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부터 음악전문지 [재즈피플] 고정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즈중독자의 여행수첩’이라는 연재칼럼 외에 다른 주제의 글도 쓰고 있는데 2024년 6월호에는 나윤선 내한공연 취재기를 추가로 작성했다. 2024년 4월17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나윤선 콘서트는 그의 음악인생 30년과 신보 앨범 ((Elles))를 소개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타이틀이자 프랑스어인 ‘엘르(Elles)’는 한국어로 ‘그녀들’에 해당한다. 나윤선은 이번 앨범에서 전설적인 여성 아티스트가 부른 곡을 열창한다. 니나 시몬, 뷔요크, 그레이스 존스, 그레이스 슬릭, 쉴라 조던, 앙헬 카브랄, 에디트 피아프, 로버타 플랙이 그들이다. 그렇게 재즈, 블루스, 솔, 록, 샹송, 민요, 팝 장르에서 활약했던 선배 뮤지션의 다채로운 기록지를 차분한 보폭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들려준다.
((Elles))는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등의 레코딩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밥 루드위그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음향 마스터링을 담당했다. 나윤선은 12집을 재즈 리메이크 형태로 기획했지만 계획을 바꿔 다양한 장르의 노래 50선에서 추려낸 14곡을 미국에서 녹음한다. 제작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존 코허드(Jon Cowherd)는 미국 뉴 올리온즈에서 재즈를 수학한 인물이다. 때문에 미국적인 재즈 사운드에 익숙한 존 코허드와 나윤선의 조합은 무난한 조화를 이뤄낸다.
((Elles))의 시작을 알리는 곡은 이다. 뮤직 비디오로 제작한 이 곡에서 나윤선은 니나 시몬의 습하고 그늘진 영혼을 담담한 어조로 소환한다. 은 영국 작곡가 레슬리 브리커스와 앤서니 뉴리가 함께 완성한 뮤지컬 곡이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가수, 작곡가, 배우인 뷔요크의 이었다. 원곡의 느낌을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트랙이다.
에서는 아르헨티나 피아졸라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에서 나윤선은 자신이 추종했던 마할리아 잭슨, 마리아 엔더슨, 오데타의 그늘에서 과감히 탈피한 명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쳇 베이커를 포함한 수많은 재즈맨이 도전했던 은 나윤선의 시선을 거쳐 긍정과 화해의 곡으로 변신한다.
뮤지컬 배우로 출발한 나윤선에게 360개월은 넘치는 악보와의 갈등과 화해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엔딩에서는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나윤선은 이제 편안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것이 30년이라는 재즈인생의 답안지가 아닐까 싶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나윤선의 재즈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키는 부분이다. 모든 재즈는 고적한 아름다움과의 동행이다. 이를 설명해주는 작품이 바로 ((Elle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