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L 1611F
음원 스트리밍 그리고 하이엔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음원의 그릇이 개발되었고 일부 상용화되었다. 오리지널 마스터가 아날로그 포맷일 경우 음원은 모두 AD 컨버팅을 통해 리마스터링되었다.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의 아날로그 음반들은 이제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서 손톱만한 사이즈로 그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대중들을 위한 음원은 사실 16비트인지 24비트인지 혹은 MP3, AAC 같은 손실 포맷인지 FLAC 같은 무손실 포맷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드웨어 자체가 비트 퍼펙트 지원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비교해준다고 한들 어느 것이 더 나은지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대중들을 여러 엔지니어와 회사들은 속여왔다. 때론 무손실 음원이 아닌 것을 무손실인 것 마냥 속여서 판매해왔다. 타이달에서 적극 도입해 서비스해왔던 MQA가 대표적이다. 독창적인 알고리즘으로 스트리밍 시대에 24비트 음원 서비스에 획기적인 존재로 수 년 동안 인기를 누렸으나 무손실 이슈에 휘말리면서 타이달도 그들을 포기했다. 물론 이들은 블루사운드에 편입되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심기일전 중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는 스포티파이의 24비트 무손실 음원 서비스다. 포맷은 FLAC이며 해상도는 24bit/44.1kHz로 정해졌다. 그러나 왜 44.1kHz로 샘플링 레이트를 정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44.1kHz는 디지털 포맷 규격으로 CD를 개발하면서 인간의 가청 한계를 20kHz로 상정하고 그것의 두 배 정도에 추가적인 여유를 두어 정한 규격이다. 최신 음원들의 경우 96kHz가 표준이고 일부 고해상도 전문 레이블의 경우 192kHz 녹음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주장과 달리 과연 얼마나 나은 소리를 들려주느냐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손실 음원 서비스보다 낫지만 타이달, 코부즈 같은 서비스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이엔드 사운드를 원하는 오디오파일에겐 여전히 부적합하다는 결론이다. 나이키스트 이론으로부터 시작해 현재 약간의 CD와 SACD 그리고 대규모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자리잡은 음악 재생 패턴에서 과연 어떤 방식이 가장 옳은 것일까? 또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코부즈나 타이달이라고 해도 약점이 있지 않을까?

MBL이 제안한 디지털 알고리즘
이런 고민은 여러 디지털 엔지니어들이 해왔으며 디지털 스트리밍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 중이다. 새로운 디지털 알고리즘과 DSP, 여러 필터와 노이즈 셰이핑 등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양 분야에서 진화 중이다. 그리고 최근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MBL이 특이한 기술 하나를 소개하고 나섰다.
True Peak 기술이란?
MBL 1611F에 적용된 True Peak 기술은 디지털 오디오 신호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부하(overload)와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MBL의 독자적인 오디오 처리 기술이다. 이는 일반적인 True Peak Limiter(인터샘플 피크를 감지하고 제한하는 표준 기술)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MBL이 디지털 필터에 특화된 ‘스마트한 방지 장치(sophisticated stop-gaps)’를 내장하여 구현한 버전으로, 더 자연스럽고 왜곡 없는 사운드를 목표로 한다.


핵심 원리
모듈레이션 리저브 확보: 디지털 필터 내에 세밀한 제어 메커니즘을 삽입하여 추가적인 3dB의 모듈레이션 리저브(modulation reserve)를 생성한다. 이는 디지털 신호의 최대 레벨(피크)이 0dBFS(Full Scale)를 초과하지 않도록 예방하며, CD나 디지털 음악 파일에서 발생하는 순간적인 과부하를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과부하 방지 메커니즘: 표준 디지털 신호는 샘플 간(inter-sample) 피크로 인해 변환 과정에서 클리핑(clipping)이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True Peak 기술은 이러한 ‘스톱-갭(stop-gaps)’을 통해 신호를 미리 조정하여, 변환 후 아날로그 출력에서 음질 저하를 거의 완전히 제거한다.

1611F
1611F를 마주하면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아름답다. 갈수록 콤팩트 사이즈에 간결한 디자인과 작은 크기의 디지털 기기들이 늘어가는 추세에 거의 대형 턴테이블 사이즈가 필자는 마음에 든다. 전체 무게는 무려 20kg이 넘어 마치 과거 MBL의 CD 플레이어에서 CD 메커니즘을 빼고 그 자리를 고스란히 최신 디지털 음원에 대응하는 DAC에 바친 듯하다. 전면 디스플레이 창은 MBL 디자인의 시그니처처럼 자리잡아 매우 고급스럽다. 한편 좌/우로 금빛 기둥을 설치해 안정감 넘치는 인상을 준다.




