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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 블루투스 스피커의 집중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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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오디오

시작은 누군가 그냥 책상 위 또는 거실 한 모퉁이에서 찍었던 사진 한 장이었다. 가지런히 놓인 스피커는 마치 그 옛날 기타 앰프를 연상시켰다. 직업 상 공연장을 수없이 다녔고 또는 음악 좀 한다는 친구들을 곁에 두었던 내겐 무척이나 익숙한 모델이었다. 공연장에선 너무 크고 투박하며 그곳에서 나오는 음악도 그 겉모양만큼이나 투박했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그 모습은 아담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이유는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턴 테이블이었다. 조금만 건드리면 돌고 있는 엘피가 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일까? 힘든 일상의 한 가운데 편히 쉴 수 있는 막간의 휴식이 그 사진의 둘레를 감싸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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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기타 앰프 같은 모습 뿐 아니었다. 최근의 대중들이 즐기는 스피커는 하이파이 스피커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차용한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마치 오랫동안 자신이 즐기던 것인 양 입고 나타났다. 때론 핸드백 같은 모습으로 외출하기도 했고 때론 손에 들고 다니던 플래시, 랜턴을 닮았다. 어떤 것은 그 옛날 루이비통이 만들었던 수공예 가방을 본뜬 듯한 뉘앙스가 디자인에 스며있기도 했다. 더불어 그것은 항상 턴테이블 그리고 엘피 등 아날로그 오디오와 함께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건 마치 생물학자 도킨스가 말한 밈(meme)을 연상케 했다. 문화와 생활양식, 그리고 레트로라는 트렌드 등 다양한 현상들이 SNS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전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중 음악을 듣는 포맷 중 엘피는 크고 멋진 재킷과 함께 오래된 구닥다리라는 편견을 벗어버리고 2~30대에게 시쳇말로 힙한 그 무엇이 되어 있었다. 누가 21세기에 빈티지 디자인의 올인원 스피커와 턴테이블의 조합이 가장 핫한 오디오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어느새 이런 오디오의 모습은 21세기 멋쟁이 청춘의 오디오 세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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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오디오프로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스웨덴에서 시작된 오디오 프로라는 브랜드의 역사를 보면 이런 트렌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실력 있고 독창적인 디자이너의 산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이지만 실 오디오 관련 디자이너의 목록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오디오 프로의 최근 디자인 그리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왜 최근 오디오 프로의 제품들이 인기몰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설립자 Karl-Erik Ståhl는 여러 특허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로서 오디오 프로를 설립한 장본인이다. 스웨덴에선 이미 컬트처럼 기억되는 박스형 스피커들 그리고 작은 미니 스피커와 서브우퍼의 디자인을 보면 확실히 이들은 시대를 앞서갔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이들이 개발한 ACE-Bass 라는 기술이 돋보인다. 당시 인클로저와 유닛의 크기가 저역의 깊이와 규모를 규정짓던 시절 작은 사이즈의 서브우퍼에서 상상하기 힘든 초저역을 구사하는 기술이 바로 ACE-Bas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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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파이어

오디오 프로는 계속해서 다양한 스피커를 개발해왔고 최근엔 A 시리즈, C 시리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스피커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C 시리즈라는 포터블 스피커는 이미 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A26, A36 등의 2채널 스피커들은 스트리밍은 물론 특히 TV와 연동해 즐기기 좋은 액티브 스트리밍 스피커들이다.

여기서 잠깐. 이번엔 드럼파이어라는 제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디자인이 무척 끌렸다. 마치 공연용 스피커 같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샬이나 복스 등 과거의 기타앰프 등의 디자인을 빌려와 최신 기능을 넣어 발매한 제품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실제 모습을 본 이후엔 한 번 더 놀랐다. 사진으로 보던 사이즈를 훌쩍 뛰어넘는 대형이었기 때문이다. 높이가 655mm, 좌우 너비가 365mm, 깊이가 190mm로 소형 톨보이 스피커 중 전면 패널이 넓은 유형이다. 하지만 좌/우 채널이 따로 분리된 스피커가 아니다. 이 스피커는 상/하가 분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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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하단의 인클로저는 액티브 서브우퍼며 높이가 500mm, 그리고 상단에 놓인 스피커는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우퍼를 포함한 스피커로 높이가 150mm. 그래서 전체 높이는 655mm가 된다. 일단 상단의 스피커는 1인치 텍스타일 돔 트위터를 두 개 그리고 4.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 두 발을 사용하고 있다. 입력은 RCA 아날로그 입력 그리고 이더넷 입력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가능한 스피커다. 더불어 2.4Ghz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그냥 이 상단 스피커 하나만으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주파수 대역은 45Hz에서 22kHz로 웬만한 북셀프 스피커의 응답 범위를 소화하며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kHz로 잡아놓았다. 기본적으로 블루투스 4.0을 지원하므로 간단히 음악 즐기기엔 좋다. 지원하는 오디오 포맷은 MP3, WMA, AAC 등 대표적인 손실 포맷부터 FLAC, 애플 Lossless 등 다양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단자가 하나 있다. 바로 서브우퍼 출력단이다. 바로 하단의 액티브 서브우퍼를 부착하면 무려 30Hz까지 재생하는 광대역 스피커로 거듭나게 된다.

