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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횡단한 역작

퍼리슨오디오 S7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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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로자들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엔 많은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존재한다. 한 때 마크 레빈슨을 위시로 하이엔드 오디오 무브먼트가 일어났을 때 대학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로 몰려들곤 했다. 지금도 하만 인터내셔널은 물론 전 세계 우수한 음향 엔지니어들이 유수의 오디오 메이커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메이커들의 엔지니어들은 또 다른 곳으로 서로 이합집산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잉태하기도 한다.

최근 만난 퍼리슨(Perlisten)이라는 브랜드를 알아보면 CEO와 CSO 등 모두 쟁쟁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설립자이자 CEO인 다니엘 뢰머는 NHT 등 여러 스피커 메이커를 위한 음향 및 기구 설계를 연구 그룹에서 하이파이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MiTek의 R&D 책임자를 역임했다. 이 외에 다양한 하이엔드 오디오 및 카오디오 부문에 걸쳐 기술 부문 컨설팅해 해왔다. 뿐만 아니라 애스턴 마틴, 랜드 로버, 포드 등의 자동차 OEM 분야에도 참여한 바 있다.

함께하고 있는 CSO 라스 요한센은 1980년대 후반 CE 비즈니스에 종사해왔다. 더불어 JBL, 하만 카든, 클립쉬, 야모 같은 브랜드와 협력해오면서 1990년대엔 하만 인터내셔널에서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 오디오 마니아라면 익숙한 드라이브 유닛 제조사 피어리스(Peerless)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덴마크 하이파이 스피커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최근 10년간 그는 Miller&Kreisel의 파트너이자 사장으로 일했다. 다니엘 뢰머와 라스 요한센 둘 모두 이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키며 물밑에서 진화시켜온, 숨은 공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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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리슨

평생을 음향 분야에 투신한 이 두 명의 걸출한 인물이 만난 곳은 퍼리슨. ‘Perceptual Listening’의 줄임말로서 하이엔드 라우드 스피커 메이커다.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이 스피커 메이커는 2016년에서 2019년 사이에 조직된 이후 2021년에 들어서 시장에 데뷔했다. 이 분야에서 무척 길면서도 중요한 커리어를 가진 이들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저 소재와 그 설계뿐만 아니라 측정 수치들에 세부적인 수치를 제공하면서 신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이런 측정치에 대한 요구가 젊은 오디오파일들에 의해 예전보다 더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퍼리슨의 행보는 무척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수직, 수평 방사 특성이나 다양한 조건에서 주파수에 따른 SPL 그래프 등은 일부에 불과하다. 라인업은 모두 스피커에만 집중되어 있어 누가 봐도 스피커 전문 메이커임을 알 수 있다. 북셀프 스피커부터 서브우퍼까지 다양하다. 모두 중앙에 트위터를 탑재하고 상/하로 우퍼를 배치한 전형적인 가상 동축 스피커. 위상 측면을 상당히 중요시하면 외관만 봐도 치밀한 엔지니어링을 통해 만들어낸 스피커임을 예상할 수 있다.

sound pressure and directivity


S7t 타워 스피커

이 스피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해외 리뷰에서였다. 스테레오파일의 칼만 루빈슨 그리고 이 외에도 컨스텔레이션 같은 하이엔드 앰프 리뷰에서 이 스피커가 등장해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리란 예상을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국내에 수입되었고 운 좋게도 내게 테스트해볼 기회가 돌아왔다. 처음 퍼리슨 S7t를 보자 기존에 카탈로그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멋진 자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에보니 마감은 아주 차갑지도 그렇다고 회고적인 분위기도 아닌, 딱 중간 정도의 뉘앙스를 풍겼다.

