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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백, 영면에 들다

jeff

한 분야에서 긴 시간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런 사람을 보면 마치 도인 같은 아우라를 풍긴다. 마치 영원불사의 이미지를 느끼곤 하는데 특히 매스컴에 노출을 피할 수 없는 음악인, 연기인, 스포츠맨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한 분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특정 이미지에 박제되어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전성기 시절 특정 작품에서의 이미지가 그 사람을 상징한다.

제프 백 같은 경우 기타리스트로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야드버즈 시절 지미 페이지와 활동했지만 이내 탈퇴했고 핑크 플로이드의 영입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벡, 보가트 & 어피스 같은 일회성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결국은 제프 벡 그룹 혹은 제프 백 솔로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어떤 팀에 멤버로서가 아닌 리더로서 활동한 게 그 음악 인생 대부분이었다.

jeffbeck emotion

건강관리도 열심히 했던 것 같았고 당시 이름 날리던 기타리스트나 록커에 비하면 무척 건실한 이미지였던 제프 백. 불멸의 뮤지션처럼 생각했었고 약물 중독 한 번 없었던 그였지만 필멸자인 인간으로서 예외는 없었다. 어제 제프 백의 영면 소식을 듣고 들은 앨범은 젊었던 20세기 곡들이 아니라 비교적 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10년에 발표했던 ‘Emotion & Commotion’이다.

이 앨범은 내 책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을 집필할 때 유독 많이 들었다. 그래미 상까지 움켜쥐게 만든 앨범이지만 대표곡 ‘Hammerhead’ 외에도 ‘Lilac wine’ 그리고 ‘Nessun Dorma’등 명곡들이 그의 손에 의해 새 생명을 얻고 있다. 특히 ‘Nessun Dorma’. 오늘은 푸치니의 ‘아무도 잠들지 말라’가 좀 다르게 들린다. 부디 편안히 영면에 들길….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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