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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fact.12 sig. 매칭에 대한 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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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모니터

약 6년여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서라운드 음향 전통의 강자 돌비(Dolby)가 미래를 위한 3D 서라운드 음향 포맷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는 마치 2D 영상을 보다가 <아바타> 같은 영화를 3D로 보는 경험을 선사했다. 채널 기반이 아닌 객체 기반 믹싱을 통해 기존 전/후, 좌/우 음장 개념에 상/하 수직 방향의 서라운드 음향을 선사했다. 최초 100개 이상의 트랙을 소화할 수 있는 애트모스의 출현이었다.

세월이 흘러 최근 애플뮤직이 이른바 스페이셜 오디오(Spatial) 포맷을 아이튠즈에 도입하며 입체 음향을 대중화시키고 있다. 단지 영화관이나 또는 가정 내 멀티채널 홈 시어터 시스템에서나 가능했던 돌비 애트모스 음향 포맷을 도입한 것. 전 세계 여러 스튜디오에서 돌비 애트모스 믹싱이 한창인 것 같은데 이런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와중에 미국의 스튜디오 캐피톨 스튜디오에 유니버설 뮤직 등 거대 뮤직 컴퍼니와 계약 하에 여러 유명 뮤지션의 음악을 애트모스로 믹싱해 내놓고 있다.

capitol studio

여기서 선택된 스피커는 다음 아닌 PMC다. 처음 애트모스 믹싱 룸을 구축한 후 진행한 앨범은 마일스 데이브스의 그리고 같은 역사적 재즈 명반들이었다. 이곳에서 PMC에서 20년 이상 실력을 갈고 닦아온 엔지니어 모리스 패티스트가 믹싱 룸 구축을 진행했다. 이것이 2017년경의 일.

최근 PMC는 아예 영국 런던에 애트모스 믹싱 스튜디오를 차렸다. PMC를 설립한 지 30년 되는 해를 자축하는 기념도 있지만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본래 피아노를 만들던 공장을 개조한 이 애트모스 스튜디오엔 좌/우, 센터 스피커에 MB3 XBD스피커를 투입하고 여섯 개의 ci45 모니터 및 여덟 개의 ci65 모니터 등 20개가 넘는 스피커를 셋업해 믹싱 작업을 시작했다.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인 PMC USA의 모리스 패티스트는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에 가장 적합한 스피커가 바로 PMC라고. 레퍼런스 모니터의 표준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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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signature

하지만 PMC가 내놓는 스피커가 스튜디오용 모니터 스피커만 있는 것은 아니다. PMC는 스튜디오용 모니터 스피커에서 쌓아온 기술을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에 적용, 진화시키고 있다. SE 시리즈 패시브 스피커들이 있고 fact 시리즈가 있으며 그 아래로 Twenty5i 등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하며 여러 모델들이 도열해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피커는 사실 지금 SE 라인업으로 존재하는 BB5, MB2, IB2 같은 모델이다. PMC의 서막을 알렸던 BBC 스튜디오 모니터 BB5를 위시로 이 세 개 모델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PMC 사운드의 알파와 오메가로 선명하게 기억된다.

하지만 최근 PMC에 대한 이 생각에 변화를 준 모델이 출시되었다. 바로 fenestria라는 모델. 트랜스미션라인 로딩 방식 외엔 소자와 크로스오버, 인클로저 디자인까지 일거에 업그레이드하며 PMC의 미래를 예견한 모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들어본 PMC 스피커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fenestria 개발 과정에 얻은 기술적 진보를 fact 하위 모델에 이식했다. 그것이 바로 fact. signature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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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12 signature 매칭

1인치가 채 안되는 19mm 구경 트위터와 2인치 미드레인지 그리고 저역을 담당하는 5.5인치 우퍼 두발이 fact.12 signature를 구성하고 있는 드라이브 유닛들이다. fact.8 signature에 미드레인지를 한 발 추가해 2웨이 3스피커에서 3웨이 4스피커로 스케일을 확장했다. 따라서 크로스오버도 중, 저역은 400Hz, 중, 고역은 4kHz 등 두 군데에서 주파수를 끊었다. 하지만 미드레인지를 추가하고 용적이 늘어난 것 외엔 트랜스미션라인의 길이를 30cm 길게 하고 주파수 대역도 저역 하한이 28Hz에서 26Hz 정도로 줄인 것 등 소소한 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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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 Os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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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fact.12 signature는 그 성능에서 하위 모델과 상당히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중역대 충실도와 표현력이 대폭 증가하면서 앰프에 따른 차이도 낮과 밤처럼 더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단순한 스케일 향상이 아니고 완전히 다른 음향적 스펙트럼을 보인다는 것은 레가 Osiris만 대입 해봐도 바로 표출된다. 각 옥타브를 더 촘촘해 오르내리며 같은 대역도 더 구체적인 묘사를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I’ll see you in my dream’에서 단지 목이 아닌 가슴으로 노래하는 발성으로 인해 더 풍부한 뮤지컬리티를 얻어낸다.

