 – San Francisco bay

동축 스피커답게 악기의 위치 표현, 예를 들어 정위감, 포커싱 같은 지표에선 거의 하이엔 스피커에 필적한다. 한편 이런 곡에서 여러 도시 소음들마저 피로하지 않고 되레 정겹게 느껴진다. 앰비언스 표현마저도 예쁘고 섬세하다. 특히 음색 부분에선 모두 예쁘고 밝으며 상쾌한 토널 밸런스 덕분에 무척 기분 좋은 울림을 갖는 편이다. 얼굴 어디에도 그늘이 없다. 다만 케프만의 소리라기보단 부메스터의 소릿결도 깊게 각인된 결과다. 훌륭한 매칭이다.

chemical

케미컬 브라더스 – Block rockin’ beats

좌우로 넘실대며 이동하는 전자 이팩트 사운드가 매우 정확하게 표현된다. 다시 말해 지정된 위치에서 고정된 악기가 아니라 공간을 이동하는 소리의 위치를 매우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따. 마치 공간 속에 케미컬 브라더스가 디제잉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만하다. 댐핑이 적절히 가해졌고 압축된 단단함 등 모든 부분이 적절히 조율되어 균형감이 좋은 사운드다. 특히 중앙 동축에서 뿜어내는 대역과 우퍼 재생 대역의 이음매에서 불편한 구석을 느낄 수 없어 다행이다.

조성진

조성진/유럽 실내 관현악단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볼륨에 따른 스피커 성능은 앰프의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부메스터의 성능은 이미 윌슨 베네시 등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경험해본 바 케프의 성능이 궁금했다. 동축의 좋은 점이라면 가까운 거리에서도 스테이징, 밸런스 왜곡이 적어 작은 공간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낮은 볼륨에서는 섬세하고 높은 볼륨에서 디테일과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뭉개지지 않고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REFERENCE 3 Meta perspective front in pair grille off high gloss black copper 1

총평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힌 스케일을 그려낸다거나 유닛 설계에 걸맞지 않은 울트라 하이엔드 특유의 소리로 매혹하는 스피커도 아니다. 하지만 가만 가만 듣다 보면 이 이 정도에서 정착해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미묘한 조화와 균형을 퍼즐처럼 맞추어낸 레펀런스다. 특히 대역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고 토널 밸런스 또한 왜곡이 적어 각 악기들의 음색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다. 더불어 지향성 측면, 포커싱, 정위감은 그 어떤 하이엔드 스피커보다 뒤처지지 않는 모습으로서 케프가 수십년 동안 동축 드라이브 유닛 설계에 매진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Reference 3 Meta는 스튜디오 혹은 공연장에서 귀로 직접 듣는 것과 녹음과 저장 후 하드웨어로 듣는 그 사이의 왜곡을 최소화한 소리를 피로했다. 하드웨어의 장막을 걷어낸 음악의 진실이 여기 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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