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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혁신의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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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라인

PMC에 대한 일련의 기억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PMC를 바라보게 된다. 우선 PMC를 필자가 처음 알게 된 것은 FB1, GB1, OB1 같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또는 TB1, TB2 같은 북셀프 스피커다 이 스피커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모범적인 대역 밸런스를 가지면서 저역의 경우 사이즈를 넘어서는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BBC에 스피커를 납품하면서부터 시작된 PMC 역사의 시작 지점에 시선이 고정된다. 피터 토마스가 영국 스튜디오 모니터의 신성으로 떠오른 건 무엇보다 BB5 같은 스튜디오 모니터를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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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엔 ATL, 즉 ‘트랜스미션라인’이라는 인클로저 설계 기법이 자리 잡고 있다. 여러 메이커들이 스피커 후방 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골몰하며 여러 설계 디자인을 내놓았고 PMC가 채택한 것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트랜스미션라인’이었다. 마치 미로 같은 길을 만들어 유닛 후방 에너지를 흡수하되 전면으로 빼내 저역 하한은 더욱 깊게 재생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 여러 엔지니어들이 이 설계를 시도했지만 이를 가장 우수하게 진보시켜온 브랜드는 단연 PM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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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의 미래

지속된 PMC의 특징들 중 여전히 참신한 것을 꼽으라면 ‘트랜스미션라인’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진부한 것도 사실. 과연 PMC는 어디로 가고 있을 것일까?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처럼 다이아몬드나 베릴륨을 도입하는 것도 아니고 인클로저 소재를 목재에서 벗어나 알루미늄이나 카본으로 제작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씩 순차적으로 촘촘하게 유닛을 발전시키거나 ‘트랜스미션라인’의 방출구 디자인을 조정하는 것이 PMC 라인업의 진화 패턴이다.

와중에 PMC가 FACT 라인업으로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았다. 뮌헨 오디오 쇼에서 공개된 이 스피커의 디자인과 그 존재감은 PMC의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혼란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실제 필자가 바라는 바였다. 뭔가 굉장히 새로운 설계를 통해 미래에 대한 추진력을 얻어가는 것. 그리고 이런 예감은 어느새 현실이 되었다. 바로 PMC의 미래 Fenestria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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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estria

이 스피커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기존에 사용하던 여러 요소들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설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Fenestria는 우선 스피커 한 대마다 총 다섯 개 아니 액세서리를 담은 박스까지 합하면 총 여섯 개의 박스에 담겨 배송된다. 이렇게 많은 박스가 필요한 이유는 Fenestria의 거대하면서도 독창적인 인클로저 설계 때문이다. 그 구성은 저역을 담당하는 인클로가 두 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을 담은 ‘Nest’라는 서브 인클로저가 한 개 그리고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보드를 포함한 하단 플린스. 마지막으로 스피커 한 대마다 사이드 패널에 네 개씩 장착하는 ‘Planar Wing’ 등이다.

