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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일렉트로닉스 Ultima 3 –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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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오디오의 역사를 살펴보면 메이커와 메이커끼리 서로 교차되는 지점들이 포착된다. 그리고 그들끼리의 역사를 써나가며 이런 상황들은 매칭이라는 변수에서 어떤 기준점이 되어준다. 예를 들어 BBC 라이센스를 받아 스피커 제작에 열을 올렸던 메이커들인 하베스, 스펜더, 로저스 등 여러 브랜드들이 그렇다. 대개 쿼드라는 앰프 메이커와 자주 어울렸고 심지어 일부 스피커의 스튜디오 액티브 모니터의 경우 쿼드가 제짝처럼 붙어 다녔다. 탄노이의 일부 모델도 쿼드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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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건너가면 어떤 특정 스튜디오와 연결되는 지점은 그리 많지 않지만 윌슨은 볼더, 최근 락포트는 VTL과 조우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찰스 한센이 이끌었던 당시 아발론 어쿠스틱스는 또 하나의 어메리칸 하이엔드 앰프의 상징과 같은 존재 스펙트랄과 어울리면서 광활한 음장과 다이내믹스를 뽐냈다. 가장 최근 이런 시너지를 내는 미국 브랜드라면 YG 어쿠스틱스와 오디오넷의 믹스 & 매치다. 더불어 매지코 같은 경우 본사에서조차 스위스 메이커 CH 프리시전과 융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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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대표적인 케이스라면 코드 일렉트로닉스와 B&W, PMC의 조합이다. 이는 실제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나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수십 개의 코드 앰프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제품들은 여러 스튜디오에서 B&W는 물론 PMC 같은 스튜디오 모니터와 조합을 이루어 사용되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리뷰의 주인공 코드와 PMC의 조합이다.

PMC를 처음 만난 후 개인적으로 여러 앰프를 조합해 사용해봤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일단 아큐페이즈였다. 수 년 전 알고 지내던 지인은 AB2라는 오래된 PMC를 애지중지하며 사용했는데 의외로 아큐페이즈와 좋은 상성을 보여주었다. 그 당시 들었던 저역은 너무 공격적이지도, 너무 왜소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양감과 질감을 보여주었다. 이후 가장 감명을 받았던 것은 브라이스턴이었다. 아큐페이즈가 음악적 울림을 주었다면 브라이스턴은 PMC 사운드의 스탠더드를 보여주었다. 한 때 PMC가 브라이스턴의 영국 디스트리뷰터였던 것도 절대 우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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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Ultima 3

하지만 코드 일렉트로닉스와 PMC와의 조합은 그리 많은 경험이 없었다. 브라이스턴과 아큐페이즈, 심오디오 등에 대한 꽤 기분 좋은 경험을 떠올릴 때 코드 일렉트로닉스와 조합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했다. 이전 리뷰에선 PMC fact8 signature와 조합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감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테스트 대상이 되었던 코드 Ultima 3의 상대는 더 높은 곳에 있었다. fact8 signature는 코드 Ultima 3를 품기엔 그리 넉넉한 그릇이 아니었다. 마침 MB2S라는 모델과 함께 시청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전엔 스탠드가 마련되지 못해 주문제작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했지만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PMC다운 스피커는 현재 Twenty25 라인업이 아니라 IB2, MB2, BB5 같은 박스형 스피커들이다. 원래 PMC가 시작부터 고집해왔던 설계와 디자인을 가장 본질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표상 같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AB2에 대한 기억도 작용했거니와 처음 들었던 BB5SE의 그 거대한 스케일과 안락한 밸런스는 다른 스피커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주었다. 초창기 LB1이나 DB1 Gold 등의 스피커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피커들은 모두 이런 커다란 박스형 스피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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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사랑한 PMC (PMC MB1)

