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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파이와 손잡은 파워앰프의 미래

T+A A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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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D 전성시대

2020년과 2021년까지 하이파이 앰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퓨리파이(PURIFI)를 그냥 지나칠 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루노 푸제이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앰프 증폭 모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엔 클래스 D 앰프들이 즐비하다. 가격적으로 저렴하게 앰프를 만들 수 있고 제작 방식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나 개인도 클래스 D 모듈의 출현은 무척 반가웠지만, 이토록 뛰어난 스펙의 클래스 D 모듈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퓨리파이의 아이겐탁트(Eigentakt)에서 출시한 1ET400A는 모든 것을 갈아엎어 버린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물론 이런 모듈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그 배후에 있는 브루노 푸제이는 어찌 보면 클래스 D 증폭 모듈의 역사를 이끌어온 장본인이었기에 가능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덕분에 음향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그는 대학 졸업 이후 그 유명한 필립스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든 것이 클래스 D 앰프의 효시인 UcD 모듈이었다.

bruno putzey

그는 2004년 하이펙스(Hypex Electronics)로 자리를 옮기면 본격적인 2막 1장을 열어젖힌다. 단순힌 TV는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기능성 중심의 클래스 D 모듈이 아닌, 모든 가청영역에서 디스토션 없이 깨끗한 시그널을 증폭해내는 오디오파일용 모듈 개발에 나선 것. 그 결과물이 바로 현재 전 세계 수많은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들이 애용하고 있는 Ncore 모듈이다. 그는 클래스 D의 한계를 혁파하고 진일보시킨 장본인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클래스 D 증폭의 전성시대를 여는 데 일조한 브루노 푸제이는 준비된 스타였다. 몰라몰라(Mola-Mola)라는 브랜드를 창업하기도 하면서 뛰어난 디지털 기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스튜디오용 액티브 스피커를 만드는데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림(Grimm)의 DA, DA 컨버터는 물론이며 LS1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가 그의 작품이고 Kii 의 CTO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리고 퓨리파이 설립 후 만든 아이겐탁트 모듈은 나드 M33을 필두로 하이파이, 하이엔드 앰프의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T+A 그리고 퓨리파이

브루노 푸제이의 퓨리파이가 만들어낸 아이겐탁트 1ET400A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 증폭 모듈을 라이센스 받아 제작, 채용한 나드 M33은 초유의 인기를 얻으면서 하이파이 앰프의 미래라고 칭송받았다. 필자 또한 리뷰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다가 그 소리에 반해 직접 구입하기도 했으니까. 이 외에 LKV 리서치 등 몇몇 소규모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이 이 모듈을 채용한 앰프를 내놓고 있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생각된다. 이미 앞선 브랜드의 상용 제품으로 최종 검증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말이다.

PURIFI 아이겐탁트 1ET400A

나의 예상대로 올해 후반기 이 아름다운 클래스 D 증폭 모듈은 또 다른 하이엔드 메이커와 커플이 되었다. 다름 아닌 독일의 T+A다. ‘이론과 적용’이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이들은 사실 오랫동안 ‘우리는 사실 과학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가히 독일의 마크 레빈슨이라고 할 만큼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과 측정 아래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퓨리파이와 손을 잡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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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00 스테레오 파워앰프

T+A가 야심차게 발표한 A200 파워앰프는 DAC200 및 MP200 그리고 HA200과 함께 200 시리즈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모델이다. 사이즈는 보편적인 풀 사이즈 제품에 비해 약간 작다. 예를 들어 A200 파워앰프 같은 경우 좌/우 너비가 32cm, 깊이가 34cm이며 높이는 10cm 정도다. 게다가 저전력에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클래스 D앰프답게 무게는 고작 5kg에 불과하고 최대 전기 소모는 600W, 평소 전원 인가 시 25W 정도를 소모한다. 그러나 댐핑 팩터는 최대 800 정도로 꽤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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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퓨리파이의 아이겐탁트 클래스 D 증폭 모듈을 채용한 A200은 8Ω 기준 채널 당 125W, 4Ω 기준 채널 당 250W 출력을 갖는다. 임피던스가 절반이 되었을 때 정확히 두 배의 출력을 내줄 수 있는 정직하고 선형적인 앰프라는 의미다. 주파수 특성은 1Hz에서 60kHz까지 선형적인 응답 특성을 보인다. 전 고조파 왜곡률을 의미하는 THD는 0.002%, 상호변조 왜곡인 IMD 또한 같은 수치까지 매우 낮은 왜곡률을 실현했다. 채널 분리도는 103dB에 이른다.

