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돌프 그리고 스타인웨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국내 공예품 전문 브랜드에서 진공관 앰프와 콜라보를 통해 신제품을 런칭한다는 이야기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보는 매체에 글을 쓰고 역시 오디오 마니아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항상 눈과 귀는 다른 곳에 열려 있는 내게 솔깃한 뉴스였다. 얼마가 더 지났을까? 이야기가 더 진전되어 그 제품에 대한 영상 인터뷰를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아나운서 출신 인터뷰어가 환한 조명 아래에서 연신 질문을 던지는데 평소 유튜브 촬여을 밥 먹듯이 하는 나도 식은땀이 났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또 다른 통찰도 덩달아 얻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능력이 인터뷰이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대화의 줄기를 이쪽저쪽, 혹은 또 다른 방향으로 끌고 나가주면 나 또한 내면에 있지만 나조차도 정영화시키지 못했던 생각들이 하나의 똬리가 되어 생각해볼만한 개념으로 완성되고 입 밖으로 발화되곤 하고 그 말에 나 또한 놀라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인터뷰이로 초대되었다.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한 ‘사진 찍는 작가’ 윤광준은 오래 전 나처럼 오디오 평론을 했던 분이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 인터뷰를 차례를 기다리던 한 사람이 있다. 알고 보니 피아니스트 김정원씨였다. 딱히 할 일 없는 공강 시간 같은 시간을 그와 대화로 매워볼 요량으로 옆자리에 앉았다. 나처럼 오디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음악에 있어선 뵈젠도르퍼 국제 콩쿨 우승자 아니던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스타인웨이 링돌프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뿔사. 그는 오디오 고수였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2007년 세계 최고급 피아노를 만드는 스타인웨이 선스와 링돌프 오디오가 만든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다. 그렇다면 링돌프 오디오는 어떤 메이커이길래 이런 기라성 같은 피아노 브랜드와 함께 브랜드를 런칭한 것일까? 오디오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링돌프 오디오는 덴마크의 오디오 사업가 피터 링돌프가 설립한 메이커다. 피터 링돌프가 누구인가? 바로 달리 스피커의 창립자이며 한 때는 NAD를 소유했었으며 지금은 초하이엔드 메이커로 성장한 그리폰의 투자자였다. 그는 덴마크를 넘어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의 레전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이테크 스트리밍 앰프
최근 링돌프의 TDAI-3400을 만난 것은 꽤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 중 하나였다. 스트리밍 앰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업계들은 서로가 서로를 카피하면서 성장 중이지만 그만큼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안정화 단계에 이르자 기능과 성능이 어느 정도 유사해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술 도입이 많지 않는 편이다. 대응 포맷과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며 좀 다른 것이라면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리모트 앱 편의성 등에 있는 정도다.
하지만 TDAI-3400은 첫 만남부터 이전에 테스트했던 제품들 대비 남다른 면들이 너무 많았다. 하긴 피터 링돌프의 이력을 보면 택트 오디오, 토카타 등 DSP 기술 및 음향 보정 기술을 가진 브랜드에 대한 투자, 인수 이력 등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가 이름을 걸고 설립한 링돌프 오디오에서 출시한 플래그십 스트리밍 앰프 TDAI-3400은 과연 어떤 기술과 기능을 탑재하고 있을까? 일단 이 앰프는 리눅스 O/S를 기반으로 하면서 ARM 코어텍스 A9을 탑재한 앰프다. 이를 통해 여러 다양한 경로로 입력되는 신호를 처리, 관장하며 굉장히 많은 스트리밍 관련 인터페이스를 컨트롤한다.
따라서 디지털 도메인에서 TDAI-3400은 못다룰 포맷이나 대응하지 못할 인터페이스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우선 에어플레이, 블루투스에 모두 대응하고 DLNA/UPnP도 당연히 지원하다. 따라서 타이달, 스포티파이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 국내 멜론, 벅스 등도 지원한다. ROON 레디 제품으로 ROON 사용자도 손쉽게 이 제품 하나만 있으면 스피커만 추가해 음악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입력도 다양한다. LAN은 기본이고 USB, 동축, 광 입력 등 유선 디지털 입력단이 빼곡히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아날로그 RCA 입력단도 포함되며 HDMI 옵션 모듈을 추가하면 TV 등 영상 기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도 있다. 대응 해상도는 PCM의 경우 32bit/384kHz, DSD는 DSD128까지 지원한다. 현존하는 스트리밍 포맷은 모두 재생 가능하다고 보면 맞다.
