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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허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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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루민에서 출시한 L2를 테스트해보면서 최근 몇 년간 또 한번 발전한 디지털 기술을 맛보고 있다. 더불어 그 진보한 기술이 과연 음질적으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스위치 허브는 사실 오디오 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오디오용 허브를 경험하면서부터다. 예를 들어 웨이버사에서 출시한 스마트허브였다. 작은 사이즈에 포트도 몇 개 없었지만 전원, 클럭 등 오디오 전용으로 설계했을 때의 허브 차이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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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넷기어에서 만든 GS810EMX도 사용하면서 꽤 만족스러웠다. 당시 Wcore 및 다른 네트워크 장비들도 이더넷 입력단이 허술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노이즈 혹은 지터가 있었던 것. 시스템이 바뀌어도 꼭 이 허브를 중간에 사용하곤 했다. 이 외에도 HP 허브도 국내에서 튜닝한 것들이 있고 최근엔 중국에서 LHY 등 다양한 허브가 나오고 있으며 꽤 대중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많은 오디오파일이 오디오 전용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의 중요성을 알게 된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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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유기 외에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공유기는 가정 안으로 들어오는 인터넷을 같은 여러 기기가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말 그대로 공유하는 것. 컴퓨터, TV, 게임기기, 셋탑 박스 등 그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주요 기능이 공유기에 연결된 기기에 인터넷을 연결해주며 각 기기마다 IP 주소를 부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시에도 유용하다.

스위치 허브 등 오디오 전용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공유기를 오디오에서 멀리 떨어트리고 전원 케이블도 분리시키는 게 좋다. 이 노이즈는 실제로 엄청나서 옆에 포노앰프 등 아날로그 장비에 노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기서 더해 스위치 허브를 사용하면 그나마 나아진다. 하지만 컴퓨터 장비 메이커들이 만들어낸 스위치 허브의 경우 대다수 속도와 내구성 정도에만 우위를 보일 뿐 실제 데이터 전송의 품질에 있어선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여러 메이커에서 스위치 허브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공유기는 오로지 인터넷 연결 및 고유 IP 할당 기능만 하고 스위치 허브를 통해 실제 음악 재생에 필요한 데이터가 흐르게 만들면 음원 재생 품질은 드라마틱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용한 기능 뒤엔 부실한 전원부로 인한 전기적 노이즈, 클럭 오차 등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는다. 이런 네트워크 장비에서 LED 등만 꺼도 음질이 나아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나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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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디오 분야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자리잡는 데 선조 격인 역할은 한 메리디안이 술루스(Sooloos)라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개발하면서 스위치 허브를 테스트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 중 하나가 지금도 일부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HP(3COM) 스위치 허브들이다. 우선 일반적인 공유기나 스위치 허브 모두 오디오 전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경우 전자기 간섭이나 무선 주파수 간섭이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전달되면 아주 작은 노이즈도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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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이솔레이터 등에서 일부 저감할 수는 있지만 원천적으로는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지터 노이즈 발생 가능성도 있다. RF 주파수 범위 안에서 이동하는 디지털 데이터의 비트 포현은 RF 노이즈로 인해 반사되며 시간축 특성을 방해해 비트의 정확한 구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즉, 지터를 발생시킨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장비들에서 지터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많다. 온라인 스트리밍보다는 뮤직 서버 기능을 통해 음원을 내장시켜 듣는 것이 좀 더 나은 음질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HP PS1810 튜닝 허브
HP-PS1810 튜닝 허브

오디오 전용으로 개발해 여러 전기적 노이즈 및 지터 노이즈를 저감한 허브가 출시되기 전 HP 등 여러 일반 허브를 가지고 튜닝을 하는 DIY 파들은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주로 튜닝하는 부분은 모든 액티브 기기들의 심장인 전원부다. 저가 스위칭 전원을 버리고 리니어 전원으로 교체한다. 한편 내부에 저가 클럭을 제거하고 초고정밀 클럭을 장착한다. 여기에 더해 진동 노이즈 저감을 위해 허브보다 더 비싼 인슐레이터 등을 장착하곤 한다. 여기서 차폐를 위해 풀 알루미늄으로 절삭한 섀시를 새로 꾸리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알고 보면 모두 위에서 서술한 일반적인 공유기, 허브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들이다. 방식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원인에 대해서는 일맥상통하는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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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일부 오디오 메이커들이 뛰어든다. 네트워크 부문에서 별다른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어 보이는데 엄청난 고가의 스위치 허브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도 있다. 위 사진은 수천, 수만 불에 이르는 오디오용 허브의 내부다. 내부 포트 설계를 보면 이 부분은 D-LINK라는 업체의 몇 만 원짜리 허브와 동일하다. 물론 앞선 언급한 전원부 등은 다르다. 그런데 전원부도 염가의 스위칭 전원이다. 이 외의 회로에선 자체적인 노이즈 저감 회로를 설계한 듯 한데 그렇다고 몇 천, 몇 만 불에 판매할 이유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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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루민 L2를 테스트해보면서 처음엔 가격표를 보고 나도 놀랐다. 과연 이 정도의 가치를 갖는가? 하지만 루민은 역시 네트워크 부문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메이커다웠다. 공개된 내부를 보면 모두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부도 정밀 스위칭 전원부로 완벽히 차폐시켰고 신호 전송 섹션을 담은 보드와 거리를 두고 배치했다. 오랜 시간 네트워크 플레이어, 렌더러를 제작해온 메이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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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더 나아가 SFP 광 포트를 마련한 것은 신의 한 수다. 린 등 일부 진보적인 네트워크 전문 메이커들이 채용하고 나선 광 전송 방식을 위해서다. 예전엔 GBIC 모듈을 사용해 연결하곤 했는데 이젠 허브 자체 내부에 SFP 광 전송 회로를 마련해놓았다. 광 전송을 통해 일체의 전송간 노이즈 인입 확률을 최소화한 것. 괜히 린이 6천만원대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SFP 광 포트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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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L2는 사실 네트워크 스위치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사실 L2는 뮤직 서버로서 지분도 크다. 이는 많이 테스트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시간 내서 테스트해볼 생각이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사용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 설명했듯 온라인 스트리밍도 잘 세팅하면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지만 극단으로 가면 역시 내장 음원 재생이 답이다. 이런 뮤직 서버 기능은 여러 메이커에서 지원하긴 하지만 운용 면에서 무척 번거롭고 불편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루민이라면 안심이다. 이들의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랫폼은 경험상 매우 친절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에소테릭 같은 선배 브랜드가 루민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빌려 쓰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무튼 간만에 무척 재미있는 네트워크 장비가 출현했다. 한동안 재미있게 즐겨봐야겠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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