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녹음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순수한 녹음들이 그렇다. 최근 알게 된 OUR 레코딩스도 그렇다. 고전 악기들이 주로 쓰이며 녹음 공간은 서양이 아닌 일본의 치치부 뮤즈 파크다. 여러 특징들이 이 녹음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고해상도 녹음으로 DXD 포맷으로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CD를 입수해 들어보면서 글을 남겨본다.
일단 이 앨범 ‘On A Ground’는 그라운드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다. 그라운드 베이스는 저음 패턴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면서 그 위에 다양한 멜로디를 변주해 얹는 음악 형식이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자주 등장했던 형식으로 이 앨범의 음악적 바탕이 된다. 곡들은 바흐부터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등의 바로크 음악부터 시작해 덴마크 작곡가 라르스 한니발 등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고 있다.

연주는 리코더 연주자 미칼라 페트리와 함께 일본의 마리 니시야마가 참여했다. 음악적 형식이나 레퍼토리, 그리고 연주자의 면면을 볼 때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덴마크 출신 리코더 연주자 미칼라 페트리는 키스 자렛, 네빌 마리너, 기돈 그레머 등 다양한 연주자와 협연하면서 리코더의 한계를 확장해온 음악인이다. 여기에 하프시코드 연주자 마리 니시야마는 바로크 등 고전 음악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연기 전 세계를 돌며 활동 중이다.
수록곡을 살펴보면 일단 영국 민요 “Greensleeves”를 그라운드 베이스로 변주한 ‘Greensleeves to a Ground’이 먼저 귀에 들어온다. 리코더의 맑은 음색에[ 더해 하프의 부드러운 반주가 곡의 서정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편 ‘Recercada No. 1–8’는 스페인 작곡가 디에고 오르티스의 작품으로 그라운드 베이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앨범을 이어서 듣다보면 종종 무척 익숙한 악곡들이 흘러나와 친근하다. 예를 들어 ‘Oboe Concerto in D Minor: II. Adagio’이 대표적이다. 원래 오보에를 위해 작곡된 곡을 리코더와 하프로 편곡하여, 바로크 음악의 깊이를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라르스 한니발의 작품들. 즉, ‘Dreams’, ‘Sunset Dance’, ‘Twilight on a Ground’, ‘Waves on a Ground’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라운드 베이스를 재해석한 곡들로 주목할하다. 끝으로 에릭 사티의 미니멀리즘과 명상적 분위기가 리코더와 하프의 조합을 통해 신선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미칼라 페트리와 마리 니시야마의 협연으로 재탄생한 그라운드 베이스 형식의 클래식 레퍼토리는 원곡과 또 다른 감흥을 만들어낸다. 뭔가 파격적인 방식이 아니다. 원곡을 뛰어넘는 서정성은 때론 낭만적이고 어떤 부분에선 시공간을 초월한 명상적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치치부 뮤즈 파크라는 공간의 앰비언스가 자연스럽게 살아 있어 악기의 음색이 윤색 없이 아름답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