밥 딜런의 ‘Man in the long black coat’ 같은 곡이나 보즈 스캑스의 ‘Thanks to you’ 같은 곡은 PMC의 창립자 피터 토마스가 국내 내한해 진행한 시청회에서 직접 들려주었던 곡인데 중역과 저역 사이의 밸런스와 밀도, 펀치력 등이 매우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딜런의 보컬은 충분한 호소력을 획득했고 더불어 후방의 베이스/드럼과 전방의 보컬, 기타가 깊은 레이어링을 이루며 입체적인 스테이지를 그려낸다. 물론 Osiris의 진한 중역대가 한 몫 했지만 추가된 미드레인지 한 발은 고역과 저역 표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fact.8 sig.에 비해 속도감은 유지하고 있지만 다이내믹 헤드 룸이 넓어져 훨씬 더 여유 넘치는 다이내믹스를 구사한다. 여유 넘치는 저역은 조금 과장하면 마치 해머에서 바위로 변한 듯 차이가 크다. 코넬리우스의 ‘Fit song을 들어보면 뾰족했던 높은 저역이 조금 더 둥글게 바뀌면서 대신 타격감, 어택의 순간, 순간엔 더 큰 물리적 위압감을 표출해준다.

사운드 스테이징 측면에선 키가 높아지면서 전 방위로 확산된 무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예를 들어 가디너의 바흐 ‘Cum sancto spiritu’ 같은 대편성 레코딩에서 좌/우 너비 및 전/후 깊이의 상승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상/하 높낮이 구분이 더 세밀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레가 Osiris와 매칭에선 레가의 도톰하고 편안한 중, 저역 기반의 균형감 덕분에 스포츠카에서 세단으로 올라선 느낌이 지배적이다. fact.12 signature의 더 낮고 깊으며 높은 저역 해상력에 더해 중, 고역의 순면 같은 질감표현은 PMC의 음색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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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Ultima 6

코드 Ultima 6 파워앰프로 넘어오면서 사실 제짝 프리앰프와 연결하면 가장 좋지만 제품이 없어 DAVE 직결을 시도했다. DAVE를 프리/DAC 모드로 바꾸고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한 후 시청에 들어갔다. 우선 레가 Osiris에서 코드로 바꾸면 고역에서 저역까지 대역폭이 확연히 넓어진다. 더불어 레가에서 아쉬웠던 고역 개방감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배경을 지우개로 지운 듯 맑고 조용하며 깨끗하다. 마치 새벽의 고요 같은 백그라운드 위에 다이애나 크롤의 보컬과 더블 베이스는 정확한 위치에 정렬한다. 기타도 기음이 더 또렷하며 정확히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 쾌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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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의 ‘Blinding lights’ 에선 후방에서 계속 낮게 깔리는 베이스 라인이 더 선명하게 포착된다. 쉽게 뭉개져 탁해지기 쉬운 소리인데 코드 Ultima 6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재생해내며 이로 인해 전방 보컬과 후방의 리듬 악기들이 명확히 대비되어 분리되는 부대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좀처럼 어기적거리는 부분은 찾기 힘들며 시종일관 명료하게 마치 뼈에서 살을 분리해내는 듯 악기 분리도는 보여준다.

역시 개개의 솔로 악기들이 그 골격이 또렷해서 서로 간섭되어 마스킹 되는 모습이 거의 없다. 더불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 돌아가는 시간축 반응 특성 덕분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코넬리우스의 ‘Fit song’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드럼은 마치 심장에 꽂아 넣는 듯 급박한 응답 특성을 보인다. 건반의 어택 이후 릴리즈에서도 과도한 여분의 잔향을 뿌리지 않아 맑고 개운하며 이후로 완전히 하얗게 사라진 이후엔 그 어떤 잔상도 남기지 않는다.

