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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이 빠르고 엄청나게 강력한

렐(REL) S/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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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한계

우리는 대개 스피커를 구입하고 사용하면서 그 한계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것은 선입견이다. ‘이 스피커는 이 정도 구경의 유닛을 가지고 있고 능률과 임피던스가 이러니 지금 이 정도 앰프에서 최선의 결과를 보여줄 거야’라고 자기 암시를 준다. 한계를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계를 시험하려면 더 많은 예산과 더 복잡한 세팅이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을 추구하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그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한계 상황을 즐기고 싶어 한다. 아마도 하이엔드 오디오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후자일 것이다.

최근 국내 굴지의 마스터링 스튜디오 사운드미러를 찾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B&W 800 D3 및 802 D3 등 3세대 스피커를 최근 출시된 4세대로 모두 교체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흔치 않은 인터뷰 기회를 잡아 진행했고, 이후 점심 식사 후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801 D4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801 D4는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6인치 컨티넘 미드레인지 그리고 10인치 에어로포일 베이스 우퍼를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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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미러 스튜디오

사실 이 스피커는 기존에 이미 들어보았고 영상 리뷰도 진행했었다. 나 스스로 어느 정도 성능을 파악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사운드미러 스튜디오에서 첫 곡을 듣자마자 무너졌다. +/-3dB 조건에서 15Hz까지 내려가는 저역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 나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전율을 실감했다. 두 발의 10인치 베이스 우퍼가 내줄 수 있는 저역의 끝단은 상상 이상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 스튜디오의 앰프 세팅이다. 이 정도 저역의 깊이와 양감과 스피커, 양감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편적인 앰프로는 불가능하다. 801 D4를 제동하는 데엔 브리카스티 M28 네 대가 동원되어 있다. 8Ω 기준 채널당 200W로 10Hz에서 150kHz의 광대역 증폭을 자랑한다. 출력 증가도 선형적이어서 스피커 임피던스가 4Ω으로 내려가면 두 배 출력인 400W를 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D는 0.005%로 매우 낮은 수치를 자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총 네 대를 사용해 바이앰핑 방식으로 세팅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는 한에서 800 D3나 801 D4에 대한 최고의 예우며 한계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렐 서브우퍼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내가 사용하는 북셀프 또는 베리티오디오 Rienzi 같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들어보아도 그런 저역은 언감생심이다. 10인치 전용 베이스 우퍼를 채널당 두 발씩 채용한 801 D4의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4대의 파워앰프를 바이앰핑한 시스템과 비교는 애초에 결과가 뻔하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 꼭 맞는 해결책이 있다. 바로 액티브 서브우퍼를 연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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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 S/510

최근 여러 개에 걸쳐 리뷰를 진행한 렐(REL)은 마로 이런 상황에 처한 무릇 오디오파일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존재다. 그리고 바야흐로 차상위 플래그십 바로 아래 라인업인 S 시리즈까지 올라왔다. 이제 정상이 눈앞인 것이다. 그중 S 시리즈의 중간 즈음에 있는 S/510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다.

S/510은 이전의 렐의 성공에 이바지했던 모델들의 모든 것들을 무자비하게 개선한 끝에 나온 모델이다. 렐은 전력 부분과 드라이브 유닛 그리고 필터의 완성도 등 모든 것들을 재검토했다. 또한 캐비닛도 그 개선 사항에 포함되었다. 렐이 목적으로 한 것은 20Hz에서 35Hz, 그러니까 초저역 부분에서 더 강력하고 깊은 주파수 특성 및 역동성과 넓은 음장 구현 등 거의 질 좋은 저역 특성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었다.

우선 앰프 부분이 눈에 띈다. S/510에서도 여전히 클래스 D 증폭 앰프를 탑재하고 있는데 그 이름은 NextGen3로 불린다. 새롭게 개발된 이 앰프는 총 500W의 막강한 출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작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출력을 그 자랑으로 아는 클래스 D 증폭 앰프를 탑재했으면서 무슨 일로 S/510은 무려 31.7kg이라는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고 있는 걸까? 물론 캐비닛 자체가 하위 모델보다 커진 점도 있다. 좌/우 너비, 높이 그리고 깊이가 각각 400mm, 410mm, 464mm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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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더 큰 원인은 드라이브 유닛에 있다. 무려 10인치 구경에 다이 캐스트 알루미늄 섀시를 채용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인치 유닛은 전면으로 향한 액티브 우퍼며 S/510엔 또 하나의 우퍼가 존재한다. 렐은 저역 확장을 위해 바닥 방향으로 전면 우퍼보다 더 큰 무려 12인치 패시브 우퍼를 내장시켰다. 우선 10인치 액티브 우퍼는 드라이브 유닛 후면에 카본 필름을 추가해 그 강도와 내구성을 높였다. 더불어 유닛 후방에 역시 카본을 사용한 초경량 지지대를 추가해 긴 스트로크의 강력한 후방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제거했다.

