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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호잔 – Shakuhachi & Bossa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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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쿠하치와 재즈의 조우
가장 이국적이고 나른한 퓨전의 정점

1960년대 재즈 부문은 1950년대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동시에 다양한 음악과 화학 작용을 거쳐 독특한 하위 장르를 낳았다. 바야흐로 퓨전의 시대가 열리는 1960년대 후반까지 그 자양분이 되었던 음악들이 만개했다. 록, 펑크, 라틴 등 재즈와 섞이지 못할 음악이 없었다. 그중 보사노바도 빼놓을 수 없다. 195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격정적인 삼바를 좀 더 차분하게 내면의 세계로 끌어들인 보사노바는 그 시초였다.

미 대륙의 서해안을 타고 보사노바는 미국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쿨 재즈와 결합하면서 보사노바 재즈가 탄생했다.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을 비롯해 주앙 질베르토, 스탄 게츠, 아스트루드 질베르토는 재즈를 깊게 듣지 않는 사람도 알 만한 유명 뮤지션이 되었다. 1964년 발매된 ‘Getz/Gilberto’는 보사노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다. 이후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보사노바를 악곡에 차용하면서 지금은 재즈 스타일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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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잔의 보사노바

흥미로운 건 아시아에도 그 영향이 없지 않았다는 것. 당시 가장 빠르게 미국의 문화를 습자지처럼 흡수하던 일본에선 어렵지 않게 그 영향을 받은 앨범들이 제작되었다. 최근 국내 소개된 야마모토 호잔의 보사노바 앨범 두 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야마모토 호잔은 색소폰도 트럼펫도 아니고 기타도 아닌 샤쿠하치라는 악기를 다룬다. 샤쿠하치라는 악기는 일본의 전통적인 악기로 일종의 대나무 피리다. 우리나라로 치면 퉁소나 단소와 비슷한 관악기다.

어떻게 이런 악기로 보사노바 재즈를 연주할 생각을 한 걸까? 본래 그는 정통 클래식 샤쿠하치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재즈, 클래식, 현대음악과 협연하기 시작하면서 지평을 넓혀갔다. 1967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이후엔 토니 스콧이나 게리 피콕 등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과 교류하면서 재즈에 자신의 악기를 녹여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결국 ‘Shakuhachi & Bossa Nova’라는 타이틀로 1968년과 1969년 연작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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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된 민요와 보사노바

이 녹음들이 지금도 특별한 건 단지 샤쿠하치라는, 동양 악기를 서양 음악에 도입해서가 아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살펴보면 서양 음악이 아니라 일본의 민요들이다. 요컨대 자국의 악기를 중심으로 자국의 노래 가락을 편곡해 연주한 것이다. 약간 플루트 비슷한 소리가 나기도 하는 샤쿠하치는 풍부한 잔향과 공명으로 보사노바 재즈에 어울리는 나른하고 이국적인 풍미를 자극한다.

야마모토 호잔 혼자서 이런 음악을 완성한 건 아니다. 이 앨범들엔 사와다 슌고라는 일본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이 이끄는 퀸텟이 함께해 연주해주고 있다. 일본 재즈의 여명을 이끈 사와다 슌고는 스탄 게츠, 디지 길레스피, 오스카 피터슨의 일본 투어에도 동행했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 아무튼 야마모토 호잔과의 협연은 반세기가 넘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최근 재즈 컬렉터는 물론 일본 시티팝 애호가들에게도 재조명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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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커팅으로 되살아나다

참고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활용해서 커팅해서인지 음질도 수준급이다. 일본 니치온 뮤직의 오리지널 마스터를 복원해 사용하면서 아날로그 포맷만 가질 수 있는 뚜렷한 음질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커팅 같은 경우 래커 커팅(Lacquer Cutting)으로 진행한 모습인데 커팅 엔지니어가 익숙하다. 바로 뮤직 매터스 마스터링의 프레데릭 스타더(Frederic Stader)다. 독일 에밀 베를리너 스튜디오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반을 커팅했던 베테랑 마스터링 엔지니어다. 작년에 리이슈 되어 호평 받은 장사익 LP를 커팅 했던 바로 그 인물. 이 외에 커버 아트워크, 팁 온 슬리브 완성도는 물론 일어, 영어 해설지까지 재발매 LP로서 마스터피스라고 할 만하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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