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조넌스 레이블이 발매한 여러 앨범 중 르네 라플렘의 2xHD이 발매한 것은 ‘Some other time’. 탁월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레조넌스의 제브 펠드먼이 독일의 전설적 재즈 레이블 MPS 사장의 아들을 만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어 결국 재발매된 바 있는 앨범으로 최초 LP 발매시 품절 후 몇 배 가격으로 급등하는 등 이슈를 낳은 앨범이다. 최초 2016년 출시된 이후 CD로도 출시된 바 있고 2020년에 다시 RSD(레코드 스토어 데이)를 기해 다시 LP로 발매되기도 했다. 이를 2xHD는 자체 마스터링을 거쳐 릴 테잎으로 발매하는가 하면 최근엔 45RPM LP로 다시 발매했다.
레조넌스가 발매한 여러 미공개 세션 중에 유독 이 녹음이 주목받는 이유는 거의 정규앨범에 버금가는 녹음 퀄리티와 연주진 덕분이다. 이 앨범은 1968년 6월 20일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에서 녹음한 것으로 에디 고메즈, 잭 디조넷과 함께 유럽 투어 중 이뤄진 것이다. 참고로 6월 15일 그 유명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공연 이후 고작 닷새 후에 이뤄진 녹음이어서 연주력도 최상이었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녹음은 버브 레코드에서 라이브 실황 앨범으로 발매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했던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정규작으로 발매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무관의 제왕’ 같은 앨범이다.
CD와 LP에 수록되었던 스물 한곡 중에 절반도 안 되는 아홉 곡만 추려 담은 것은 아쉬운 부분인데 45RPM으로 만들면서 타협한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레이블의 기획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는 일. 다음에 가능하다면 Vol.2가 나오면 좋을 듯하다. 전체 패키지 디자인은 훌륭한 편이다. 커버 아트웍도 기존 레조넌스와 달리 자사의 릴테잎 재발매 커버 아트웍을 거의 비슷하게 빌려온 모습. 데브 펠드먼이 잭 디조넷, 에디 고메즈와 진행한 심도 깊은 인터뷰도 그대로 인서트에 실었다.
아마도 오디오파일이 궁금한 것은 음질일 듯. 내가 가지고 있는 LP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2xHD 버전이 기저 잡음 자체가 더 적어 깨끗하게 들린다. 타건과 타건 사이, 베이스 피치카토 사이 공간이 적막하다. 피아노 타건의 투명도도 더 높고 싱싱하게 들린다. 전체적으로 마스터를 다룬 사람이 레조넌스는 케빈 그레이고 2xHD는 르네 라플렘이 마스터링, 버니 그런드먼 마스터링 랩에서 최종 커팅을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르네 라플렘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것이 이런 차이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나그라 등 2xHD가 이른바 ‘퓨전 마스터링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에서 뭔가 재주를 부렸다고 밖엔 설명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고음질 LP가 소장할만 하냐고 묻는다면 나의 경우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애초에 전곡이 담긴 24비트 디지털 음원을 가지고 있고 기존에 레조넌스에서 발매한 RTI 프레싱도 가지고 있음에도 그렇다. 하지만 하나만 사야 한다면 고민될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21곡 전곡 중 일부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진 레조넌스에서 나온 CD 혹은 온라인 스트리밍 등 디지털로 즐길 수밖에. 아무튼 총 세 종류의 서로 다른 버전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다시 들어도 좋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