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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 Wcore 그리고 아솔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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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오디오가 시작된 걸 디지털을 담는 그릇인 CD가 개발된 때로 본다면 이제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마치 선사시대라도 될 것처럼 보이는 시기가 사실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고작 1세기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하나를 모두 수록할 수 있는 매체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개발되었다는 이야기가 그 시간을 어림잡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시간이 문제라면 교향곡 하나가 문제인가. 교향곡 전집을 넣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디지털 오디오는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흘러 디지털 음원의 시대가 왔고 알다시피 지금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통해 음원을 재생해 듣는다. 물론 여전히 CD를 리핑하거나 고해상도 음원을 저장장치에 다운로드받아 듣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나조차 얼마 전 고장난 NAS 안에 4테라바이트 정도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건만 여전히 귀찮다는 이유로 온라인 스트리밍에 의존하고 있다. 이 귀차니즘은 때론 오디오파일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든다. 그저 앱만 열면 수억 개의 곡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NAS 등 저장장치가 왜 필요하냐는 자기 합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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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은 차이가 청감상 꽤 큰 차이를 불러오는 게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다. 특히 디지털 오디오의 최대 이슈였던 CD가 LP를 대체할 것 같았으나 반세기도 못가고 음원의 시대에 자리를 내놓았다. 이젠 음원이 없는 음악 감상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와중에 여러 인터페이스가 생겨났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더욱 복잡해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 하나로 완전한 기기였던 CD 플레이어, 좀 더 복잡해봤자 CDT와 DAC, 또는 클럭 정도로 세분화되었던 오디오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뮤직 서버, DAC는 물론이며 공유기와 허브, 각종 액세서리를 투입해야 과거 CD 플레이어에서 듣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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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시대가 아무리 활개 쳐도 LP와 CD에 머물러 있던 내게 보다 좋은 소리를,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은 ROON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 ROON이 개발되어 나왔던 당시 많은 오디오 브랜드의 리모트 앱은 부실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ROON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ROON 코어가 필요하다는 점. 이것이 사실 ROON의 대중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 말끔히 해소해주었던 것인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ROON 코어 Wcore였다.

출시된지 무려 7년. 2017년에 처음 출시된 이후 2.0 업그레이드 외에 클럭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이후 나의 메인 시스템에서 한 번도 격리된 적이 없는 오디오 컴포넌트는 아마도 Wcore 2.0이 유일할 것이다. Wcore 덕분에 디지털 음원을 더 많이 듣게 되었고 NAS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도 더 상세히 파악하게 되었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첫 번째 책이 2017년에 나왔고 최근 3권까지 출간했는데 ROON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책을 쓰는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확실하다. 기술의 발전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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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아이솔레이터를 장착하는 일이 있었다. 웨이버사는 Wcore에 몇 단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었던 것. 당시 막 개발되었던 Wlan-EXT 아이솔레이터를 내부에 장착해 Wlan-INT 업그레이드도 불러왔다. 이후엔 Wlan-EXT 레퍼런스까지 단계별 업그레이드 모델이 탄생했다. 잠시 한산한 틈을 타 웨이버사에서 Wcore에 Wlan-INT를 업그레이드했던 기억이 난다. 클럭 업그레이드도 유의미한 음질적 상승이 있었지만 아이솔레이터 장착으로 인한 음질적 상승은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Wlan-EXT 레퍼런스까지 리뷰하면서 이더넷 전송을 통해 인입되는 노이즈의 양과 범위, 그리고 그 폐해가 굉장히 심각함을 실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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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다시 한 번 놀라운 경험을 했다. 다름 아닌 Wlan-EXT Reference Plus라는 모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Wlan-EXT의 최상급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이전에도 사용해볼 기회가 있긴 했지만 세부적으로 테스트해보진 못해 아쉬웠던 제품.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최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Wcore에 매칭해주면 좋을 듯해서 내심 기대를 하며 시스템에 적용해보았다. 적용 포인트는 이더넷 허브와 Wcore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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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트 시스템

  • 룬 서버 : 웨이버사 Wcore
  • 네트워크 플레이어 : 오렌더 A1000
  • DAC : 반오디오 Firebird MK3 Final Evo
  • 앰프 : 아큐페이즈 E-5000
  • 스피커 :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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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무스 앙상블 – Dindirindin

여성 성부와 남성 성부의 음색 구분이 더 명료하게 이뤄진다. 히모닉스 성분에서 노이즈 저감으로 인해 왜곡이 사라진 모습이다. 한편 각 성부의 위치 또한 더 명료해진다. 하모닉스는 물론 시간축 특성의 오류도 더 적어진 인상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아이솔레이터 하나로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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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모렐로 – Autumn leaves

더블 베이스 소리가 더 명료하다. 핑거링 힘이 더 세진 듯 줄 튕김에 더 힘이 가해져 박진감 넘치는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드럼 또한 더 강력해진다. 추진력이 한껏 증가해 팽팽한 긴장감이 증대되는 모습. 저역은 더 깊고 빠르며 힘차고 브러시, 심벌도 매우 섬세하고 싱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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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K/크리스 존스 – All your love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볼수록 아이솔레이터로 인한 차이를 더 심도 깊게 알게 된다. 다이내믹스 부분은 새로운 변곡점을 마련해주었다. 강력한 쾌감은 다름 아닌 약음과 강음의 더 분명한 대비에서 오는 것이었다. 피킹이 여릴 때와 강력할 때 차이가 밤과 낮처럼 크게 대비되어 더욱 세밀하고 구체적인 실체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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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스트리밍이 음악 감상의 주요 주제로 떠오르면서 여러 시도를 해오고 있다. 실제 변화를 주어보면 공유기, 허브를 비롯해 랜 케이블, 아이솔레이터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내 시스템에선 현재 허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Wcore 자체가 허브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대신 Wcore 내부에 장착된 아이솔레이터, 그리고 최종적으로 Wlan-EXT 레퍼런스 플러스 아이솔레이터로 이더넷 전송에 인입되는 노이즈를 철저히 저감시켜주는 형태로 일단락되었다. 전기적 노이즈 및 타이밍 오류로 인한 지터 노이즈를 낮추는 데 있어서 더 이상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하나 더 있다. 바로 랜 케이블인데 최근 아틀라스 Mavros Streaming Grun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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