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앰프의 설계와 스펙을 어느 시절을 기점으로 딱 잘라 그 종단면을 살펴보면 커다란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더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드라이브 유닛과 스피커 덕분에 출력이 대폭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높은 출력만큼이나 소리의 순도가 떨어지기 십상이고 엔지니어들은 SN비는 높이고 THD, 즉 고조파왜곡율을 낮추었다. 하지만 이런 스펙이 음질과 항상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서 일부 하이파이 앰프 설계자만이 나름의 방식으로 음향적 이상에 도달하려 지금도 애쓰고 있다.
방법론은 A클래스가 될 수도 있고 가변 바이어스 방식 A클래스나 AB클래스 그리고 D클래스가 될 수도 있다. 스펙에도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이젠 소수점 이하 두세 자리 이하로 떨어지는 THD, 100dB가 훌쩍 넘어서는 SN비는 필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그 모습이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고 했던가. 종국에 음악을 음악답게 그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선 앰프들은 다른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음악적 진실에 다가서있다. 반대로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스펙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음악은 잃고 제각각의 불행한 음질을 안고 산다.
현재 남아있는 메이저 앰프 브랜드 중 전자라면 미국에선 댄 다고스티노, 패스랩스, 제프 롤랜드, 마크 레빈슨 등이 대표적. 비교적 신생 메이커 중에선 CH 프리시전, 비투스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이 외에도 옥타브, VTL 등 진공관 앰프 메이커까지 합류하면 여전히 많은 거장들이 새로운 스타들이 이 분야를 조금씩 진보시키고 있다.
그 중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독창적인 설계로 여기까지 왔다. DAC64부터 시작해 QBD76시리즈 그리고 최근 DAVE 및 Hugo 등 일군의 데스크탑, 포터블 제품가지 확장된 라인업에서 디지털 부문은 특히 눈에 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앰프 그룹은 디지털처럼 빠르진 않지만 서서히 그리고 진지한 고민 끝에 가끔씩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곤 했다. 최근 꽤 오랜 장고의 시간을 거쳐 Ultima 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그래서 해마다 신제품을 선보이는 여타 메이커와 달리 더 기대가 컸다.
Ultima
신형 라인업은 울티마. 디지털 부문을 이끄는 롭 와츠와 함께 코드 일렉트로닉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 존 프랭스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한 앰프 라인업이다. 울티마 라인업에 대한 소식은 2018년 즈음 그 연기를 솔솔 피워냈다. 휴고 TT2와 함께 에튜드 파워앰프를 선보였고 여기엔 듀얼 피드 포워드(Dual feed forward)라는 출력 보정 회로가 내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폼 팩터는 상위 라인업을 만들어내는 씨앗이 되었다. 결국 6개월 후 3만불대 울티마가 선보였고 이를 트리클 다운 모델 울티마 2, 울티마 3 등이 연이어 화려하게 데뷔했다. 여기까지 울티마 시리즈의 데뷔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 지가 관건이었다. 이미 SMPS 초고속으로 작동하는 독보적인 스위칭 전원부와 MOSFET을 채용한 증폭단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이전 세대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경험한 바 있다. 독자적인 회로는 일반적인 AB클래스 앰프와도 달랐고 보편적인 스위칭 앰프와도 격을 달리하며 커다란 인기를 얻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에도 그 기본 기조는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80kHz에서 작동하는 초고속 스위칭 전원부는 뛰어난 정밀도로 웬만한 리니어 전원부를 압도하는 성능을 피로하고 있다. 정류단도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커다란 커패시터를 사용해 일종의 저수지 같은 역할에 충실한 반면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들은 하나 같이 작은 커패시터를 사용한다. 대신 커패시터를 여러 개 활용해 더 빠른 전원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빠른 충/방전 시스템은 실제 코드 일렉트로닉스를 세상에서 가장 빠른 앰프 중 하나로 추켜올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스위칭 전원을 채용한 여타 앰프들과 달리 MOSFET이라는 전통적인 출력 소자를 활용했다. MOSFET이라고 하면 패스랩스나 과거 뮤지컬 피델리티 등 주로 A클래스 앰프 제작자들이 애용하는 소자로 힘보다는 고운 소릿결과 유연한 음악적 표현이 뛰어난 소리를 내준다. 스위칭 전원부와 MOSFET,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요소들을 융합해 지금의 개성 넘치는 코드 일렉트로닉스 사운드를 직조해냈다. 여기에 듀얼 피드 포워드라는 에러 보정 회로를 결합했다는 것이 이번 Ultima 시리즈 앰프들의 가장 큰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Ultima 3 모노블럭
Ultima 3은 플래그십 Ultima와 Ultima 2를 잇는 본격 모노블럭 파워앰프며 이 모델 하위 모델은 모두 스테레오 파워앰프 형태다. 따라서 모노블럭 중에선 막내지만 Ultima 라인업의 레퍼런스 모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XLR 입력 및 RCA 입력단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좌/우 채널에 대응하는 각각 한 쌍의 출력 바인딩포스트를 마련해놓고 있는 모습. 따라서 바이와이어링에 대응 가능하다.