MB2S와 조우

사실 MB2S는 스튜디오용으로 개발된 모델 중 패시브 모델이다. 하지만 홈 오디오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스피커며 오히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디자인이나 마감에 위화감이 없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모델은 여타 박스형 스피커들과 함께 PMC의 역사를 함께 한 스피커다. 1993년 MB1이 출시된 이후 영화 <라이언 킹>, <포레스트 검프>, <인디펜더스 데이> 등 유명 영화 제작에 사용되었고 퀸의 브라이언 메이가 소속팀 퀸의 앨범을 녹음할 때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애용한 스피커로 유명하다. 이후 2012년 SE 시리즈가 런칭되었고 스튜디오용으로는 MB2S까지 진화하면서 독보적인 스튜디오 모니터로 활약하고 있다.

20Hz에서 25kHz에 이르는 광대역에 49kg의 육중한 몸체 그리고 고역과 중역 그리고 저역을 각각의 유닛에 따로 할당한 본격 3웨이 스피커가 바로 MB2S다. 특히 저역은 310mm 구경 진동판을 채용한 일종의 스파이더 타입 Radial™ 유닛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들어보면 묵직한 타격감과 깊고 정직하게 떨어지는 저역은 그 어떤 하이엔드 스피커보다도 매력적이다. 공칭 임피던스 8옴에 트라이 와이어링 및 트라이 앰핑을 지원하는 점도 오디오 마니아에겐 입맛 다시게 만드는 면이다.

문제는 PMC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트랜스미션라인 적용 그리고 이에 걸맞은 앰프 선정이다. 무려 3미터에 달하는 트랜스미션라인 길이는 자칫하면 저역 속도에 딜레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단이 아닌 트위터 위쪽으로 돌아 나오는 구조로서 아주 깔끔하고 빠르게 포트 쪽으로 에너지를 밀어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앰프 선정에서 출력은 아주 넉넉하다. PMC에서 권장하는 앰프 출력은 200와트에서 800와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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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ma 3가 건네는 미소

