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코의 사자후
매지코 시대의 개막
사람은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음악은 사람에게 오디오를 만들게 했다. 하지만 특정 공간에서 특정 뮤지션에 의해 단 한 번 녹음된 음악을 어떤 결점도 없이 재생해준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녹음이 충실하다는 전제 하에 여전히 재생에 관한 부분은 여러 필요/충분 조건을 요구한다. 과거 B&W(Bowers&Wilkins)의 매트릭스 스피커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 정도 재생음이라면 더 이상의 스피커가 필요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포칼(Focal)이 베릴륨 트위터를 들고 나왔을 때 적어도 고역에서 만큼은 베릴륨 이전과 이후로 나뉠 거라는 확신이 들었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확신은 번복되기 일쑤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소재가 스피커의 소재로 사용도기 시작했다. 음질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음악적 진실을 일깨워주었다. 음악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은 음악에게 여전히 빚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다이아몬드 진동판의 시대가 왔고 독일 틸&파트너(Thiel&Partner)의 경우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응용 고체 물리학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며 아큐톤(Accuton) 진동판의 시대를 열었다. MP3 인코딩 방식을 개발한 바로 그 연구소 말이다.
또 하나의 격변이 일어난 것은 매지코(Magico)로부터였다. 여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와 매지코가 가장 구분되는 것은 바로 신소재의 활용이었고 베릴륨, 다이아몬드 그리고 알루미늄과 카본을 넘어 나노그래핀(Nanographene)을 스피커에 투입한 최초의 스피커 메이커가 그들이었다. 매지코의 수장 아론 울프의 주장은 확고하다. 비로소 매지코 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트위터의 진동판으로 소프트 돔은 절대 하드 돔의 성능을 쫒아오기 힘들며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 티타늄보다 베리륨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강도와 무게의 황금비를 찾기 시작한 후 그는 나노그래핀을 사용한 미드/베이스 우퍼 진동판을 완성해 선보였다. 다이어프램과 피스톤, 와류 전류 그리고 인클로저의 밀폐형 설계에 이르기까지 매지코는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스피커 관련 이론과 주장을 자신만의 주장하에 재정렬했으며 그에 따라 철두철미하게 설계 후 면밀하게 제작해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가격은 대중에게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S 시리즈가 존재하지만 매지코는 한 번 더 장벽을 낮추는 모험을 감행했다. 바로 시리즈 A 군단의 출격이다. 사실 대량 생산을 통한 대량 소비가 가능한 B&W, 포칼 같은 메이커가 아닌 초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의 경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시리즈 A는 조용히 A3라는 3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에 출시되었으니 어느새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A 시리즈의 출범을 이끈 스피커로서 가치가 높다. 그리고 전열을 다음은 시리즈 A 군단은 A1이라는 걸출한 북셀프 스피커를 내놓았다. 과거 Q1 같은 북셀프 이후 오랜만의 북셀프 모델 A1은 시리즈 A의 음질적 목표와 그 완성도에 대한 믿음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로서 기능했다.
시리즈 A의 플래그십 A5
다시 시리즈 A에 관한 소식을 들은 건 지난해 말이었다. 6061-T6 항공기용 고품질 알루미늄 인클로저와 전매특허와 같은 밀폐형 설계 그리고 퓨어 베리륨 트위터 및 나노그래핀/카본 진동판을 채용한 나노텍 우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A3의 확장형으로 보였다. 사실 기존에 시리즈 A라는 플랫폼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피커의 출시로 보였고 A5라는 모델명도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 실재 청음이 있기 전까지의 내 머릿속 상황이었다.