우선 이 스피커는 상/하, 좌/우 모두 대칭 형태로 철저히 균형 잡힌 몸매를 보여준다. 유럽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에서 보이는 예술적인 곡선이나 불규칙적 이음매는 눈 씻고 봐도 없이 매우 정직한 타입이다. 게다가 무게는 50kg이 넘으며 하단에 부착해 설치하게 되어 있는 강철 트리거만 해도 10kg이 넘어 매우 안정감 넘치는 모습이다. 트리거를 통해 바닥으로부터 띄워놓는 이유는 스피커 지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스피커 하단 바닥을 향해 포트를 설계해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한 드라이브 유닛 구성을 살펴보면 언뜻 다섯 개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스피커는 채널당 무려 일곱 개의 유닛을 탑재하고 있다. 상단과 하단에 장착된 총 네 개의 베이스 드라이브 유닛은 베이스 우퍼며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는 그 중앙에 모두 모아놓았다. 우퍼 사이즈와 동일한 일종의 어쿠스틱 렌즈는 상당해 이채로운 모습인데 정 중앙에 트위터를 놓고 상하로 미드레인지를 위치시킨 모습이다. 혹시 슈퍼 트위터가 아닌가 상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단 트위터는 고역을 담당하는 28mm 베릴륨 돔 트위터며 상하로 배치된 유닛은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유닛이다. 중앙의 베릴륨 돔 트위너를 퍼리슨에선 풀레인지 트위터라고 하는데 상/하 미드레인지와 함께 동일한 어쿠스틱 렌즈 위에 근접해 위치하면서 동축 유닛에 버금가는 수직, 수평 지향성을 구축하고 있다. 퍼리슨에선 이 어쿠스틱 렌즈의 설계를 두고 DPC, 즉 ‘Directvity Pattern Control’이라고 부르는데 스피커 패널 및 스피커 주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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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런 작은 미드레인지 돔은 일반적인 사이즈의 드라이브 유닛보다 이동 질량이 매우 낮아 여러 장점을 갖는다. 과도 응답 특성이 더 뛰어나며 격렬하게 작동하는 와중에서도 왜곡이 낮으며 능률이 높다. 실제로 퍼리슨 S7t의 능률이 92dB에 이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초경량 유닛을 퍼리슨에선 TPCD라고 부르는데 퍼리슨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개발 노하우를 통해 처음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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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CD는 ‘Thin-Ply Carbon Diaphragm’의 약자로 말 그대로 아주 얇은 카본 박막을 진동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드레인지는 물론 베이스 우퍼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모두 28mm의 작은 사이즈인 데 반해 우퍼는 180mm 구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역시 TPCD 유닛이다. 소재 측면에서 이 스피커는 매지코 등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베릴륨 그리고 일반 탄소섬유보다 30% 더 가벼운 카본 진동판이 핵심이다. 더불어 미국 및 스웨덴 회사들과 협력, Comsol 음향 모델링 기법을 사용해 만든 DPC 어레이는 이 스피커 설계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8개월간의 피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어낸 DPC 어레이는 현재 특허 출원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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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퍼리슨 S7t는 하단 포트를 막거나 또는 열어놓는 상태에 따라 저음 반사형과 밀폐형으로 각각 셋업, 사용할 수 있다. 공칭 임피던스 4옴, 능률은 92.2dB 스피커지만 각 세팅 방식에 따라 저역 하한이 22Hz 또는 32Hz로 서로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시청은 소스기기로 ROON 누클리어스를 코어로 사용하고 DAC는 홀로오디오 May를 사용해 진행했다. 한편 앰프의 경우 입실론 PST 100MKII 프리앰프와 Aelius II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단정하고 정갈한 음결을 가졌지만 수준 높은 디테일과 순도의 입실론은 S7t를 제어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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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체적인 음조는 평탄하며 보컬과 악기들의 음색이 매우 중립적으로 표현된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마치 현장에 와있는 듯한 입체감과 실체감에 흥분하게 된다. 예를 들어 레이첼 야마가타의 ‘Duet’을 들어보면 레이첼과 레이 라몬테인의 보컬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구간에서도 정확히 이 둘의 목소리가 다른 곳에서 들리면서 굉장히 깊은 심도와 입체감을 형성한다. 한편 음색이 서로 전혀 섞이지 않고 명확히 분리되어 들린다. 배음 특성이 굉장히 정확하고 풍부하며 왜곡이 덜하다는 방증이다. 