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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앰프의 볼륨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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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볼륨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은 볼륨의 크기에 따라서 음악을 더 좋게 판단하기도 하고 반대로 나쁘게 판단하기도 한다. 음악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게인을 높이는 것을 선호한다. 라우드니스 워(Loundness War)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음악도 더 크게 재생했을 때 대중들은 더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이런 음원 제작은 본래 녹음의 다이내믹레인지를 깎아먹게 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살펴보면 볼륨의 설계에 따라서 음악을 듣는 재미와 감동이 달라진다. 디지털 볼륨은 일반적으로 낮은 볼륨에서 해상도 저하가 일어나 본래 음악의 순도, 밀도 하락을 야기한다. 신호의 순도도 볼륨 품질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인 가변저항을 사용한 볼륨은 물리적 접점 때문에 미세한 노이즈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론 저가형 볼륨은 낮은 볼륨에서 좌/우 채널 소리 크기가 차이가 나기도 해서 음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

볼륨 설계로 인한 음질적 훼손이나 왜곡 외에 스텝 자체도 중요하다. 나 또한 상당히 예민한 편인데, 예를 들어 볼륨의 총 구간을 50단계로 나눈 것과 100단계로 나눈 경우다. 어느 경우가 더 좋을까? 넓은 공간에서 듣는 경우 50단계로 적게 나뉘어 있으면 스텝 하나당 볼륨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편리할 수 있다. 볼륨 10단계 조정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소리 크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니어필드 환경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미세하게 원하는 소리 크기를 얻고 싶은데 미세 조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볼륨이 가장 좋은 것일까? 볼륨 종류를 몇 가지 알아보았다.

디지털볼륨

디지털 볼륨

일단 디지털 볼륨은 음질적으로 가장 좋지 않은 편이다. 오디오 데이터의 비트 값을 낮추어 소리를 감쇠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4비트 데이터라면 볼륨을 줄일수록 비트레이트가 줄어든다. 비트레이트는 소리 크기를 정의하는 것이니 결국 다이내믹레인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연산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상도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태생적 한계는 분명하다. 한편 물리적인 접점이 없어 노이즈 발생 여지가 없는 건 장점이다. 디지털 방식이라서 볼륨 조정이 매우 미세하게 조정되는 점 등 여러 강점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선 이 볼륨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볼륨

증폭 회로 전후에서 저항을 이용해 전압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여러 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포텐셔미터
  • 포텐셔미터 (Potentiometer)
    가장 보편적인 회전식 볼륨 방식이다.

설계 원리: 탄소 피막이나 권선 위에 ‘와이퍼’라는 접점이 미끄러지며 저항 값을 변화시킨다.
장점: 구조가 간단해 제작비용이 저렴하며, 물리적인 회전 질감이 매끄럽다.
단점: 세월이 흐르면 접점에 먼지가 쌓여 ‘치익’거리는 노이즈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낮은 볼륨 구간에서 좌우 스피커의 소리 크기가 달라지는 연동 오차(Gang Error)는 포텐셔미터의 고질적인 한계다.

어테뉴에이터
  • 어테뉴에이터 (Stepped Attenuator)

정밀한 고정 저항기들을 스위치에 배열해 단계별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설계 원리: 회전 단계마다 고정밀 저항이 물리적으로 맞물린다. 내부 회로 구성에 따라 L-Pad, Series, Ladder 방식 등으로 나뉜다.

장점: 일반 볼륨 특유의 접점 노이즈가 거의 없고, 신호 경로에 불순물이 적어 음질이 매우 투명하다. 고정밀 저항을 사용하므로 좌우 채널 편차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점: 볼륨이 ‘딱딱’ 끊기며 계단식으로 조절되어 미세한 음량 조절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제작 공정이 까다로워 비용이 비싸다.

릴레이 스위칭
  • 릴레이 스위칭 방식 (Relay-Switched Resistor Ladder)

어테뉴에이터의 정밀함에 현대적 편의성을 더한 형태로, 주로 하이엔드 앰프에서 채택한다.

설계 원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수십 개의 릴레이(Relay)를 제어하여 최적의 고정 저항 조합을 스위칭한다.

장점: 신호가 최단 거리의 고정 저항만을 통과하므로 극강의 해상도와 순도를 보장한다. 순수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디지털 제어를 통해 리모컨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단점: 볼륨을 조절할 때마다 앰프 내부에서 릴레이가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딸깍’거리는 기계음이 들린다. 이는 고장이 아니나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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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2R 래더 볼륨 (R-2R Ladder Volume Control)

디지털의 정밀한 제어력과 아날로그의 자연스러움을 결합한 최상위권 볼륨 제어 방식이다.

설계 원리: 두 가지 저항값(R과 2R)만을 사다리 형태(Ladder)로 배열하여 신호를 감쇄시킨다. 릴레이나 반도체 스위치를 이용해 이 사다리 회로를 조합함으로써 매우 세밀한 감쇄 단계를 만들어낸다.

장점 : 이론적으로 수천 단계 이상의 매우 미세한 볼륨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전 구간에서 좌우 편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볼륨 수치에 상관없이 출력 임피던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유리하여, 뒤에 오는 파워앰프와의 매칭에서 음질 변화가 적다. 마지막으로 가변 저항(포텐셔미터) 특유의 음색 왜곡이나 착색이 적어, 소스 기기 본연의 소리를 가장 투명하게 전달한다.

단점: 정밀도가 극도로 높은 저항이 다수 필요하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복잡한 로직 회로가 들어가기에 제작비용이 매우 높다. 또한 부품 수가 많아짐에 따라 설계 역량에 따라 오히려 신호 경로가 길어질 위험이 있어 제조사의 기술력이 크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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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릴레이 스위칭 방식(Relay-Switched Resistor Ladder)는 하드웨어적 구현 수단(릴레이 스위치)에 초점을 맞춘 명칭이고, R-2R Ladder는 그 내부에서 저항이 배열된 논리적 구조(사다리꼴 회로)를 일컫는 명칭이다. 즉, “릴레이를 사용해 R-2R 구조로 배열한 볼륨”이라면 두 이름 모두 맞는 표현이 된다. 하지만 이 용어들을 구분해 쓸 때는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릴레이 스위칭 방식 볼륨은 반드시 저항이 R-2R 설계는 아니어도 된다. 둘 다 이론적으로 아날로그 신호의 순도가 극대화되고 해상도 저하가 비교적 낮아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TVC (Transformer Volume Control), 전자식 볼륨 IC (Solid-State Control), 광학식 볼륨 (Optical / LDR) 등 다양한 볼륨 설계 방식이 존재한다. 참고로 전자식 IC 볼륨은 대표적으로 아큐페이즈의 AAVA 볼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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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곤 – The Su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