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텍 Silver V.1 파워케이블
오디오의 심장, ‘전원’
전기를 먹고 작동하는 오디오에서 전원은 마치 인간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멈추고 인간은 죽는다. 전원이 불안정하거나 부족하면 오디오 전체에 이상이 생긴다. 심장이 규칙적이고 강력하게 뛰어야 몸 전체에 생명력이 돌듯이, 전원이 깨끗하고 충분하며 안정적이어야 음악이 살아 숨쉬고 진정한 음악적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필자는 원래 고가의 전원 케이블의 존재 이유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 하이엔드 전원 케이블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이전에 우연한 기회로 킴버, 카더스, 오디오퀘스트 등의 케이블을 접하면서 하이엔드 전원 케이블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원 케이블뿐만이 아니다. 유진 어쿠스틱스, 파워텍, 크리스탈오디오 등 국내 전원장치 전문 메이커의 기기들과 리처드 그레이 RGPC, PS 오디오 등 해외 메이커들의 전문 장비를 사용하면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전원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어졌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좋은 전원이란 단순히 이상 없이 전기를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케이블만 해도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케이블의 굵기(게이지, AWG), 길이, 도체 저항, 인덕턴스(L), 커패시턴스(C)에 따라 고전류 순간(예: 베이스 드럼이나 클라이맥스 부분)에 순간 전압 강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파워 서플라이의 필터 콘덴서 충전이 불완전해져 DC 레일 전압이 불안정해지고, 인터모듈레이션 왜곡(IMD)이나 다이내믹스 압축이 생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특히 대출력 앰프에서 저게이지(얇은) 케이블을 사용하면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한 굵기(예: 12~14 AWG)와 낮은 접촉 저항이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인덕턴스와 트랜지언트 응답에도 영향을 준다. 케이블의 기하학적 구조(도체 배치, 꼬임, 병렬 배열)가 인덕턴스를 결정하며, 높은 인덕턴스는 고속 전류 변화(트랜지언트, 즉 빠른 어택)에 ‘브레이크’를 걸어 전류 공급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는 음의 선명도(clarity), 트랜지언트(과도 응답), 이미징에 미세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관련 이론이다. 이 외에도 AC 전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이즈가 유입될 소지가 많으며, 케이블은 이러한 노이즈가 들어오는 입구이자 안테나와 같은 역할을 하기 쉽다.

대표적인 노이즈로는 EMI(Electromagnetic Interference)가 있다. 주변 기기(스위칭 전원, 형광등,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 노이즈다. 또 하나는 RFI(Radio Frequency Interference)로, 라디오, WiFi, 휴대폰 등 수 kHz에서 수백 MHz에 이르는 광범위한 고주파 노이즈다. 이러한 노이즈를 저감하기 위해 케이블 제작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설계를 시도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차폐(Shielding)와 커패시턴스 활용이다. 좋은 차폐(브레이드나 호일)와 유전체(절연체) 재질은 고주파 노이즈를 그라운드로 션트(shunt, 그라운드로 흘려보내냄)하거나 필터링한다. 케이블의 커패시턴스가 높아지면 고주파에 대한 임피던스가 낮아져 노이즈 유입이 줄어든다. 반대로 저가 케이블은 노이즈가 내부 파워 서플라이로 쉽게 들어가 DC 레일에 리플(ripple)이나 고주파 성분을 남긴다. 이는 오디오 신호에 중첩되어 배경 노이즈 상승(noise floor 상승), 히스(hiss), 선명도 저하를 유발한다.