전체적인 설계 기조는 기존과 동일하다. 초고속 스위칭 전원부를 채용해 특주 MOFET를 통해 AB클래스 증폭을 하는 앰프다. 바이어스는 필요한 전류에 따라 바이어스를 차등 적용하는 슬라이딩 바이어스 방식. 신호 경로는 풀 밸런스 방식으로 설게 했으므로 가능하면 제짝 프리앰프와 XLR 연결시 가장 좋은 음질을 얻을 수 있다. 외관은 역시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유지해온 항공용 솔리드 알루미늄을 채용해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SMPS 전원부를 채용해 실제 무게는 22.4KG으로 그리 무거운 편은 아니다.
이전 모델은 SPM1400MKII로 볼 수 있다. 8옴 기준 채널당 480와트 출력인 것은 동일하지만 THD가 0.05%에서 0.005%로 급격히 낮아져 확실히 왜곡율이 낮아진 점이 돋보인다. 주파수 응답 범위도 고역에서 훨씬 더 높은 대역까지 재생 가능해졌다. 입력 임피던스는 100K 옴으로 충분히 크며 출력 임피던스는 0.04옴으로 스피커 핸들링에서 뛰어난 성능을 예측하게 만든다.
전작과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겉으로 보기엔 외형의 변화다.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전면 디자인은 더 세련되고 말끔해진 인상이다. 더불어 전면의 푸른 버튼이 아름답게 비추는데 불빛을 바꿀 수도 있다. 음질적인 측면에선 듀얼 피드 포워드 회로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간단히 말해 네거티브(-) 신호와 포지티브(-) 신호가 교차 증폭될 경우 그 사이, 일종의 크로스오버 영역에서의 왜곡을 최소화한 것이 본질이다. 크로스오버 왜곡이 줄어드는 한편 다이내믹스, 타이밍 등 다양한 측면까지 동반 상승된 모습이다.
※ 듀얼 피드 포워드 연구의 결실
듀얼 피드 포워드에 대한 존 프랭스의 연구는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보기와 달리(?) 상당히 집요한 측면이 있는데 이 회로에 대한 연구는 MOSFET 파워앰프에서 에러 보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크로스오버 왜곡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로 시작되었다. 최초로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영국 에식스 대학의 말콤 혹스포드 박사로서 그 논문이 단초가 되어 이후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를 더 세부적으로 이론화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벨 연구소의 밥 코델 박사였다.
1980년대부터 진행되어 2019년에 출간된 [Designing Audio Power Amplifier]에서도 다루고 있는 에러 보정 이론은 존 프랭스에서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1980년대 이미 20kHz에 이르는 초고역 구간까지 0.001% 수준의 낮은 고조파왜곡율을 보이는 50와트급 앰프를 만들 수 있게 한 밥 코델의 연구는 존 프랭스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더욱 보강, 진화하여 Ultima로 탄생된 것. 스위칭 전원부에 더해 듀얼 실리콘 다이 MOSFET를 채용하고 피드 포워드 보정 회로를 채용해 만든 Ultima는 결국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오랜 숙원을 이룬 결정타다.
절반의 테스트
시청을 위해선 최상위 Ultima 프리앰프 그리고 코드 DAVE DAC를 동원했고 음원 트랜스포트로 오렌더 W20을 활용했다. 더불어 스피커는 주로 PMC를 사용했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fact8 시그니처 그리고 MB2S 등이 모니터가 되어주었다.
첫 장은 fact8 시그니처가 땠다. 전작인 SPM1400MKII와 비교해보았는데 일단 음상의 덩어리가 커졌고 대역폭은 넓어졌지만 토널 밸런스는 오히려 조금 낮아진 모습이다. 더 풍성한 배음과 함께 보컬이나 피아노 주변의 배경이 맑아진 느낌이 명확했다. 이 외에 얀 가바렉의 소프라노 색소폰, 다이애나 크롤의 보컬 등 다양한 악기들을 시청하면서 전작과 비교를 진행했다.
브라인언 브롬버그의 더블 베이스는 깊고 타이트했으며 어수선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만큼 타이트했다. fact8 시그니처를 한 손으로 잡고 휘어잡는 듯한 인상이었다. 실제로 Ultima 5나 6만해도 fact8 시그니처는 충분해보였고 현장에 있던 Ultima 5가 이를 증명해보였다. 요컨대 Ultima 3의 한계를 시험해보기엔 fact8 시그니처는 너무 싱거운 상대였다.
사실 처음 이 리뷰는 PMC fact8 시그니처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내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스케줄이었기 때문. 대부분 이렇게 한 번에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엔 좀 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보였다. 그래서 결국 PMC의 대형기 중 하나인 MB2S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스탠드가 마련되지 않아서 약 1주일 정도 이후 다시 시청해보기로 기약하고 자리를 떴다. 다음 리뷰는 MB2S에서 과연 Ultima 3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리포트가 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Output Power: 480w RMS per channel @ 0.005% distortion into 8Ω
Frequency Response: -1dB @ 0.2Hz to 46kHz and -3dB 0.1Hz to 200kHz
Signal to Noise Ratio: Better than -84dB
Input Impedance: 100kΩ Unbalanced/Balanced
Output Impedance: 0.04Ω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18cm (H) x 48cm (W) x 36cm (D)
Dimensions with optional Side Blocks: 15cm (H) x 42cm (W) x 36cm (D)
Weight: 22.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