MBL의 1611F는 MBL이 레퍼런스급으로 개발해 내놓은 DAC다. 기본적으로 동축, 광, AES/EBU 및 USB 등 다양한 디지털 입력을 받는다. 추가로 네트워크 보드를 장착해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활용할 수도 있다. 출력은 RCA 및 XLR 모두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 회로 관련해서는 자세히 공개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DAC 칩셋은 ESS Sabre 32비트 칩셋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토로이달 트랜스를 중심으로 정공법으로 설계한 리니어 전원부가 거의 앰프 전원부처럼 충실해보인다. 더불어 아날로그 출력단 또한 심혈을 기울여 풀 밸런스 방식으로 설계한 모습이다.

청음
이번 1611F 테스트는 두 번째다. 이전에 영상으로 리뷰했던 적도 있었다. 당시 나의 시청실에서 필자의 시스템에 매칭해서 리뷰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입사인 샘에너지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같은 기기도 매칭한 시스템에 따라 상당히 많은 차이를 만들어내며 종종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해 흥미롭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장비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스트리밍 옵션 보드를 추가한 것으로 ROON을 사용해 재생하면서 음질적 특징을 살폈다.
- 소스 기기 : MBL 1611F
- 프리앰프 : 패러사운드 JC 2BP
- 파워앰프 : 일렉트로콤파니에 AW 800M
- 스피커 : MBL 111F

더그 맥레오드 – Black nights
소소기기나 앰프나 스피커 모두 매칭에 따라 꽤 다른 인상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래퍼런스 필요하다. 이번에 들어본 1611F는 정말 다르다. 기본적으로 순하면서 묵직하고 윤기가 흐르는 특성은 동일하지만 나머진 다르게 다가온다. 더 힘차고 더 확장된 무대와 분해력을 체감했다. 아마도 일렉트로콤파니에와의 매칭에서 힘을 얻은 듯한데 이전에 들었을 때보다 더 섬세하면서 에지 있는 쾌감을 느꼈다.

딕 하이먼 – I hope Gabriel
디지털 소스기기의 해상력은 최대한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도한 분석과 분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업샘플링이 음악을 모래처럼 부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 오래된 시디 플레이어가 24비트 음원 재생보다 더 낫게 들리는 이유다. 1611F로 듣는 음악은 마치 하이엔드 시디 플레이어로 듣는 듯한 힘과 끈끈한 그 무엇을 연상시킨다. 분절되지 않은 코히어런스가 여기 있었다.

나윤선 – Besame mucho
기본적으로 1611F는 기존 MBL 스피커의 음색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둥글고 유연한 소리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표면 질감이 상세하게 표현되지만 MBL만의 색상이 보인다. 두께는 두터운 편이며 잔향도 꽤 있으며 무게 중심이 낮이 남성적인 호방함이 종종 가슴을 울린다. 보컬엔 살짝 관능적인 색감이 느껴지는데 본래 음색을 심하게 왜곡하진 않고 끈기 있고 촉촉하게 표현해준다. 심하게 분해, 분석하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다.

메르세데스 소사 – Misa Criolla
두텁게 깐 금빛 양탄자 위를 거니는 듯한 편안함, 소파에 몸을 푹 담근 듯한 포만감이 넘친다. 하지만 얕고 희미하게 번지지 않고 골격은 뚜렷하게 포착해 중심을 잡고 있다. 마치 R2R 기반 DAC라고 해도 믿을지도 모를 그런 소리라서 개인적으로도 끌리는 모델이다. 시디피 시절부터 오랜 시간 담금질해온 MBL의 저력이 느껴지는 사운드라는 게 이견을 제시하기란 힘들 것 같다.

총평
디지털의 편의의 산물이다. 이동과 복사, 소형화를 위한 변환, 압축 등 복잡다단한 알고리즘을 통해 파일 형태로 패킷 전송되면서 결과적으로 원본의 네이티브 재생을 목표로 발전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들의 말처럼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노이즈, 피크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새로운 복병이 된다. 이 때문에 필자는 종종 CD, SACD, LP를 들으면서 교차 비교해보곤 한다. MBL 1611F는 엄청난 분해력으로 소리 입자를 낱낱이 분석하기보단 소리의 입자 사이게 자연스럽고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피로감이 현저히 줄어들고 아날로그 사운드와 유사한 코히어런스를 얻어냈다. 확실히 오랜 시간 무지향 스피커라는 독보적인 트랜스듀서와 컴포넌트를 제작해온 저력이 있다. MBL 1611F는 디지털 플레이백으로 환생한 아날로그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D/A Converter Technology : Multi level Delta Sigma
Sample Rates : 96, 48, 44.1, 32 kHz
Resolution : 24 bit linear
Signal-to-noise ratio : 117 dB
Digital inputs : 1 x XLR (AES/EBU) + 1 x optional
1 x RCA (S/P DIF) + 1 x optional
1 x BNC (S/P DIF) optional
1 x Glas ST optional
1 x Toslink + 1 x optional
1 x USB Link
Digital outputs : 1 x RCA (S/P DIF)
Analog outputs : 2 x RCA, 1 x XLR
Weight : 23 kg
제조사 : MBL Akustikgeräte GmbH & Co. KG(독일)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가 : 54,2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