Magico A5
우선 처음 조우한 A5는 듬직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그런 연유엔 전면 배플을 빼곡이 메우고 잇는 총 다섯 발의 유닛의 존재가 있다. 주파수 대역을 22Hz에서 50kHz까지 재생 가능하도록 설계한 광대역 스피커로서 별도의 서브우퍼가 없더라도 초저역까지 재생이 가능한 스피커다. 퓨어 벨리륨 트위터에 베이스 우퍼 세 발을 채용했고 미드레인지 전용 유닛을 개발해 채용한 모습이다. 일단 트위터는 기존에 사용했던 트위터로서 최상의 M 시리즈에 사용하는 트위터의 지오메트리와 디자인을 따르고 있는 28mm 구경 유닛이다. 특주 네오디뮴 모터 시스템을 채용하고 후방에 독보적인 댐핑 처리를 가한 것으로 디스토션을 최소화하되 다이내믹스, 파워 핸들링 측면에서 현존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총 세 발의 우퍼는 모두 9인치 그래핀-나노텍 유닛이다. 카본과 나노텍을 활용해 샌드위치 방식으로 접합한 것으로서 역존 최고 수준의 강도/무게 비율을 실현한 유닛. 이런 작업은 FEA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프로토타입 제작 및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구현한 것으로 보기엔 단순해보이지만 고난이도의 연구와 제작 프로세스가 수반되는 것이다. 내부엔 5인치 퓨터 티타늄 보이스 코일 및 거대한 코퍼 캡을 장착하고 있어 매우 폭넓은 구간에 걸쳐 선형적인 피스톤 운동이 가능하다. 이런 유닛을 세 개나 투입하면서 저역 구간에 걸쳐 무척 낮은 대역까지 세밀하고 커다란 다이내믹스 폭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실 5인치 미드레인지 전용 유닛의 존재다. 이는 매지코의 대표 알론 울프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있는 유닛으로 기본적으로 베이스 우퍼인 그래핀/나노텍 유닛과 마찬가지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독특한 서라운드 에지 설계와 와류 전류 최소화 등을 통해 중역 재생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유닛이다. 항공기의 날개와 같은 것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종의 허니컴 구조의 알루미늄 시트를 중심에 넣어 만든 것으로 오직 입력된 신호가 지시한대로만 정확힌 움직인다. 오히려 무거운 다이아몬드보다 미드레인지 소재로서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셋업 & 퍼포먼스
사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내부 크로스오버에 있다. 매지코는 엘립티컬 시메트리 크로스오버(Elliptical Symmetry Crossover)라는 전매특허 같은 크로스오버를 A5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문도르프(Mundorf)의 새로운 저항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신형 M-Resist 울트라 포일 저항이 그것으로 수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이는 더 높은 파워 핸들링을 위해 투입한 것으로 이 외에 사운드 측면의 투명도 등에서 개선을 가져왔다. 참고로 본격 3웨이 네트워크 회로를 구성했으며 24dB/옥타브의 다소 가파른 슬로프에 링크비츠 라일리(Linkwitz-Riley) 필터를 사용 위상 에러를 최소화하면서도 광대역을 구현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고로 이번 시청은 린 클라이맥스 DS3 및 댄 다고스티노(Dan D’Agostino) 프로그레션 프리/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한 시스템에서 이루어졌다. 이외에 전원장치 및 케이블은 선야타 리서치(Shunyata Research)를 주로 사용했고 시청은 AV 플라자에서 진행했다. 사실 A5에 대한 기대는 아주 크진 않았지만 실제 시청에 들어서자 A5는 A시리즈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흡족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ely’에서 휘파람 소리는 호흡 조절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또한 동적인 측면에서 예리한 표현력을 보여주었는데 무대 약간 좌측에서 중앙으로 깊게 진입하는 음결의 이동 경로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켈리 스윗의 ‘Nella fantasia’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정확한 밸런스 위에서 흔들림 없는 음상, 핀포인트로 맺히는 포커싱은 역시 매지코의 DNA를 확실히 소리로 증명해내고 있었다.
A3에서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퍼커션이나 더블 베이스처럼 주로 중, 저역 구간을 오가는 악기들의 윤곽과 디테일이었다. 물론 A1에서 이는 말끔히 사라졌지만 A5는 베이스 우퍼 세 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역의 속도감이 매우 빨라 민첩하고 선명한 중, 저역을 들려주었다. 물론 댄 다고스티노와의 멋진 조화가 한몫 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A5는 올바른 균형감과 지하수처럼 맑은 저역을 통해 거의 S시리즈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이 돋보였다. 마커스 밀러의 ‘Hylife’나 ‘Trip trap’같은 곡에서도 꽉 짜인 구조와 강력한 펀치력을 통해 낮은 대역까지 딜레이 없이 맹렬한 저역을 표출했다.
