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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모니터 스피커의 이정표

PMC BB5SE & MB2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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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장르의 벽

15년도 더 된 일이다. 어느 날 아는 친구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고 주말이었다. 별다른 스케줄이 없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기껏해야 버스로 10분 거리. 그 친구는 정말 끝내주는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샀으니 같이 들어보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 날 들어본 스피커는 당시 사용해왔던 JBL이나 ATC 그리고 토템과도 달랐다. JBL 4312나 L112보단 낮은 대역까지 패임이 깊은 저역을 들려주었다. 음색은 ATC와 토템을 섞어놓은 듯 한데 좀 더 중립적이었고. 이게 아마도 PMC와의 첫 만남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들었던 FB1은 지금도 PMC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모델이었다. BBC 나 메트로폴리스, 캐피톨 스튜디오는 물론 유수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던 걸로 유명했지만 가정용 스피커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PMC를 1~2년에 한 번씩 모델을 바꿔가며 써봤다. OB1, GB1 그리고 TB2 같은 모델들이다. 저역의 기준을 제시해줬던 PMC 하지만 이후엔 리뷰어로서 여러 리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의 PMC는 항상 FB1 그리고 그 위의 스튜디오 모니터이자 PMC 사운드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IB, MB, BB 같은 모델이었다. 그 사이 경험했던 LB1, AB2 같은 모델도 가장 내 취향에 부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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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 스피커를 다시 만났다. 이미 이전에 리뷰를 진행했지만 이번은 어쿠스틱 환경, 매칭 모두 완전히 바뀌었다. 따라서 과거에 들었던 나의 PMC에 대한 인상은 조금 더 달리 받아들여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달라진 건 나의 음악에 대한 취향이다. 처음 PMC를 접하던 당시 필자는 록과 재즈, 포크 등에 심취해있었고 그 중에서도 재즈에 가장 목말랐던 시절이었다. 국내 재즈 관련 음반이 부족해 이웃 일본의 HMV 그리고 아마존을 배회하며 음반을 구입해 갈증을 씻곤 했다. 때론 음악 관련 소식이 궁금해 미국의 Downbeat 잡지를 구독하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음악의 반경은 좀 더 넓어졌고 그 비율도 제법 균등해졌다. 아니, 특정 장르에만 목을 매기보다 클래식이나 제 3세계 등 닥치는 대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음악에 대한 편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야 옳다. 1950~60년대 재즈 그리고 1970년대 록 음악과 2천년 전후 대중 음악을 즐겨 듣던 당시 들었던 PMC의 사운드는 어떻게 내게 인지되었으면 지금은 어떨까? 아주 미세하게 보면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특히 Twenty나 Fact는 당시 PMC와 상당 부분 변했지만 IB, MB, BB로 대표되는 라인업은 변함이 없고 이에 대한 나의 의견도 큰 변화는 없다. 다만 PMC의 사운드에 그 당시보다 많은 생각과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PMC는 말 그대로 시대를 음악의 시대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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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BB5SE 그리고 MB2SE

‘SE’, 즉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명명되었지만 라인업 이름치곤, 특히 그 역사의 더께를 고려할 때 심심한 이름이다. 헤리티지 시리즈라던가 아니면 레거시 에디션 등 좀 더 근사한 이름도 생각해봄직 한데 말이다. 아무튼 이번엔 만난 스피커는 PMC의 초심을 그대로 이어온 MBSE와 BB5SE다. 아쉽게도 IB2SE는 국내에 수입이 안된 모양이다. 일단 이 두 스피커를 바라보고 있으면 풀 사이즈의 BB5SE가 맨 꼭대기에 위치하고 MBSE는 이를 약간 줄여놓은 미니어처 타입이다. 하지만 말이 미니어처지 그 크기가 50평대 거실도 채울 만큼 늠름하다. 축소형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이런 정체성은 유닛 사용에서 드러난다. 바로 동일한 유닛을 두 개나 공유함으로써 형제 사이임을 증명하고 있다. 우선 트위터를 보면 1인치 소노렉스 소프트 돔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이 유닛은 PMC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노르웨이 시어스(SEAS)와 협력해 개발한 유닛이다. 겉으로 볼 땐 무척 고전적인 소프트 돔 트위터로 보이지만 실제 들어보면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에 채용되는 베릴륨, 다이아몬드 못지않게 평탄하며 절대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생생한 녹음 현장을 묘사해주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공식 명칭은 소노렉스(Sonole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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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도 BB5SE와 MB2SE는 공유하고 있다. 트위터와 외곽 프레임이 일부 겹치게 위치시킨 것은 최대한 시간축 에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대형 스피커들의 경우 대개 위상 에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 동축 디자인을 택하고 유닛 사이 간격은 충분히 벌려 놓는 데 비해 PMC는 고역과 중역을 재생하는 유닛을 매우 가깝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고집하고 있다. 실제 들어보면서 위상 에러로 인한 음상 왜곡은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참고로 중역을 담당하는 드라이브 유닛은 PMC75SE라는 형번의 유닛으로 약 3인치 구경을 채택하고 있다.