T+A는 단순히 아이겐탁트 모듈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사의 축적된 기술을 혼용해 A200을 설계했다. 물론 아이겐탁트 테크놀로지는 매운 낮은 소음과 높은 댐핑 팩터 그리고 손실을 낮추어 고효율 증폭과 뛰어난 음질을 내줄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전원부 등 앰프 설계엔 다양한 기술과 설계가 요구된다. 우선 앰프의 심장인 전원부는 고주파 사인파를 생성하는 전원부와 퓨리파이 아이겐탁트 출력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내부 커패시터 설계에서 일반적인 커패시터보다 훨씬 더 빠른, 초당 100,000번 재충전을 실현했다. 이는 기존 커패시터보다 무려 2,000배 빠른 재충전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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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 증폭 단계에선 T+A의 최상위 모델인 HV 라인업에 적용했던 기술을 그대로 빌려왔다. HV가 ‘High Voltage’를 뜻하며 이것이 HV 시리즈 및 일부 T+A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된 바 있는데 하위 모델인 A200에 파격적으로 적용한 것. 커패시터의 매우 빠른 재충전으로 아주 짧고 작은 신호에도 세밀하고 정확한 전기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HV 회로에선 높은 전압에서 작동 시켜 매우 선형적인 재생음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들 회로는 매우 안전하게 보호되며 ISC, 즉 ‘Intelligent Safe Control’이라는 회로에 의해 마이크로 컨트롤러로 정교하게 제어된다. 온도 및 부하, 클리핑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자 제어 장치를 내장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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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이전에 DAC200을 리뷰하면서 그 존재를 내게 드러냈던 200 시리즈는 이번 A200을 통해 좀 더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알렸다. 일단 입력은 RCA 한 조 및 XLR 한 조가 마련되어 있다. 특이한 건 파워앰프면서 XLR 출력을 한 조 마련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A200 한 조를 더 도입해 바이앰핑을 시도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패시브 바이앰핑의 경우 프리앰프에서 두 조 출력을 해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A200 같은 경우 프리앰프에서 한 조만 연결 후 나머지 파워앰프는 그 파워앰프에서 신호를 받아 증폭할 수 있다. 물론 DAC200과 함께 간단히 바이앰핑이 가능해지게끔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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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출력이 두 조 출력되는 것도 반갑다. 서로 다른 두 조의 스피커를 연결 후 전면에서 버튼 조작을 통해 그때그때 듣고 싶은 스피커를 선택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스피커 A, B 선택 버튼 옆에 위치한 ‘DF LO’라는 버튼이다. 항상 독일 제품들, 특히 T+A 같은 경우 독특한 기능을 구현해놓곤 하는데 이 버튼은 ‘댐핑 팩터’를 사용자 임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디폴트 상태는 LED가 꺼진 상태고 버튼을 눌러 LED가 켜지면 댐핑 팩터 디폴트 값 800에서 70으로 내려간다. 또한 이 버튼을 통해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청음