일부 이론에서는 파워케이블을 변압기 1차 코일의 연장선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파워 서플라이 내부에서의 반사와 인터모듈레이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케이블 내 금속 전이(커넥터 접점)나 임피던스 불일치가 고주파 노이즈를 반사(reflection)시켜 내부에서 상호 변조(intermodulation)가 일어나면 전체 노이즈 레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경이 흐려지거나 음의 순수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플러그/소켓의 산화와 불완전한 접촉으로 인한 미세 저항, 접촉 저항으로 인한 음질 손실도 예측 가능하다. 더 깊게 들어가면 기계적 진동도 음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파워텍 Silver V.1
파워텍은 국내에서 전원 장치 및 파워 케이블 부문에서 입지전적인 역할을 해온 브랜드다. 1990년대 초반부터 AVR, 차폐 트랜스 외에 여러 컨디셔너와 케이블을 출시하며 인정받아왔다. 위에서 언급한 전압 강하/임피던스, 인덕턴스, EMI/RFI 노이즈, 접촉 저항, 리플 등 이론적인 문제점을 자사 기술로 해결하려는 접근을 지속해왔다. 파워텍의 기술적 접근은 단순한 오디오 취미를 넘어 의료 등 정밀 산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신뢰가 간다. 전원 케이블에서는 이중/다중 차폐 구조와 페라이트 코어 내장을 통한 고주파 노이즈 억제, 다양한 도체 및 절연 소재 실험 등 꾸준한 시도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케이블을 출시했다. 바로 Silver V.1이다.
택배로 받아 박스를 열자, 기존에 상상하던 파워텍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색상의 케이블이 모습을 드러냈다. 꽤 뻣뻣하지만 구부리면 잘 휘어진다. 색상은 거의 화이트에 가까워, 검은색 기존 케이블에 비하면 상당히 화사한 느낌이다. 겉으로 잘 짜인 섬유 직조 구조가 아름답게 마감되어 있어 고급스러워 보인다. 단자 역시 일반적으로 개인이 단말 처리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공장에서 압착한 듯 빈틈없이 깔끔했다.

파워 케이블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전류가 흐르는 도체, 각 도체의 절연, 차폐, 외피, 그리고 벽면 아웃렛과 기기 인렛을 연결하는 암/수 단자다.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특히 절연과 차폐는 성능은 물론 청음상의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단자의 품질과 케이블과의 단말 처리는 마지막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Silver V.1은 도체로 은도금 구리(SPC: Silver Plated Copper)를 사용하고 있다. 은은 구리보다 전도율이 높다. 일반적인 인터케이블이나 스피커 케이블에서도 하위 모델은 구리 도체를, 상위 모델로 올라갈수록 은도금 도체를, 최상급은 순은 도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Silver V.1은 은도금 도체 SPC를 채용함으로써 낮은 전기 저항과 높은 전도율에서 기존 구리 도체 케이블보다 성능 향상의 여지가 충분하다.

절연 재질로는 FEP Compound를 사용했다. Fluorinated Ethylene Propylene(불화에틸렌프로필렌)의 약자로, PTFE(테플론)와 비슷한 불소계 중합체지만 용융 가공이 가능해 압출 성형이 용이하다. PTFE보다 가공성이 좋으며, 고온 내성, 매우 낮은 유전상수(Dielectric constant), 높은 절연 강도를 가지고 있어 신호 손실이 적고 고전압에도 강하다. 전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내구성도 뛰어나 전원 케이블의 절연 소재로 매우 적합하다.
차폐 구조는 Silver V.1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파워텍은 거의 의료기기나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용해도 될 만큼 강력한 차폐를 구현했다. AL 테이프(알루미늄 호일+폴리에스터 필름)와 SPC 편조(Braid) 차폐를 동시에 적용한 구조다. AL 테이프는 고주파 대역 차폐에 우수하고, SPC 브레이드는 저주파 차폐와 기계적 강도·내구성에서 뛰어나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소재를 조합해 장단점을 상호 보완한 설계로, 오랫동안 의료 관련 회사에 차폐 트랜스와 전원 케이블을 납품해온 파워텍의 노하우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셋업
아래는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을 구성하는 제품들이다. 이 많은 제품에 파워텍 케이블을 모두 적용해 테스트한 것은 아니며, 시스템 1의 아큐페이즈 E-5000과 반오디오 DAC 등에 중점적으로 적용해 청음했다. 이 케이블은 기획 단계부터 소스 기기나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진공관 앰프 전용 모델은 별도로 개발되어 있다.