다음으로 베이스 우퍼는 두 기종이 그 구경을 달리한다. MB2SE는 12인치를 사용하며 BB5SE는 15인치로 무려 3인치나 큰 구경의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두꺼운 거미줄을 연상시키는 앞쪽 기구물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가정용 같지 않은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것은 무척 중요한 부품이다. 무려 15인치에 이르는 대형 우퍼의 진동판이 매우 빠르게 전/후 피스톤 운동을 할 때 같은 축에서 정교하게 작동하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동을 통해 비슷한 크기의 유닛보다 내부 작동 온도가 절반 정도 낮다는 것이 PMC의 주장이다. 일명 래디얼(Radial) 유닛으로 불리는 PMC SE 시리즈의 전매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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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PMC를 여타 스피커와 명확히 구분 짓게 만드는 인클로저 설계에 있다. 바로 트랜스미션라인, ATL라고 명명한 내부 구조로서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PMC 사운드의 핵심 자장 안에 있다. 예를 들어 MB2SE는 내부에 유닛 후방으로부터 미로처럼 구부린 통로를 약 3미터 가량 만들어놓고 전방 상단에 포트를 마련해 놓았다. 한편 BB5SE는 내부의 트랜스미션라인 길이 1미터 가량 긴, 4미터 가량의 통로를 마련해놓고 있다. 스피커 높이가 약 1미터 정도임을 감안할 때 총 네 번 구부린 모양이다.

잠시 로딩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밀폐형은 능률과 출력이 낮고 볼륨에 따라 왜곡이 높아진다. 이를 개선해보고자 만든 저음 반사형 타입은 저역 재생이 쉽지만 위상 특성이 저하되며 포트 노이즈가 추가될 위험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 미로형이지만 워낙 이 또한 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며 추가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문제점을 PMC만의 방식으로 해결한 절충안이 바로 트랜스미션라인이며 ATL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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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PMC의 SE 시리즈는 빠르게 변화시켜온 Twenty 라인업이나 Fact. 그리고 Fenestria와도 다르다. 모델 체인지가 잦지 않고 PMC의 오랜 전통을 가능한 유지하면서 세심하게 라인업을 관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 또는 라인업 전체를 개선해 빠르게 출시하는 최근 관습과 비교하면 매우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은 PMC 자체 라인업 안에서도 관찰되는 점이다. 그들 입장에선 오랜 시간 발전시켜온 그들의 ATL 로딩 방식과 드라이브 유닛 및 다양한 소재 특성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이 있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이다.

실제 청음하면서 이 스피커는 시대를 횡단해 온 듯 그 거대한 몸집에서도 매우 날렵하게 딜레이 없는 주파수 반응 속도를 보여주었다. BB5SE의 경우 저역은 17Hz에서 25kHz까지 재생하며 크로스오버는 380Hz, 3.8kHz에서 끊은 전형적인 3웨이 스피커. 하지만 마치 2웨이 같은 위상 일치와 함께 정교한 음상을 눈앞에 그려넣고 있었다. 참고로 사용한 앰프는 코드 PRE2 프리앰프 그리고 Ultima 3 모노블럭 파워앰프였고 소스기기로는 오렌더 N100C 및 코드 DAVE DAC와 Mscaler 등이다. 시청 공간은 방배동에 위치한 ‘오디언스’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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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모니터 스피커의 정교한 대역 밸런스는 시청실의 어떤 잔향 특성도 거의 반영하지 않고 매우 직접적으로 소리를 전해왔다. 기존에 어쿠스틱퓨저에서 측정 및 음향 시공을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저역 부밍이 전혀 없이 말쑥하고 평탄한 저역은 놀라웠다. 앤 비송의 ‘Da untem im tale’를 들어보면 적당히 두텁고 핵심이 뚜렷한 사운드를 들여 준다. 고역은 꾸밈이 없고 어떤 화장기도 없이 싱싱하고 리얼하다. 토널 밸런스가 중립적인 편이라서 보컬, 피아노의 음정, 음색이 말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되는 모습에서 이 스피커의 특성은 절반 이상 파악이 끝났다.

