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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MC의 문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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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 MC의 시작

레가 Ania Pro를 약 4개월 정도 듣다가 조금 질릴 즈음해서 나는 Apheta2를 입수했다. 이 카트리지는 기존에 Apheta에서 업그레이드된 카트리지. Apheta는 이미 첫 번째 모델부터 그 명성을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디스트리뷰터가 국내에 거의 소개를 하지 않아서인지 시중에서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리뷰도 할 기회조차 없어 아쉬웠었다.

그러다 Apheta는 나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고 그 동안 여러 MC 카트리지를 나는 탐험하고 있었다. 마침 레가의 국내 디스트리뷰터가 바뀌고 Apheta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레가는 Apheta의 두 번째 버전을 내놓은 이후였다. 오리지널 Apheta에 대한 해외의 평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Apheta 2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런 선망의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접하기 바로 직전의 설렘이 나는 가장 즐거운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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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 Ania Pro에서 Apheta 2로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Apheta 2를 입수했지만 좀처럼 정확히 비교할만한 시간을 찾기 못했다. 마음은 분주했지만 무엇보다 Ania Pro와 과연 어느 정도 차이를 보여줄지가 관건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좀 흐른 후 조용히 나 혼자 카트리지 박스를 손가락을 오므려 개봉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스 안에 동봉된 육각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고 이를 다시 레가 RP10에 장착했다. 다행히 레가는 카트리지 장착 방식이 아주 간단하다.

일단 카트리지와 레가 RP10의 톤암과 결합 방식은 매우 간단다. 3점 방식이고 레가 카트리지를 동봉된 나사 세 개를 사용해 헤드셀 부분에 장착하면 끝이다. 오버행도 맞출 필요가 없었다. 카트리지의 무게가 증가했으므로 침압 안티스케이팅 정도만 다시 맞추어주면 끝이다. 침압도 기존 Ania Pro와 동일하게 1.75g에서 2g 사이로 동일하다. 개인적으로는 최대 권장 침압인 2g에 가까이 주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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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a Pro VS Apheta 2

같은 코일과 마그넷 그리고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등 거의 동일한 내부 소자를 가지고 있는 카트리지. 하지만 몸체를 PPS라는 합성 플라스틱을 썼던 Ania Pro와 Apheta 2의 소리는 분명히 달랐다. 이건 마치 유닛과 크로스오버는 모두 동일한 상태에서 인클로저를 일반 MDF에서 알루미늄이나 카본으로 바꾼 듯한 사운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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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nia 카트리지를 Apheta 2와 비교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그 당시엔 Ania Pro가 아닌 이전의 일반 Ania 카트리지였다. 그 당시엔 그 차이가 더욱 컸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차이가 그 전처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차이가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예를 들어 리키 리 존스의 ‘Stewart’s coat’에서 기타는 더욱 날렵하고 섬세했으며 저역은 살집이 조금 빠지는 대신 단단하고 탄력적이었다. 좀 더 절제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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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사운드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The Tube Only Violin’ 앨범을 한 번 얹었다가 쉬지 않고 끝까지 듣게 되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상승했다는 증거다. 다이엘의 바이올린는 그 끝이 더욱 섬세해져 반짝이는 광채가 나는 듯했다. 더불어 리우의 피아노는 바이올린과 섞이지 않고 또렷하게 자신만의 음색과 음정 표현을 정확히 표현했다. 잔향은 Ania Pro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각 악기의 선명도, 디테일 및 세부묘사는 더욱 상승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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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축 특성의 변화들도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리듬감이나 순간적인 어택 등을 필두로 펀치력 등의 변화들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드림 시어터의 ‘Pull me under’ 같은 프로그레시브 메틀 음반을 재생했을 때 차이가 두드러졌다. 일단 드럼 사운드에서 살을 좀 더 빼 골격이 더 또렷해진 모습이다. 마치 구형 JBL, 프로악 같은 스피커를 듣다가 락포트 같은 스피커를 들었을 때의 느낌인데 확실히 저역 명료도와 해상도 그리고 빠르고 명쾌한 어택과 높아진 펀치력은 같은 음악도 더 활기차게 만드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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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대편성 교향곡 등 다중 악기 구성의 녹음에서 Ania와 차이가 두드러졌다. 속도감이나 저역 펀치력 그리고 각 악기들 사이의 분리도가 상승한 덕분이다. 예를 들어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키스 존슨이 녹음한 곡 중 에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Dance of the tumblers’를 들어보면 시작부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부분들에서 추친력이 충분히 살아난다. 골격이 뚜렷하고 힘차게 진군하는 느낌이 압권이다. 더불어 미세 약음부터 강음까지 대비가 세밀하면서도 다이내믹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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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heta 가 일으킨 돌풍

