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한창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한 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드디어 어제 받아서 설치했다. 일명 ‘개똥이’라는 애칭이 붙은 아이솔레이터. 일반적으로 이런 아이솔레이터의 구조와는 차원이 좀 다른 제품이다. 개발자가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거의 모두 데이터에만 의존해서 만든, 오디오 분야에선 무척 신선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컴퓨터 에이디드 엔지니어링 및 가속도계, FET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한 실측을 통해 철저히 계측으로만 설계했다고 하는데 정말 치열한 연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일단 받아서 보니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크기를 63mm, 78mm, 110mm 등 세 가지로 출시했는데 내가 설치할 용도는 턴테이블 베이스용 아이솔레이터. 크기가 110mm로 기존의 순정 아이솔레이터(?)와는 크기와 구조 등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사실 순정의 경우 아이솔레이터라기보다 그냥 슈즈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어제 조립하려고 했다가 저녁 약속이 있어 설치하다 말고 오늘 다시 자리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는 ‘주사터널현미경’과 ‘원자현미경’의 패시브 댐퍼 구조를 응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덕분에 내부가 5층 구조로 되어 있고 내부엔 스프링과 고무가 가득하다. 겉으로 볼 땐 단순하지만 상당히 복잡한 패턴의 구조물이 꽉 들어차있다. 정말 대단한 디테일과 만듦새가 놀랍다.
설치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기존 슈즈를 빼고 턱 얹으면 그만. 참고로 하단의 나사들을 모두 풀은 뒤 조금씩 조여 아주 살짝 걸치는 느낌으로 세팅해야한다. 조여 버리면 아이솔레이터로서 기능을 많은 부분 상실해버린다. 또 하나 설치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무거운 제품일수록 바닥면이 고르고 단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원주를 돌면서 상하 텐션이 있는 아이솔레이터가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결국 나의 경우 오디오 랙 자체를 교체해야할 듯하다. 트랜스로터 무게에 슬릿들이 약간씩 눌리면서 완전히 평평한 표면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AOA 1277 오디오랙을 구입하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
아이솔레이터를 투입하면서 보완해야할 것이 또 하나 있다. AOA 아이솔레이터를 적용하니 본체 높이가 높아지면서 벨트를 거는 모터 풀리 높이와 플래터의 벨트 홈 높이가 달라진다. 일단 기존에 트랜스로터를 받치던 슈즈를 받쳐놓았는데 완전하진 않다. 본체의 진동 제어도 중요하지만 턴테이블에서 진동의 주범 중 두목은 모터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터 베이스까지 새로 만들거나 또는 모터 베이스의 높이를 올려줄 아이솔레이터가 추가로 필요해졌다.
아무튼 일단 설치는 끝! 좀 더 들어보면서 음질적인 변화를 파악해봐야겠다. 간만에 사놓고 묵혀놓고 있던 엘피를 잔뜩 듣기 시작했다. 이런 게 하이파이 오디오의 묘미 아니겠나. 개똥아 ~ 노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