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2권이 2019년에 나왔고 이후 책을 내는 건 요원해 보였다. 나조차도 조금은 힘에 부쳤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컸다. 도저히 시간이나 의욕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변명 같지만 책을 내서 얻는 수익은 적고 눈앞엔 한 달 한 달 먹고 살아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멈춘 건 아니었다. 그 생각에 벅차오를 때 즈음 시청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2023년이었다. 다른 건 전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은 점점 잊혀져 가는 듯했다.

그때쯤 계약서를 써버렸다. 왜 하필 시청실 내고 바빠진 그 때에 계약서를 내밀었는지, 나는 또 왜 당연하다는 듯 사인을 해버렸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사인을 하고 시간을 쪼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을 놓은 일이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조금 다른 콘셉트로 책을 쓰면서 흥미를 붙이게 되었고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국내 음악과 해외 음악을 큰 줄기로 나누고 컴필레이션을 덧붙였다.

2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즈음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모든 것은 일시 정지되었다. 가만히 놀고 있을 순 없었다. 좀 더 충실하게 만들 생각에 이리 저리 궁리를 하다가 앨범을 더 추가하는 가닥을 잡았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국내외 음반 중 음악도 음악이지만 음향에 대해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나의 레퍼런스 음악’을 별도로 선정했다. 이로서 하나의 챕터가 추가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약 30여 타이틀에 대한 리뷰를 더 썼고 일부 앨범은 교체했다. 결국 국내 앨범, 해외 앨범 그리고 나의 레퍼런스 앨범 및 컴필레이션 앨범 등 크게 네 개 챕터로 완성되었다.

프롤로그 부문도 좀 더 신경을 썼다. 1권에선 초심자들을 위한 기초적인 가이드를, 2권에선 비판적인 음악 듣기에 대한 가이드들 썼었다. 3권에선 기초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음악, 음향에 대한 짧은 칼럼을 일곱 편에 걸쳐 써내려갔다. 니어필드 리스닝에선 아큐페이즈 E-5000의 볼륨을, 배경 표현과 공간의 여백에 관해선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바쿤 5522P를 언급하는 식이다. 이 외에 소리에 대한 나름의 시선을 소스 기기와 스피커를 통해 피력해보았다.
별일 없는 한 이 상태에서 약간 더 수정을 거쳐 출간할 예정이다. 이번엔 3권뿐 아니라 1,2권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도 막바지 교정 중이지만 이번에 기억에 남는 건 무엇보다 교정이었다. 이전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고쳤다. 나만 해도 약 다섯 번에 걸쳐 교정을 보았고 출판사에서도 추가로 교정을 보았다. 편집 디자인도 더 심혈을 기울여 아마도 세 권 중 가장 멋지고 보기 좋은 모습을 나올 것 같다. 출간은 아마도 이번 달 안으로 가능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