시스템 1
턴테이블: 닥터 페이커트 Blackbird (with Reed 3P)
카트리지: 하나 Umami Red
포노앰프: 패러사운드 JC-3+
인티앰프: 아큐페이즈 E-5000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오렌더 N10
DAC: 반오디오 Firebird MK3 Last Dance
DAC: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
SACDP: 오포 UDP-205
스피커: MBL 111F
스피커: 바워스앤윌킨스 705S3 Signature
시스템 2
턴테이블: 트랜스로서 Zet-3MK2 (with SME V)
카트리지: 다이나벡터 DV20XH, 오디오테크니카 AT33 MONO
포노앰프: 서덜랜드 PhD, DuPho
프리앰프: 오디오리서치 LS-17
파워앰프: 패스랩스 XA60.5 모노
인티앰프: 라인 마그네틱 LM-219IA Plus
스피커: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청음

임윤찬 – 바흐: Goldberg Variations
음상은 표준적인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대가 약간 뒤로 물러나 있지만, 음표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또렷한 억양을 가진다. 이전에 사용하던 킴버 PK10이 약간 앞으로 쏟아내는 스타일이라면, 파워텍은 힘껏 잡아당겨 팽팽하게 부여잡은 느낌이다. 마치 단전호흡을 하듯 타건과 타건 사이에 긴장감이 감돈다.

트론트하임 솔리스텐 – Holberg Suite op.40, 1악장
악기의 움직임이 재빠르게 허공을 가르고 깨끗하게 사라진다. 특히 고역 표현력이 인상적인데, 롤오프 없이 말끔하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파워텍은 동선 위주의 시스템에 은선 특유의 싱싱한 활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케이블이다.

캐롤린 노 – Crystal Ball
중역대에 살집이 충분하며, 전체적인 사운드 텍스처가 너무 얇지도, 너무 굵지도 않다. 특히 저역 표현은 깊고 정확하다. 어떻게 보면 무색 무채에 가깝지만, 정곡을 찌르며 깊고 빠르게 내리꽂는 저역은 큰 동적 쾌감을 동반한다. 닐스 로프그렌 등 여러 팝, 록 레코딩에서도 이러한 역동성이 뚜렷하게 느껴져, 다이내믹한 표현에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드리스 넬슨스/BSO – 쇼스타코비치: The Hunt
무대를 당기거나 깊게 물리거나, 좌우로 펼쳐내는 것은 주로 스피커, 앰프, 소스 기기의 역할이다. 그러나 파워케이블에 따라 그 느낌이 일부 축소되거나 과장되기도 한다. 파워텍 Silver V.1은 시스템 본래의 특성을 크게 왜곡하지 않고 더 정확하게 살려내는 타입이다. 특히 대역폭과 다이내믹스에서 실력이 뛰어나, 음악을 들을수록 대편성 오케스트라 작품에 손이 자주 가게 만든다.

총평
리뷰를 마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파워 케이블을 경험하며 그 존재 이유는 충분히 수긍했지만, 가격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성능과 가격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된 생각이다. 파워텍 Silver V.1을 들어보니 이전 파워텍과 상당히 달라진 면모에 적잖이 놀랐다. 이는 Diablo 시리즈부터 조금씩 진전되어 온 변화가 Silver V.1에서 절정에 오른 듯하다.
글, 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원
- Center conductor : Multi-Stranded SPC conductors
- Dielectric : FEP Compound
- Outer conductor : Rolled Aluminium foil
- Outer shield : SPC braid
- Outer diameter(mm) : 14.00
- Inner conductor diameter(mm) : 2.50
제조사 : 파워텍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3가 51-37 e-테크밸리 910호
TEL : 02-702-1212 FAX : 02-702-3400
공식 소비자 가격 : 2,4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