이런 구성을 취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진동 제어에 있다. 하이엔드 스피커 설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진동은 다름 아닌 각 유닛의 상호 간섭으로 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윌슨오디오 등을 위시로 수많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베이스 모듈을 시작으로 각 유닛을 별도의 챔버에 가두는 등 인클로저 내/외부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저주파 진동은 음악 재생에서 가장 민감한 대역을 소화하는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음파를 간섭해 정확하고 명료한 주파수 특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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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바로 NEST라는 별도의 서브 인클로저다. 이는 상/하단의 베이스 인클로저와 최소한의 면적만 접촉하면서 결합되어 있다. 심지어 유닛의 후면파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후방은 상/하단 베이스 모듈 사이 공간에 노출되어 있다. 저역을 재생하는 베이스 우퍼와 중, 고역을 재생하는 유닛을 진동과 후면파 간섭에서 모두 해방시킨, 무척 창의적인 설계다. 처음 보고 이 구조를 해석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편 측면 인클로저에서 방출되는 진동과 불필요한 반사로 인해 선명한 사운드 스테이지 형성을 방해한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스피커 제조사들은 모다 강성이 높고 진동이 적은 소재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카본 같은 것이지만 그 가격 덕분에 스피커 제작 비용은 하늘 모른 줄 치솟게 된다. PMC는 소재가 아닌 설계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에서 진동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동조 질량 댐퍼(Tuned mass damper)의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본체 바깥 측면에 Planar Wing을 부착해 스피커의 나머지 부분과 반대로 진동하도록 설계한 것. 이런 설계는 스피커가 설치되는 공간으로 인한 공진 등으로부터 스피커의 사운드를 훼손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사용하는 유닛은 어떤 것들일까? 기존에 PMC가 사용해왔던 것들도 있지만 가정용 PMC 스피커에선 신선한 모습의 소자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일단 베이스 우퍼는 각 채널당 위, 아래로 총 네 개를 사용했다. 이는 6.5인치 구경 유닛으로 PMC에선 ‘피스톤 드라이버’라고 부르는데 수년간의 개발 시간을 거쳐 완성했다고 한다. 특히 진동판은 로하셀 폼을 중앙에 두고 카본 섬유를 샌드위치 형식으로 붙여 만들었다. 모터 시스템엔 페라이트 자석 두 개를 사용한 유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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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자리잡은 NEST라는 서브 인클로저는 알루미늄 빌렛을 음향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으로 깎아 만든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절을 줄이는 한편 베이스 우퍼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부터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격리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이단 미드레인지는 3인치 구경으로 실크가 아닌 면을 사용하며 특별한 화학물질로 도포되어 있다. 한편 트위터의 경우 PMC의 대표적인 유닛인 소노맥스(SONOMEX™) 트위터를 사용하는데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한 모터를 중심으로 미드레인지와 동일한 진동판을 사용한 0.75인치 유닛이다. 이 또한 오레폴(Aureole™)이라는 실리콘 소재의 아이솔레이션 마운트를 사용해 NEST와 진동으로부터 분리시켜놓고 있다.

Fenestria는 23Hz에서 25kHz까지 재생하는 광대역 스피커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8kHz 그리고 380Hz에서 끊고 있으며 내부 회로를 보면 소자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모습이다. 예를 들어 문도르프 저항 및 PMC 특주 커패시터 등 테이블 하나 크기의 PCB 보드를 모두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 할애했다. 그리고 스피커 내부의 옆벽이 아니라 플린스 안에 별도로 수납한 후 출력단과 직결해놓은 것. 음질 적으로 아주 좋은 설계다.

청음

Fenestria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무척 복잡한 구조를 가진 스피커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제 설계를 해 제품화했는지 놀라울 정도. 스피커 한 대가 총 네 조각으로 분리되며 좌/우 총 네 개의 사이드 패널까지 분할되는 모습은 마친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채널당 무려 네 발의 우퍼를 위, 아래로 배치하고 각각의 트랜스미션라인 인클로저를 거친 후면 파를 Laminair™ 포트로 방출시키는 구조가 환상적으로 구현된 모습이다.