이런 다양한 입력은 바로 DA 변환 없이 바로 PWM 증폭으로 이어진다. 입력에서 증폭까지 모두 아날로그 변환 없이 디지털 도메인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아날로그 변환시 생길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왜곡, 훼손이 없어 향후 미래의 증폭 기술로 각광받는 증폭 기술에 있어 링돌프는 진심이다. 그럴 수 있는 데엔 이전에 피터 링돌프가 택트 오디오를 인수하면서 누적된 디지털 증폭 관련 기술이 한 몫 했다. 다름 아닌 이퀴비트(EQUIBIT) 기술로서 풀 디지털 증폭 기술 중 독보적이라 할만한 성능을 자랑하다. 이를 통해 TDAI-3400은 8옴 기준 채널당 200와트, 4옴에선 400와트 등 부하 임피던스 하강에 정확히 두 배의 선형적 증폭을 보여준다.
입력부터 증폭까지 풀 디지털 체인으로 구성했을 때 좋은 점은 증폭 이전에 대단히 다양한 기능을 설계해 엔지니어 입맛대로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의 무한 확장성을 링돌프는 공간 음향 보정 기능에 투자했다. 바로 룸퍼펙트(RoomPerfect) 프로그램이다. TDAI-3400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마이크와 스탠드 등을 제공하는데 이 마이크를 제품 전면에 연결하고 평소 음악을 들을 공간의 음향 특성을 측정한 후 제품에 적용하면 끝이다. 최근 하이파이 및 홈 시어터 기기들에 채용되고 있는 디락 라이브와 유사한 컨셉의 소프트웨어가 기본 내장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 이 기능은 너무나 궁금해 혼자서 시청실에서 여러 번 테스트를 해보았다. 일반적인 가정집의 음악 감상 환경이라는 게 음향적으로 난반사 및 시간축 오류로 인한 대역 밸런스 손상 및 포커싱 훼손 등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룸퍼펙트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부분들을 대단히 방대한 부분에 걸쳐 데이터화한 후 제품에 적용해 음향을 보정해준다. 이 또한 피터 링돌프의 오랜 경륜과 역사 위에서 가능했다. 택트 오디오 시절부터 이어진 룸 음향 보정 기술은 무려 20년 넘게 이어져오면서 섬세하게 가다듬어진 것이다. 함께 제공하는 마이크도 수준급이며 이를 통해 수음된 음향 정보는 TDAI-3400에 데이터로 저장되어 초고속 DSP 두 개가 연산처리 후 증폭부까지 전달, 최종 증폭에 적용된다.
정확하고 투명한 사운드
테스트는 필자의 전용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일반적인 앰프와 달리 공간 음향 보정 시스템을 내장하고 있어 마이크로 다양한 테스트를 이어나간 후 이를 적용해 전/후를 비교하기도 하는 등 다각적인 테스트를 수반했다. 하지만 스피커는 하나만 사용했다. 윌슨 오디오 Sasha가 제격이었고 어떤 음악들도 과도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상당히 평탄한 사운드를 재생해주었다.
에밀리 클레어 발로우 – The very thougt of you
처음 이 제품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마치 맑은 하늘이 열리듯 잡티 하나 없는 투명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또한 그늘이 없으면서 특정 제작자의 버릇 같은 것 없이 정말 원본 마스터를 그대로 확대, 복사한 듯한 정교함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에밀리 클레어 발로우의 노래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살짝 높은 편으로 상쾌하고 밝은 톤으로 그려진다. 에밀리의 보컬이 중간 음향판 중간에서 또렷히 맺히며 정교한 음상을 표현해낸다. 보컬이나 악기들의 표정은 상세히 표현되어 눈을 감으면 눈에 그려질 듯 리얼하다.
부슈 트리오 – 드보르작 ‘Dumky’
역시 대단히 깨끗하고 단정한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우리가 과거 트랜지스터나 진공관에 기대어 생각하고 연상하던 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무엇이 더 좋을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러한 간결하고 말끔하며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충분히 좋아할만하다. 피아노는 피아노로서 거기 있고 현악들은 모두 하나하나 분리해 분석한 후 다시 합쳐 재생하는 듯하다. 마치 마스터링을 다시 해서 들려주는 듯하는 부분도 느껴진다. 하지만 토널 밸런스, 다이내믹스는 절대 해치지 않는 선에서다.
포플레이 – Tally ho!
동적인 측면에서 이 앰프는 풀 디지털 앰프의 강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어택부터 순간적이 타격감이 높은 녹음임에도 바로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 서스테인이 짧고 흔적 없이 빠르게 릴리스되기 때문에 어떤 뒷맛도 없이 말끔하다. 디지털 앰프의 강점이 두드러지므로 일반적인 클래스 A, AB 증폭 앰프 또는 진공관 앰프에 길들여진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처음엔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면 나쁜 버릇이 없고 왜곡이 적어 오래 들어도 되레 편안하다.