art pepper

시간축 반응 특성, 즉 리듬감, 페이스 & 타이밍은 절도 있고 아티큘레이션을 표현하는 타입이다. 가볍게 흩날리거나 뭉개는 법이 없다. 예를 들어 아트 페퍼의 ‘You’d be so nice to come to’를 들어보면 드럼과 더블 베이스가 뚜렷한 남성적 골격을 보이며 신명나는 인터플레이를 선보인다. 쿵쿵~ 리듬감이 잘 살아나며 동시에 앞으로 힘차게 추진하며 묵묵히 전진한다. 각 악기들은 명확히 분리된 좌표 위에 위치하며 실체감을 드러내는데 이런 부분 덕분에 마치 재즈 클럽 한 가운데 놓인 듯한 느낌을 준다. 오직 자신만 바라봐달라고 애원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청자를 포용하며 공간 자체를 폭넓게 활용하는 대형기의 편안함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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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곡에서 느꼈던 바지만 이 스피커는 앨범의 녹음 시기를 매우 정확하게 표출해낸다. 1950~60년대 하드밥과 최신 일렉트로닉 녹음의 질감을 확연히 분리해낸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Will you be there’ 풀 버전을 들어보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9번 합창 녹음과 마이클 잭슨의 녹음 사이의 시대적 간극이 분명하다. 녹음 방식, 장르, 악기는 물론 녹음 공간의 공기까지도 명확히 대비되어 드라마틱한 음향을 연출한다. 더불어 리듬 파트의 두터운 탄력과 당당한 저역 그리고 고역 쪽 악기들이 세밀하면서도 두담 없이 공간을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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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녹음은 바흐의 ‘Toccata 565’였다. 이 녹음에선 중, 고역의 생동감과 그로 인한 공간감이 청음실을 완벽히 지배한다. 시작하는 부분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간의 사운드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바로 앰비언스를 결과 깊이가 같은 크기의 스피커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홈 오디오와 확실히 대비된다. 이후 중저역과 초저역으로 뻗어나가는 오르간의 음정은 마치 계단처럼 그 높이가 정교하게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고 짧게 오르내리는 가는 저역이 아니라 핵이 뚜렷하고 면민하게 계산된 듯한 저역 하강 능력을 보여준다. 트랜스미션라인의 저력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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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가격의 스피커가, 이 무게와 크기의 스피커가 우리의 공간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과연 이 스피커는 요즘처럼 훨씬 더 작은 사이즈에서 엄청난 대역을 소화하는 광대역의 놀라운 충격을 맛보게 하진 않는다. 과거형의 헤리티지를 곧이곧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찬란하다고 생각하는 트랜스미션을 줄기차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서 음악은 지금 더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 믿는 그것들보다 일면 더 현실적이며 생생하고 더 감동적이다. 대개 많은 스피커가 작금의 진보한 기술로서도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컨대 MB2SE와 BB5SE 등 PMC 라인업은 스튜디오 뿐 아니라 가정에서 레퍼런스 모니터 스피커의 이정표를 세운 모델들이다.

글, 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

Available Finishes : Walnut, Amarone, Oak, Jet Black
Crossover Frequency : 380Hz – 3.8kHz
Dimensions : (H) 1040mm x (W) 432mm x (D) 790mm
(stand (H) 500mm (+ spikes) x (W) 430mm x (D) 518mm)

Drive Units :
LF – PMC 15” 380mm Radial™ driver
HF – 27mm SONOLEX™ soft dome Ferrofluid cooled
MF – PMC75 SE – 75mm soft dome

Effective ATL™ Length : 4m
Frequency Response : 17Hz-25kHz
Impedance : 4 Ohm nominal
Input Connectors : 3 pairs 4mm sockets (Tri-Wire or Tri-Amp)
Sensitivity : 92dB (1w/1m)
Weight : 87kg (stands 19kg)

제조사 : Professional Monitor Company (UK)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ww.wjsound.com)
공식 소비자 가격 : 31,500,000원(MB2SE), 43,500,000원(BB5SE)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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