이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총 세 조의 로듐 바이딩 포스트를 지원한다. 싱글 와이어링도 가증하지만 트라이 와이어링 또는 트라이 앰핑까지 도전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게다가 고역과 저역을 각각 3단계(+,0,-)로 조정할 수 있어 공간이나 취향에 따라 꽤 다양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이번 시청은 엘라 플레이어에서 ROON을 통해 재생했고 오르페우스 DAC와 코드 Mscaler를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앰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신형 플래그십 Ultima 프리 및 모노 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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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출력의 Ultima와 이 커다란 크기의 스피커의 매칭에선 혹시 너무 크고 부담스러운 음상이 형성되어 비현실적인 사운드를 내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충분한 시청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코드 ULTIMA로 제어하는 이 스피커는 매우 정밀하면서도 적당한 사이즈의 음상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보컬의 높이가 높지 않고 스피커 중앙 가운데에 정확히 맺혀 어색함은 없었다. 나윤선의 ‘My favorite things’를 들어보면 보컬과 악기들이 무척 넓은 거리를 두고 숨 쉬는 생물처럼 싱싱하게 위치한다. 오르골 소리가 마치 핑거스냅처럼 또렷하고 임팩트 넘치게 들리며 그 힘의 세기 표현이 뛰어나 섬세한 탄력의 세기까지도 구분된다. 흥미로운 것은 절대 차갑지 않은 음결로 이전 세대보다 더 배음이 풍부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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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들었던 Fenestria 사운드보다 더 건강하고 맑은 소리를 내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배경의 플로어 노이즈나 디스토션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ULTIMA의 본령이 스피커를 통해 배어나온 결과로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찰리 헤이든의 앨범 중 ‘Palhaco’를 들어보면 라이브 레코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이 시청 공간을 가득 메운다. 특히 어떤 이물질도 보이지 않는 선명한 시야 위에서 소프라노 색소폰이 눈앞에 실 사이즈로 그려지는 모습이다. 어떤 음악에서도 절제된 균형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꽉 찬 배음 정보는 화려한 디테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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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저역 해상력과 끝 모를 저역 하한, 그리고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에 깜짝 놀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상태는 ATL, 즉 가공할 저역 성능으로 유명한 트랜스미션라인의 결정판 Fenestria이기 때문. 예를 들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를 재생해보면 저역의 형태에서 오는 감흥이 남다르다. 엄청난 양감의 저역이 크게 다가올 거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아주 적절한 크기의 저역이 퍼지지 않고 명료하게 날아와 꽂힌다.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피로감 없이 다가오는데 그 해상력은 매우 높은 저역이다. 빠르고 명확한 저역은 코드 ULTIMA의 120Hz 이하 저역 스피드 표현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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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과 해상도를 겸비한 저역 표현은 계속해서 저역이 많은 음악을 즐기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송광사 새벽예불> 중 ‘법고’에선 북이 나를 향해 단걸음에 다가오는 상상에 움찔할 정도였다. 더불어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업라이트 우드 베이스의 떨림이 너무 상세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민망할 정도로 음원의 외부는 물론 내부의 디테일까지 모두 표현했다. 기존에 경험했던 Fenestria의 해상도를 넘어서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연출되어 놀라웠는데 이 부분들은 더 상위 스피커의 그것에서나 들을 수 있던 것이다. 앰프로 인한 퍼포먼스 차이를 가장 크게 실감한 부분이다.

Rachmaninov All Night Vigil

시청거리 약 4.8미터에서 듣는 Fenestria는 확실히 실 사이즈에 더 가까운 무대를 펼쳐낸다. 사실 다른 앰프였다면 이러한 무대 사이즈를 구현하더라도 이 정도 정교한 무대를 구현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추측이다. 예를 들어 찰스 브러피가 지휘한 라흐마니노프의 <철야기도> 레코딩에서 각 성부의 분해 능력 및 각 성부의 위치, 전/후 거리 표현은 기존에 들었던 사운드 중 사운드미러 스튜디오 외엔 가장 훌륭했다. 흥미로운 것은 2미터가 넘는 스피커에서나 맛볼 수 있는 상/하 위치 표현 능력이다. 무대는 더욱 크고 깊으며 때론 하늘에서 하강하는 듯한 악기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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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PMC가 설파해온 음악적 표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설계 기법은 무척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것들이다. 필자 또한 PMC 스피커를 통해 저역의 기준을 세웠고 이후 여러 모델의 진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트랜스미션라인의 현재적 의미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진동판 소재와 인클로저 구조 및 로딩 기법들이 이젠 그리 놀랍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Fenestria가 나오기 전까지는. Fenestria는 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켰다. 소자부터 구조 등 이전에 없던 숨겨진 기술들을 총망라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융합해내고 있다. 요컨대 Fenestria는 PMC의 미래를 여는 혁신의 트리거로서 21세기 PMC는 Fenestria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필자 또한 공간이 허락한다면 사용하고 싶은 스피커 1순위로 Fenestria를 꼽고 싶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s

Available Finishes : Tiger Ebony, Rich Walnut, White Silk, Graphite
Crossover Frequency : 3.8kHz & 380Hz
Dimensions : H 1700mm (66.9”) x W 370mm (14.6”) x D 623mm (24.5”)
Drive Units

LF — 6.5” transverse-weave, carbon-fibre, multicellular-core piston driver
MF — 75mm rear-chambered, soft-dome driver isolated in nest mount
HF — 19.5mm, SONOMEX™ soft-dome, ferro-fluid-cooled driver with 36mm wide surround, neodymium magnet, micro custom chassis, silicone Aureole™ isolation mount

Effective ATL™ Length : 2 x 2.4m (7.9ft)
Frequency Response : 23Hz – 25kHz
Impedance : 4 Ohms
Input Connectors : Hex-Rhodium 4mm binding posts (3 pairs) accepting 4mm plugs, spades & bare wire

Sensitivity : 86dB @ 1W, 1m
Weight : 80kg (176 lbs) each, including plinth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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