소리의 타이밍 측면 그리고 강, 약 세기 표현이 부각되어 들리므로 어정쩡하거나 희미한 부분 없이 발고 명쾌하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음색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정밀하고 높은 다이내믹스 표현은 고유의 역동감과 음악성을 양립해내고 있다. 가디너의 바흐 ‘Cum sancto spiritu’에서 레가 Osiris가 상대적으로 약간 어둡게 느껴질 정도로 코드 Ultima 6는 밝고 상쾌하며 약동하는 다이내미즘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각 악기들의 위치는 마치 자로 잰 듯 더 정확하고 명료하며 안 들리던 약음들이 모두 살아나 마치 폭죽이 터지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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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 EVO400 프리/파워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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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34 진공관을 채널당 네 알씩 적용해 푸쉬풀 구동하는 프리마루나 EVO400 분리형 앰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아마도 코드나 레가 등 트랜지스터 앰프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전적 EL34 사운드를 생각하면 오산이고 이런 비교 시청에서 그런 프리마 루나의 특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보즈 스캑스의 ‘Thanks to you’를 들어보면 중, 저역이 둥글고 고역은 예쁘지만 대역이 좁거나 무대가 평면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다이애나 크롤의 ‘I’ll see you in my dream’을 들어보면 피아노 타건에서 풍부한 잔향을 드러내면서 예쁘며 청량한 느낌의 진공관 앰프임을 여지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밥 딜런의 ‘Man in the long black coat’에서 이전의 트랜지스터 앰프와 가장 다른 점은 하모니카 사운드다. 더 풍부한 음색적 스펙트럼을 통해 화려한 중, 고역을 선보인다. 확실히 레가 Osiris보다는 음조의 균형이 밝고 화사한 쪽으로 바뀌어 비교되며 코드 일렉트로닉스에 비하면 잔향이 풍부하고 속도감은 조금 누그러져 편안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저역 양감도 좀 더 증가하며 시간축 특성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운 운행을 보인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Hylife’처럼 변화무쌍한 스피드와 리듬감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곡에서 특히 이런 특성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코드처럼 초고속 스피드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지나친 저역 딜레이나 엉키는 현상은 없다. 적당한 무게감와 포근한 느낌의 촉감 등이 매력 포인트로 자리하며 시종일관 명랑하고 해맑은 모습이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단순히 오디오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프리마루나는 여러 지점에서 코드 Ultima 6 같은 앰프에 비해 조금씩 뒤쳐진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다른 매력들이 이 사소한 약점들을 거의 모두 뒤덮어 상쇄해준다. 예를 들어 가디너의 바흐 ‘Cum sancto spiritu’같은 곡을 들어보면 저역을 더 움켜쥐었으면 좋겠고 더 입체적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대신 중, 고역 관악, 현악기군의 음색과 세부묘사, 표면 질감이 번뜩이며 음악을 관망하는 것이 아닌 그 중심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음향이 아닌 음악의 향취로 공간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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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갑자기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고 그 기억의 재조합을 통해 흥미로운 나의 취향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하베스 스피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모델은 LS5/12A라는 스피커였다. 같은 BBC 출신인 PMC에선 LB1과 AB2다. 공통점은 자사의 인클로저 설계 기법을 적용했으면서도 이례적으로 다인오디오 미드/베이스 우퍼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직도 오래 전 LS5/12A에 크렐 FPB 파워를 매칭했던 소리와 PMC에 아큐페이스 앰프를 매칭해 들었던 소리가 생생하다.

시대가 흘러 PMC의 경우 IB2, MB2, BB5 같은 스피커의 그 중후장대한 인클로저와 우퍼에서 나오는 묵직하고 단단한 사운드에 매료되었다. 하위급에서도 종종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조금 결이 다른 것이었다. 비로소 가정용 라인업 중에 PMC 사운드의 이정표를 찍은 것은 fenestria이고 그 개발과정의 기술이 fact. signature 시리즈에 녹아들었다. 단 세 개의 앰프라는 한정된 메뉴이지만 특히 fact.12 signature는 탁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주었다. 때로 더 상위 앰프를 욕심내게 할 정도로 fact.12 signature는 앰프의 성능을 더 상세하게 조망해주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눈높이를 높여 Ultima 5 또는 프리마루나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매칭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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