가디너/몬테베르디 합창단 – 바흐 ‘Cum sancto spiritu’
빠른 패시지를 그리면 입체적인 사운드를 그려내는 능력은 거의 고역에 달려있다. 특히 이런 앰프는 당연히 매우 뛰어난 정위감과 함께 전후 거리감을 정밀하게 포착해낸다. 너무 왜소하지도 너무 공격적이지 않아 클래식 대편성에서도 무대 재현력은 일품이다. 이런 무대 표현에 있어선 말끔하면서 해상력 높은 TDAI-3400의 특성이 한 몫 한다. 섣불리 시간축 특성을 왜곡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디지털 음원에 저장된 정보를 최대한 손실 없이 풍부하게 선형적으로 증폭해주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총평
여러 음악을 들었지만 확실히 룸퍼펙트 공간 음향 보정을 적용한 후와 적용하기 전의 음질을 드라마틱한 차이를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공간 음향 보정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해보았고 이것이 과연 음악 재생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도 많이 해보았다. 때론 공간 보정된 음악이 어쩔 땐 너무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도 있었다. 하지만 룸퍼펙트 기능은 대단히 광범위한 표본 포집을 통해 무척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주었다. 예를 들어 나의 공간에 한해서 변화점이라면 특히 전체적인 무대를 더욱 크게 그려주어 스피커의 크기가 커진 듯한 느낌이었고 그 기저엔 중, 저역 양감 증대가 작용했다. 한편 전체 대역에 걸쳐 더 맑아진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포커싱, 정위감 향상도 기대 이상이었다.
만일 미래에 절대 다수가 사용할 앰프의 규격을 통일한다면 아마도 링돌프 오디오의 TDAI-3400의 축약판 같은 형식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별도의 독립적인 리모트 앱을 제공하며 리모컨도 물로 지원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웹 브라우저에 IP 주소를 입력하면 나오는 셋업 화면이다. 심플하지만 프로용 리모트 컨트롤러 디자인처럼 전문적이고 대단히 다양한 기능을 셋업, 조정할 수 있다. 룸퍼펙트 기능 외에 입, 출력 그리고 자체 보이싱 이퀄라이저 등등 사용자의 입맛대로 사운드를 세팅할 수 있도록 방대한 조정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TDAI-3400은 링돌프 오디오가 미래에서 보내온 선물 같은 제품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제원
Description: 2-channel integrated amplifier and audio processor
Power handling: 2 x 400 W RMS @ 4Ohm / 2 x 200 W RMS @ 8Ohm
Standard digital inputs:
1 x AES-EBU (≤192kHz/24bit)
(Asynchronous) 2 x Coaxial (≤192kHz/24bit)
3 x Optical (≤96 kHz/24bit)
2 x USB A
1 x USB B (≤384kHz/32 bit + DXD / DSD64 / DSD128, MQA decoding)
Standard analog inputs: 2 x Analog Single Ended RCA (Max level: 4.0V = 0dBFS)
1 x Microphone input for RoomPerfect™ calibration
HDMI 2.1 module:
1 x HDMI Output / 2 x HDMI Inputs (PCM ≤192kHz/24bit)
(Optional) eARC/ARC (PCM ≤192 kHz/24bit)
CEC integration
HDMI 2.1b support
HDCP 2.3
Resolutions requiring 600 MHz clock supported
High-end analog input module:
1 x RIAA Phono MM
(Optional) 2 x Single Ended RCA
1 x Balanced XLR
Standard outputs: 1 x Stereo Analog RCA
1 x Stereo Analog XLR
1 x Stereo Digital Coax
1 x Headphone 3,5mm
Audio specifications: Frequency Response: ±0,5dB from 20 to 20,000 Hz
Total Harmonic Distortion: 0.05% max from 20 to 20,000 Hz
THD-N 1w/8ohm 0,04% / THD-N 1w/4ohm 0,04%
Mediaplayer: Internet Radio (vTuner), Spotify Connect, Roon Ready, TIDAL Connect incl. MQA decoding, DLNA Support (uPnP/see DLNA formats), AirPlay2,
Local file playback (USB)
Wireless connections: Bluetooth (for Remote Control and BLE), Wi-Fi (802.11 n/ac)
Trigger (12V): 1 x Input, which can be related to audio inputs
1 x Output
3.5mm jack / Thresholds approx.: On: 2.4V Off: 1.6V
Control interfaces: Web-interface
IP Control
1 x DB9 connector for RS232 control
1 x RJ45 Ethernet LAN connector
2 x USB connectors (Type A)
1 x SD card slot (Backup of filters and settings)
Accessories included: RoomPerfect™ Microphone
Microphone stand, cable & mini-jack connector
Remote control (IR / BLE)
Placement options: Optional rack mount or freestanding
Heat dissipation value: 270 BTU
Dimensions (W x H x D): 45 x 10.5 x 36 cm (including connectors)
17.7 x 4.1 x 14.1 inches
Weight: 8.2 kg / 18.1 lb
Finish: Matte black
제조사 : 링돌프 오디오(덴마크)
공식 수입원 : ㈜ODE
공식 소비자 가격 : 12,000,000원
제품 문의 : 02-512-4091
청음 예약 : https://bitly.ws/366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