음상의 정확성은 정전형이나 동축 저리가라 할 정도며 핀 포인트 포커싱을 보여준다. DPC로 일체화된 음색 및 시간축 정합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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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이것뿐만 아니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저역을 극단까지 테스트해보고 싶게 만든다. 예를 들어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를 들어보면 저역이 막힘이 없이 ‘탁 트여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폭포수처럼 내리꽂는 모습이다. 높은 저역에 약간 부푼 모습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선형적인 저역 특성을 보여준다. 다만 너무 조이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빠르게 내려가는 충만한 저역이다. 따라서 별도의 서브우퍼가 없더라도 충분히 깊고 웅장한 저역을 맛볼 수 있다. 2채널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홈 시어터 시스템의 중간 좌석에 앉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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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Next Vivaldi?] 앨범 중 광폭하리만큼 빠른 패시지를 보여주는 ‘Presto’를 듣다가 잠시 전율을 느꼈다. 파트리치아 코판치스카야의 연주는 복잡한 악곡 사이를 기민하게 누빈다. 중, 고역은 한 치 양보도 없이 복잡다단한 아티큘레이션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소화해낸다. 가파른 옥타브 변화도 마치 계단을 오르내리듯 정확하다. 어떤 대역에서도 딜레이되지 않는 모습에서 주파수 특성은 물론 시간축 특성에서도 상당히 정확한 스피커임을 알 수 있다. 단, 청취시 상하 높이에 따른 밸런스 변화는 있는 편이니 정확한 귀 높이 세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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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요시 야마모토 트리오의 ‘I’m fool to want you’에서 깨질 듯한 피아노 타건은 낮은 음량에서도 강/약 대비가 섬세하게 느껴졌다. 한편 빠른 반응 속도와 넓은 사운드 스테이징은 대편성 오케스트라 녹음에서 빛을 발했다. 역시 쾌감 위주의 대편성 재생이 이 스피커의 최대 강점이다. 피에르 불레즈 지휘, 시카고 심포니 연주로 들어본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는 번개같은 타격감과 마치 3D 서라운드 음향을 듣는 듯한 무대로 시청실을 순식간에 점령해버린다.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덕목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는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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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일단 이 스피커를 듣게 되었을 때 가장 첫 인상은 매우 평탄한 토널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흥미로운 것은 평탄한 밸런스를 가졌지만 광활한 다이내믹스와 홀로그래픽 3D 음장 덕분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눈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악기들이 입체적으로 정렬하는 놀라움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감도가 높아 넓은 공간에서도 적당한 출력의 앰프로 충분히 높은 볼륨을 확보할 수 있어 운용 면에서도 강점이 많다. 2채널에서 체험하는 이런 높은 몰입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철저히 측정과 청음 그리고 THX Dominus 인증까지 받은 높은 설계 노하우에 있을 것이다. 퍼리슨 S7t는 훨씬 더 고가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역작으로 이 시대의 하이엔드 사운드를 횡단하고 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7t Specifications

Enclosure Alignment : 4-way bass reflex / acoustic suspension
Driver compliment
DPC Array: 28mm Beryllium / 28mm(2) Textreme TPCD
Woofers: 180mm(4) Textreme TPCD

Sensitivity : 92.2dB / 2.83v / 1.0m
Impedance : 4Ω nominal / 3.2Ω min
Frequency Response (+/-1.5dB) : 80 – 20kHz
Frequency Response (-10dB) : Bass reflex: 22 – 37kHz
Acoustic suspension : 32 – 37kHz
Typical In Room bass extension Bass reflex: 16Hz
Acoustic suspension: 23Hz

Dimensions (HxWxD) : 1295 x 240 x 400mm
Weight 55.7 kg (122.5 lbs.)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100 – 600W RMS
SPL capability (100-20kHz) : 117dB peak <2% – 2nd, 3rd Harmonics
Certification : THX Dominus
Available finishes : Piano black, Gloss white

제조사 : 퍼리슨 오디오
공식 수입원 : 소노리스 (www.sonoris.co.kr)
소비자 가격 : 24,0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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