액티브 서브우퍼는 약 8인치 구경의 우퍼를 전면으로 배치하고 있다. 무척 깊은 진폭 운동이 가능한 유닛이라고 한다. 주파수 대역은 30Hz에서 120Hz까지. 그리고 크로스오버는 50Hz에서 120Hz까지 조정 가능하므로 취향과 공간, 설치 위치에 맞게 조정 가능하다. 이 외에 위상 및 볼륨 레벨 조정 기능 등 일반적인 액티브 서브우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참고로 상단 스피커는 20W와 60W 짜리 클래스 D 앰프를 사용하며 하단 액티브 서브우퍼는 200와트 짜리 클래스 D 앰프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음

PJY Parkjiyoon

블루투스를 페어링한 후 핸드폰(아이폰 X)에 담긴 여러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가한 오후, 밖은 뙤약볕으로 지상의 모든 것이 녹아내릴 듯했지만 실내는 박지윤의 ‘우리의 하루’로 가득했다. 재생하면서 이 스피커는 일반적인 가정용 블루투스 스피커와 태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대체로 올인원 블루투스 스피커들이 중역이 비고 고역과 높은 저역만 부푼 소리를 들려주어 피로감을 가중시키는데 이 스피커는 중형 북셀프 이상의 풍만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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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를 들어보면서 볼륨 세팅을 다시 했다. 일단 오디오 프로의 전용 앱에서 볼륨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리고 이후 핸드폰에서 볼륨을 조정했다. 그래야 충분한 볼륨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볼륨을 한껏 올려보면서 서브우퍼 레벨과 크로스오버를 조정했는데 일단 더블 베이스의 양감이 차고 넘치며 매우 묵직한 저역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원시원한 JBL 같은 사운드에 서브우퍼의 저역이 추가된 듯한 소리. 웬만한 거실은 충분히 채울 만큼 능률이 높아 소리가 말 그대로 콸콸 쏟아진다.

trio toykeat

전체적인 사운드 뼈대의 굵기가 굵고 마치 대형 스피커처럼 웅장하고 무게감 넘치는 저역 덕분에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대신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은 없다. 트리오 토이킷의 ‘Gadd a tee’를 들어보면 리듬감이 무척 좋아 추진력 높게 곡을 이끌어나간다. 한 번 더 액티브 서브우퍼의 레벨과 크로스오버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았는데 나의 경우 약 10시 정도가 적당했다. 이는 공간의 크기와 세팅 위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세팅에서든 넘치는 힘과 육중한 사운드로 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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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세를 밀고 나가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 등 여러 팝, 재즈 음악들을 재생해 보았다. 확실히 섬세하게 듣는 클래시컬 음악보다는 리듬감과 역동적인 추진력이 중요한 팝, 록 음악에서 강점이 두드러진다. ‘Black or white’에선 특히 문 두드리는 소리부터 아이의 대사에서 깜짝 놀랄 만큼 현장감이 두드러졌다. 더불어 임팩트 넘치는 드럼 사운드는 마치 록 공연장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커다란 공간도 충분히 채울 만큼 능률이나 볼륨이 좋고 저역 펀치력이 높아 파티, 모임 또는 회의 공간 등에서도 그 매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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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드럼파이어를 보면서 어렸을 적 모 잡지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던 기타와 기타앰프가 생각났다. 한동안 연습하면서 언젠가는 그때 존경했던 기타리스트처럼 연주해 보리라 큰 뜻을 품었지만, 무려(?) 한 달 만에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여러 공연을 보면서 포기하길 잘했다고 체념했다. 마치 드럼파이어를 듣고 있으면 스트라토캐스터, 깁슨 등을 연주했던 기라성 같은 기타리스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이 속했던 밴드들까지. 마치 드럼파이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집중포화를 날릴 듯한 이 제품으로 음악을 듣고 있자면 그 전설들과 함께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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