사실 A5가 여타 모델과 확실히 구분되는 점은 중역이다. 이번에 A5에 투입된 새로운 미드레인지 유닛은 고역과 저역을 잇는 충실한 브릿지 같은 역할로서 A5의 사운드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 같은 곡에서 미드레인지의 역할은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절대 소릿결이 얇아지거나 밀도감이 빠지지 않고 핵이 뚜렷한 보컬을 들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악기들의 주파수 중첩 구간인 중역의 디테일 향상은 A5에 더 많은 뮤지컬리티를 추가해주었다.
매지코 스피커를 처음 들어보면 매지코 이전과 그 이후로 재생음에 대한 기준이 바뀌게 되는데 일단 가장 민감한 고역을 재생하는 트위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전작들과 마찬가지고 엄청나게 투명하고 믿을 수 없이 깨끗한 고역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고역은 새로운 미드레인지와 커플을 이루면서 더욱 청감상 빼어나게 들린다. 예를 들어 부시 트리오의 드보르작 ‘Dumky’를 들어보면 어떤 불필요한 노이즈로 말끔하게 제거되어 그 어떤 스피커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선명한 악기 분리도를 이루어낸다. 대개 초반에 악기가 뒤섞이며 탁한 프레이징을 보이기 일쑤인 곡인데 A5에선 아무 일 없이 살을 발라내듯 사운드를 뽑아낸다.
대편성 음악들에서도 A5는 여타 A3에서 훨씬 더 확장된 스케일을 들려준다. 단지 대역이 더 넓다는 것을 넘어 권위감마저 느껴지는 저역은 충만한 몰입감과 쾌감으로 이어진다. 아바도/베를린 필의 드보르작 9번, 4악장에선 웅장한 스케일을, 카라얀/베를린 필의 페르귄트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에선 고요한 풍경 위에 번개처럼 쏟아지는 폭넓은 다이내믹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알루미늄 바디를 가진 스피커라고해서 모두 통 울림이 없는 것이 아니나 A5는 증가한 체적에도 불구하고 패널로 인한 추가적인 잔향이나 노이즈는 극도로 적은 편이다. 맨프레드 호넥/피츠버그 심포니의 베토벤 5번에서 넓게 펼쳐지는 전/후 원근감과 강력한 어택 표현 등은 심지어 S 시리즈를 위협할 수준이었다.
총평
매지코는 최상위 모델 M9을 올해 말 출시한다고 천명했다. 단언컨대 M9은 오디오파일의 로망을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한 금자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각 유닛을 별도의 앰프로 제어해 가장 충분한 힘을 공급함은 물론 각각 별도의 특성을 가진 앰프로 자신만의 소리로 요리해낼 수 있는 스피커. 바로 꿈에 그리는 액티브 바이앰핑을 지원하는 스피커 시스템으로의 전이다. 매지코는 음악을 재생하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을 제안하며 음악에 빚진 죄의식을 덜어내고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최상위 플래그십 라인업 M의 끝 모를 확장과 동시에 하위 라인업인 A시리즈의 라인업 확대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매지코는 단지 초고가의 하이엔드 스피커만 만드는 메이커를 넘어 포칼이나 B&W처럼 양적인 팽창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게 발전할 경우 그 단초의 제공자는 A시리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상위 모델을 위해 개발한 많은 기술적 자양분을 흡수했으면서도 상대적인 가격은 드라마틱하게 낮춘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A5는 엄청나게 강력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명한 매지코의 사자후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Driver Complement
1” Tweeter (x1)
5” Graphene Nano-Tec Midrange (x1)
9” Graphene Nano-Tec Bass (x3)
Specifications
Sensitivity: 88dB
Impedance: 4 Ohm
Frequency Response: 24 Hz – 50 kHz
Recommended Power: 50-1000 watts
Dimensions: 10.5” (W) x 14.9” (D) x 44.75” (H)
Weight: 180 l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