액티브 드라이브 유닛의 이러한 설계 변화는 500W급 앰프 출력에도 진동판이 충분히 견디면서도 더 정확하고 깊은 저역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퍼펙트필터 (PerfectFilter™) 및 퓨어 시어터 필터(PURE Theatre™)를 설계해 내장하고 있다. 이전 버전보다 더 높은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주파수 대역 균형감은 물론 더 실감 나는 극장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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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향해 있는 슈퍼프로그레시브(SuperProgressive™)라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특수 제작된 서스펜션을 사용해 대단히 높은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저역을 확장해주는 기능을 갖는다. 렐의 설명에 의하면 낮은 볼륨에선 마치 밀폐형 타입의 12인치 스피커처럼 작동하지만 한계 상황에선 14인치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참고로 이 스피커는 극장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측면 당 최대 세 개의 S/510을 연결해 쌓아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것. 생각만 해도 대단한 저역이 쏟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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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렐 S/510은 여타 액티브 서브우퍼처럼 LFE 입력도 제공하지만 2채널 하이파이 시스템에선 하이레벨 입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따라서 이번에도 뉴트릭 스피콘 단자로 마감된 케이블을 사용해 앰프에서 직접 S/510으로 연결을 시도했다. 앰프는 나드 M33 그리고 스피커는 윌슨 베네시의 디스커버리 2 스피커를 활용했다. 사실 디스커버리 2 스피커는 북셀프 타입이지만 불셀프같지 않은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다. 게다가 주파수 응답 범위도 38Hz부터 30kHz로 저역 하한이 꽤 깊고 양감도 웬만한 중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 비견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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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2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저역이지만, 이 역시 액티브 서브우퍼를 도입하자 사뭇 놀라운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렐 S/510을 결합 후 볼륨을 열두시 너머로 올리자 마치 이것이 진짜 저역이라는 듯 새로운 음악이 펼쳐졌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들어보면 일단 시간축 특성이 서로 매우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저역 주파수 하강도 중요하지만, 윌슨 베네시 디스커버리 2에선 스피드 및 엔벨로프 특성 측면에서 서로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시간 일치를 보여주었다. 깊고 강력하면서 초점이 명확한 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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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몇 가지 녹음을 더 들어보다가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 중 ‘Spiritual’을 들어보았다. 이 곡에선 디스커버리 2의 저역 하한인 38Hz와 S/510의 20Hz 하한 사이를 종횡하는 저역이 하이라이트다. 솔직히 모든 음악이 중간 저역 이하의 딥 베이스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곡을 들어보면 서브우퍼를 적용하기 전과 적용 후 싱글 악기 하나의 표현력에서도 꽤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딥 베이스 보강으로 인해 전체 대역 밸런스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S/510 추가 후 찰리 헤이든의 더블 베이스가 그 커다란 위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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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510 같은 렐의 액티브 서브우퍼가 흔한 홈시어터용 서브우퍼가 다른 점은 음악적 맥락을 과장하거나 또는 축소하지 않고 매우 정직하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너무 돌출되어 중역과 고역을 묻히게 만들거나 또는 너무 느려서 저역의 초점과 순간적 어택의 힘이 분산되는 약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에서 나는 숨죽이며 저역의 어택을 기다렸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컨트롤된 저역을 들을 수 있었다. 힘과 음악적 뉘앙스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저역이다. 이런 저역 확장은 액티브와 패시브 우퍼 두 조의 하모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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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는 저역 한계가 명확한 스피커로 들을 경우 그 한계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초저역까지 선형적으로 재생 가능한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보면 저역의 깊이뿐 아니라 놀라운 타격감과 강력한 펀치력이 상상 이상이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나는 S/510이 추가되었을 때 사운드가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전체 음악에 더 커다란 무게감과 역동감, 스케일 상승을 견인했다. 디스커버리 2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S/510이 추가된 2.1 시스템은 또 다른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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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S/510 다음엔 S/812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리뷰를 작성하는 동안 S/812도 리뷰의 도마 위에 함께 올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510만으로도 오랫동안 친숙하게 생각했던 곡들의 표정을 매우 다르게 변화시켰다. 특히 익숙했던 디스커버리 2 사운드가 그 스케일은 상위 모델로 올려놓았고 응집력과 무게감 등에선 저역에 한해서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잠시 서브우퍼를 제거하고 동일한 테스트 음악을 재생했을 때 나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주파수 특성뿐만 아니라 시간축 특성 등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서 믿을 수 없이 빠르고 엄청나게 강력한 그 음질 향상을 생각하면 S/510은 바겐세일에 가깝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Type: Front-firing active woofer, down-firing passive radiator
Active Drive Unit: 10 in. (250 mm) long-throw, die cast Aluminium chassis
Passive Radiator: 12 in. (300 mm)
LF Response in Room: 20Hz at -6 dB
Input Connectors: Hi Level Neutrik Speakon, Left and Right Lo Level phono, LFE phono, LFE XLR
Gain Control Range: 80 dB
Power Output: 500 watts (RMS)
Phase Switch: Yes, 0 or 180 degrees
Amplifier Type: NextGen3 Class D
REL AirShip Wireless: Yes – REL AirShip system (required), sold separately
Protection System
Fully Electronic with SET-SAFE: Yes
D.C. Fault: Yes
Output Short: Yes
Mains Input Voltage: 220-240 volts, 110-120 volts for certain markets
Fuses: 5 Amp semi delay 230 volts operation,
9 Amp semi delay 120 volts operation
Dimensions (WHD): Including Feet and Rear Panel Controls
15.7 x 16 x 18.25 in. (400 x 410 x 464 mm)
Add 1.75 in. (44.5 mm) in depth when using Hi Level connector
Net Weight: 70 lbs. (31.7 kg)
Shipping Weight: 80.7 lbs. (36.5 kg)
Finish: Gloss Piano Black or Gloss White Lacquer
Supplied Accessories
Mains Lead: Yes
Neutrik Speakon Interconnect: Yes (10 Metres Nominal)
Users Manual: Yes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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