레가는 아주 심플한 설계와 디자인으로 가격 대비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데 주력해왔다. 쓸데 없는 겉치레를 지워내는 대신 가격은 낮추고 더 많은 대중들이 아날로그에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은 단지 레가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의 대중적 수요를 높이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대표 로이 간디는 수더분한 차림으로 내게 턴테이블의 원리를 아주 간단히 설명해주었지만 세상엔 간단히 만드는 게 더 어려운 분야가 있다. 바로 턴테이블이다.

레가는 모든 것들을 단수화해 본래 제품의 역할에 충실한 실체적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 중 하나가 Apheta 였다. 레가는 그 이전에 MC 카트리지를 만들지 않았다. 뜻밖에 레가가 만들어낸 Apheta는 카트리지 분야에서 꽤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니 이 또한 레가의 철학에 충분히 부합하는 시도였다.

일단 무게를 줄이고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톤암이나 카트리지 등 모두 무거워서 좋은 것보단 가볍고 단단할 때 얻는 것이 더 많다. 물론 음질적으로 매력이 있어 여전히 SPU 같은 카트리지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지만 호환성이 제한적이다. 레가 Apheta는 전 세계 모든 카트리지 중에 가장 작은 MC 제너레이터를 설계했다. 그리고 Apheta 2에선 오리지널 버전보다 코일 어샘블리 등을 더 작게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내부엔 크기 대비 강력한 자력의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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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댐핑 시스템도 아주 심플한 구조를 취했다. 일반적으로 MC 카트리지에서 사요하는 타이 와이어나 고무 댐퍼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아주 간단한 서스펜션만 설치했다. 이 외에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게끔 카트리지 바디와 피봇 홀 사이에 캔틸레버의 정확한 정렬을 위해 정밀 장비를 동원했다. 스타일러스는 누드 형태의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로 현존 스타일러스 중에선 최고의 소재를 사용했다.

바디는 통 알루미늄을 깎아서 싱글 피스로 만든 것이다. 공진에 뛰어나며 물리적인 부분 뿐 아니라 전기적으로도 뛰어난 소재로 앰프나 스피커 캐비닛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알루미늄이다. 아마도 내가 Ania Pro에서 Apheta 2로 카트리지를 바꾼 후 가장 먼저 느낀 음질적 차이는 싱글 알루미늄 바디 덕이 가장 크지 않을까한다.

더불어 스타일러스의 모양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레가에선 바이탈(Vital) 타입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장인이 개발한 것으로 반덴헐보다 더 앞서 1976년에 특허를 받은 기술이다. 이는 일종의 엘립티컬 형태로 라인 접촉 외엔 소릿골을 읽어내는 데 가장 유리한 스타일러스 타입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설명하겠지만 일반 엘립티컬보다 한 단계 진화한 하이퍼 엘립티컬 타입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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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효과 그리고 Apheta 3

결론적으로 레가는 라인업의 재정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그 이면엔 Ania Pro의 출시 그리고 무엇보다 Apheta 3의 출시가 있었다. 이미 Apheta 시리즈는 Apheta 3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상위 레벨로 올라가버렸다. 대표적으로 ‘Fine Line’ 타입의 누드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채용하면서부터다. 국내엔 소개되지 않았지만 Aphelion 2라는 최상위 레퍼런스의 그것을 채용한 것이다.

한편 단종된 Apheta 2의 자리엔 아슬아슬하게 Ania Pro라는 카트리지가 Ania와 Apheta 3 사이 멀어진 간극을 채워주기 위한 대안으로 연착륙했다. Ania Pro는 기존 Apheta 2와 동일한 ‘Vital’ 타입의 누드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채용하고 네오디뮴 마그넷 등 거의 Apheta 2에 근접한 설계를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알루미늄 피스를 CNC 머신으로 깎아 만든 Apheta에비해 PPS 타입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Ania Pro가 Apheta 2와 음질적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nia Pro의 존재는 각별하다. Apheta 2가 단종된 상황에서 상위 Apheta 3와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크코 Ania를 구매할 예산에 조금 더 보태면 Pro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Ania Pro는 레가 MC 카트리지 중에서도 가장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카트리지가 아닌가 한다. Apheta 2와 Ania Pro의 비교를 통한 나의 결론은 단순했다. Ania Pro는 하이엔드 MC 카트리지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리는 카트리지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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