실제 PMC MB2S와 매칭한 코드 Ultima 3는 자신의 능력은 이 정도라며 뽐내는 듯하다. 프리의 경우 Ultima 레퍼런스 프리앰프를 매칭했고 소스기기로는 오렌더 N20 및 코드 DAVE DAC를 매칭한 시스템이다. 물론 레퍼런스급 최상위 프리앰프와 막강한 디지털 소스기기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파워앰프의 역량은 기존에 fact8 signature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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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ma 3는 PMC MB2S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거의 한 몸체처럼 작동시킨다. 매우 뛰어난 과도 응답 특성은 민첩하면서도 투명한 중, 고역 반응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Within’을 들어보면 빈틈을 찾을 수 없는 위상 정합을 통해 명료한 음상을 만들어낸다. 거의 정전형에 필적하는 핀 포인트 포커싱이다. fact8 signature에서 MB2S로 올라오니 마치 미들급에서 헤비급으로 변신한 듯 링 위를 누빈다. 기본적으로 그 묵직한 몸체만큼 무게감이 넘치는데 스피드가 둔해지지 않는다는 점은 스피커 뿐만 아니라 Ultima 3의 증폭 특성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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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필요 없이 Ultima 3는 이 커다란 모니터 스피커 MB2S를 완전히 휘어잡는다. 저역은 기본이다. 하지만 홈 오디오에서 중, 고역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대역이다. 예를 들어 켈리 스윗의 ‘Je’Taime’를 들어보면 이전에 필자가 들었던 그 IB2나 MB2, BB5보다 더 투명도가 높고 상쾌한 고역을 들려준다. MB2S는 워낙 임팩트 높은 중역과 저역이 담보되지만 고역이 약간 아쉬운 면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Ultima 3가 말끔하게 해소해주면서 좋은 상성을 보인다. 켈리의 보컬은 투명하고 선형적으로 쭉 뻗어나가면서도 그 밑을 중역이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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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AB2 등 처음 PMC의 중, 대형기를 들었을 때 저역의 어떤 기준을 세워주었다. 깊고 웅장하면서 힘없이 흩어지는 저역이 아니라 중량감과 펀치력, 밀도감이 공존하는 저역이 그것이다. MB2S는 모니터 스피커답게 과장 없이 타이트한 저역을 구사한다. 하지만 너무 얇지 않고 우직한 중량감을 기반으로 한다.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을 들어보면 ‘포만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음질 특성이 음악을 얼마나 듣고 싶게 만드는지 깨닫게 해준다. 마커스의 독특한 주법으로 연주하는 일렉트릭 베이스의 육중한 덩어리가 귀가 아닌 가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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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역의 기준이 단순히 중량감과 타격감, 스피드만으로 정의될 순 없는 것이다. 바로 해상력에 관한 부분이 담보되어야한다. MB2S가 단단하면서도 포만감 넘치는 저역이지만 앰프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뭉치고 엉킬 소지도 다분하다. Ultima 3의 특징이라면 바로 MB2S의 저역을 샅샅이 분해해 보여준다는 점인이다. 이반 피셔 지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중 ‘Infernal dance’를 들어보면 순간적으로 타격할 때 스파이이더 유닛이 빠르게 일렁이며 찰나의 펀치력을 드높인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전체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이 마스킹되지 않고 촘촘하게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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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MB2S가 만들어내는 음장은 무대 안으로 몰입된 듯한 실체감을 만들어낸다. 녹음한 연주자와 청취자의 거리를 좁혀 일체감을 높여준다. PMC MB2S에선 마치 스튜디오에서 연주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듯 모범적인 밸런스 위에 과장이나 축소가 없는 무대를 그려낸다. 예를 들어 헤레베헤 지휘, 모차르트 ‘Requiem’ 중 ‘Kyire’를 들어보면 각 성부가 정확한 음색과 옥타브로 구분되며 전/후 거리감이 충분한 간격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스피커 성능에 기인하지만 Ultima 3로 인한 향상폭이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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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웅장한 스테이징과 포만감 넘치는 저역 등을 동시에 구사하는 스피커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선 많지 않다. 과거 JBL K2 상위 모델이나 ATC의 상위 모델 그리고 윌슨 등의 스피커 등 일부 모델이 떠오를 뿐이다.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에선 해상력과 입체감을 중요시하면서 과거 스피커들의 웅장하고 에너지 충만한 저역은 평균적으로 조금 약화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MB2S에서 맛본 저역은 본래 PMC 스피커의 저역을 맛보기 충분했다.

물론 3미터에 이르는 긴 트랜스미션라인을 덕택이지만 Ultima 3가 아니라면 이런 해상도와 입체감까지 얻어내긴 힘들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편 함께 비교한 전작 SPM1400MK2도 이런 부분에서 Ultima 3의 음질적 진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되어주었다. Ultima 3와 MB2S를 통한 음질적 특성을 단편적으로 조망해보았으나 이 앰프의 활용 범위는 대단히 넓다. 우선 빠른 응답 특성과 베이스 우퍼 제어력은 그 어느 하이엔드 앰프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코드 DAVE 같은 DAC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어지러울 만큼 입체적인 홀로그래픽 음장을 만들어내면서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연출한다. Mosfet 증폭에 대한 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하이엔드 앰프로서 Ultima 3의 일청을 권한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Output Power: 480w RMS per channel @ 0.005% distortion into 8Ω

Frequency Response: -1dB @ 0.2Hz to 46kHz and -3dB 0.1Hz to 200kHz

Signal to Noise Ratio: Better than -84dB

Input Impedance: 100kΩ Unbalanced/Balanced

Output Impedance: 0.04Ω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18cm (H) x 48cm (W) x 36cm (D)

Dimensions with optional Side Blocks: 15cm (H) x 42cm (W) x 36cm (D)

Weight: 22.4kG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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