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시대 원전 악기로 연주한 조르디 사발의 베토벤 교향곡. 이미 작년에 1번에서 5번까지 나와 재밌게 들었는데 이번엔 6번부터 9번까지 완결되어 음반이 출시되었다. 원전 연주를 들으면 대개 마음이 편안하다. 귀에 거슬리는 법이 없고 무언가 인간의 감성을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잔잔한 흡입력이 있다.
에스페리옹 20 그리고 라 카펠라 레알 데 카탈루냐 그리고 이번엔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을 이끌고 베토벤을 정복한 조르디 사발. 1770년생인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 특집 중 아마도 최고의 성과가 아닐까? 교향곡 3번에 대해 어떤 평론가는 ‘강속구를 던지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이번 녹음을 들어보니 직구에서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등 거의 모든 구종을 구사하는, 노련미 철철 넘치는 궁극의 1선발 투구 장면을 보는 듯하다.
리핑한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듣다가 SACD로 들으니 디테일, 다이내믹스는 물론 카탈루냐 카르도나성 수도원 등 녹음 현장의 앰비언스까지 살 떨리게 전해온다. 가능하면 리핑보단 SACD 원본으로 들으시길…베토벤은 좋겠다. 250주년 생일에 이런 걸작을 선물 받다니. 조르디 사발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