A200 테스트는 T+A의 DAC200과 함께 세팅해 진행했다. 기존엔 DAC200을 DAC로 사용하고 코드 일렉트로닉스 CPM3350 인티앰프 그리고 베리티 Rienzi 및 케프 LS50 Meta 등의 스피커를 사용했는데 이번엔 소스 기기와 앰프 모두 T+A로 통일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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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파워앰프는 퓨리파이의 아이겐탁트 증폭 모듈 덕분인지 거의 적막에 가까운 배경을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야나체크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피아노 소나타를 재생하자 그 어떤 먼지 하나도 음원에 더해지지 않은 듯 순수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공간에 흩뿌린다. 눈을 감으면 스피커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청취자가 음악과 함께 침묵 속에서 조용히 호흡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착색을 거부한 사운드며 전체적인 대역 균형감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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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주 듣는 앨범 중 기타리스트 마이클 헤지스의 1984년작 [Aerial Boundaries]를 재생해보았다. 그 중 닐 영의 곡을 인스트루멘틀 버전으로 녹음한 ‘After the gold rush’를 들어보면 풍부한 배음 정보를 낱낱이 표현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경은 여전히 고요한데 그 검은 무대 위에서 오직 마이클 헤지스의 기타와 마이클 맨링의 플랫리스 베이스만 조명을 받는 듯 포커싱이 또렷하다. 특히 마이클 맨링의 베이스는 분명하게 옥타브를 오르내리면서 절대 뭉개지지 않는 모습이다.

daft punk

중역은 디테일이 상당히 잘 살아있어 섬세하게 풀어내는 스타일이어서 녹음의 완성도를 테스트하기에도 제격이다. 한편 높은 저역부터 중간 저역 쪽 그리고 딥 베이스까지 매우 힘찬 제동력을 보인다. 확실히 광대역에 스피드가 매우 빠르면서도 디스토션이 아주 적은 앰프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Doin’ it right’나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같은 경우 베리티 Rienzi에선 힘이 넘친다. 이런 땐 ‘DF LO’버튼을 눌러 댐핑 팩터를 낮추는 것이 더 낫다. 스피커나 공간에 따라선 오히려 댐핑 팩터를 낮추어 듣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artur pizarro

음색 부분에선 상쾌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쿨&클리어 사운드로 일관한다. 한겨울 성에가 낀 창을 깨끗이 제거한 후 비로소 풍광을 들어내는 눈 덮인 바깥 풍경을 보는 듯하다. 그 풍광의 깊이는 넓고 깊어서 어떤 것도 모두 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앨범 커버 아트를 연상시키는데 음장 자체도 깊은 심도 표현을 통해 멀리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듯 탁 트여있다. 노이즈가 거의 사라진 덕분에 아주 작은 미세 소리 알갱이마저도 살뜰하게 포착해주므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및 세부 묘사의 상승이 실체감을 끝없이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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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미 나드 M33을 통해 맛을 본 후 이는 그 어떤 증폭 모듈로도 다다르기 힘든 사운드라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다른 앰프를 들을 때도 종종 그 소리가 떠오르곤 했다. T+A의 A200 파워앰프와 DAC200으로 듣는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고 표현하면 사운드 스펙트럼에 대한 표현으로 적합할까? 이는 퓨리파이 아이겐탁트 증폭 모듈 및 T+A가 오랫동안 쌓아온 막강한 전원부 그리고 HV 전압 증폭 회로의 결합이 만들어낸 만찬이다. A200은 T+A가 퓨리파이와 손잡고 만든 파워앰프의 미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Technical Specifications

Nominal power per channel :
250 Watts @ 4 Ohms, 125 Watts @ 8 Ohms

Frequency response : +0/−3dB 1 Hz–60kHz
Signal to noise ratio : 113 dB
THD / Intermodulation <0,002%/ <0,002% Damping factor (HI / LO) : 800 / > 70
Channel separation >103 dB
Input sensitivity nominal :
High level (RCA) 800 mVeff / 5,8 kOhms
Balanced (XLR) 1,6 Veff / 20 kOhms

Mains : 200–240V, 50–60Hz
Power consumption :
max. 600 Watts
25 Watts while power on and idling with no signal

Standby <0,5Watts
Dimensions (H×W×D) : 10 ×32×34cm
Weight : 5kg
Accessories Power cord, E2-Link-cable, RCA cable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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