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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란츠의 미래를 보다

마란츠 Model 40n 네트워크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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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의 추억

진공관 시대를 대표했던 앰프 설계의 규범 매킨토시, 아직도 그 푸른 배플처럼 푸르른 젊음과 패기를 연상시키는 JBL, 브리티시 사운드의 왕조를 세운 탄노이 등등. 이젠 화석처럼 굳어진 과거의 유물 같지만 그들은 타임라인 속에서 살아남아 또 다시 몇 번이고 현재를 산다. 매킨토시는 오토포머 기술과 진공관 앰프 설계 기술로 전 세계 하이파이오디오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최근엔 우드스톡 페스티벌에 사용했던 파워앰프를 현대적으로 계승해내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리이슈의 천재들이다.

JBL은 과거 그들의 디자인을 거의 버리지 않았다. 자살한 제임스 랜싱의 유산으로 시작한 JBL은 여전히 무덤 속 제임스 랜싱의 손아귀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클래식 라인업의 디자인이 그 증거들이다. 탄노이는 파인오디오로 전이된 DNA와 병치되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오리무중이지만 오랜 시간 내려온 전통을 완전히 뒤짚진 못할 듯싶다. 마크 레빈슨은 완전히 현대화되었고 과거의 클래스 A를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당시 블랙/화이트 디자인은 고수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마크 레빈슨답기 때문이며 오디오파일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황금기에 대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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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마란츠다. 1950년대 미국에서 설립되었으며 아날로그 시절 앰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앰프는 물론 진공관 파워앰프 등에서 명기를 여럿 남겼다. 이후 일본의 스탠더드 라디오가 마란츠 재팬으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지분 인수를 거치면서 마란츠는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났다. 오리지널 미국 마란츠는 그들에게 있어 벨에포크 시대에 대한 상징이다. 마란츠 7, 마란츠 9 등 하나 같이 보석 같은 모델들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마란츠는 2022년 현재 어떤 방식으로 황금기를 기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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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포석

마란츠의 신제품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여름 즈음이었다. 대개 어떤 브랜드가 대외적으로 혁신을 표방할 경우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디자인 컨셉을 새롭게 내놓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란츠의 신제품 모델 30과 SACD 30n은 디자인 변신을 통해 브랜드 재편을 알려왔다. 마란츠는 왜 굳이 그 때 이런 모험을 시도한 것일까? 이미 기존 10, 12 같은 모델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점이었다. 필자의 경우도 SA-10을 구입하려고 알아보고 있던 시점 SACD 30n이라는 소스 기기에 더해 모델 30까지 등장하면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마란츠는 다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던 듯하다. 브랜드의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켄 이시와타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젊은 오디오파일이 요구하는 사운드와 기능에 대한 소구를 모른 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사운드 유나이티드에 흡수된 마란츠는 그들의 역사를 재확인시키며 브랜드의 운명을 미래로 열어가는 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델 30과 SACD 30n은 이후 모델 40n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신제품 러쉬는 단순히 황금기에 대한 추억인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포석인가? 마란츠는 모델 40n을 통해 그에 대해 대답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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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 스트리밍 앰프

박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모델 40n은 기존에 발표했던 모델 30의 모습과 진배없는 패밀리 룩을 발산하고 있었다. 전면의 넓은 플레이트를 제법 두텁게 돌출되어 있고 좌/우로는 은은하게 비치는 패널 빛깔이 사진보다 더 운치가 있다. 과거 제프 롤랜드의 코히어런스 II 프리앰프가 잠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게다가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전면 패널 좌/우로 LED 불빛이 은은하게 비친다.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마란츠 SA11-S3 SACDP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예상보다 음악 감상시 분위기가 있다.

중앙엔 과거 마란츠 1960년에 발표한 역사적인 명기 모델 9 파워앰프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작지만 글자는 간결하면서 명료하다. 그 아래로는 총 여섯 개의 컨트롤 노브를 일렬로 배치했다. 좌측부터 입력 선택, 다이렉트 소스, 트레블, 베이스, 밸런스, 볼륨 조정 노브들이다. 이 버튼들만으로도 모델 40n이 지향하는 마란츠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알 수 있다. 좌/우 음량 조절이 가능하며 고역과 저역 쪽의 음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어 사용자의 공간, 취향에 맞추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EQ로 인한 음질적 손해를 감수하기 싫다면 ‘다이렉트 소스’ 노브를 ‘On’으로 돌려 EQ를 우회할 수도 있게 배려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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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무척 다양한 입/출력단과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다양한 기기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인티앰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아날로그 입력은 CD, LINE 등 두 조가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프리 OUT’ 출력을 사용하면 별도의 파워앰프와 연결해 사용 가능하고 ‘파워 앰프 IN’ 입력단을 별도의 프리앰프 또는 볼륨 조정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DAC와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일종의 바이패스 입력이므로 홈 시어터 시스템에서 AV 리시버와 연동해 활용 가능하기도 하다. 입력단 중엔 포노단도 있다. MM 카트리지만 대응하지만 요즘 영미권 인티앰프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포노앰프 빌트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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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디지털 입력단이다. 동축, 옵티컬 광 입력은 물론 HDMI 입력단도 마련되어 있어 외부 디지털 기기와 연동, 활용 가능하다. 특히 HDMI ARC 입력은 TV와 연동 가능하게 해준다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 TV 중 HDMI ARC 출력단이 마련되어 있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 TV 사운드를 모델 40n과 연동해 메인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사용해보면 상당히 편리한 기능이다. 이 외에 이더넷 네트워크 입력단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로써 이 앰프, 모델 40n의 정체성은 더욱 더 뚜렷해진다. 다름 아닌 일종의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라고 할 수 있는 기종인 것이다. 더불어 와이파이/블루투스 안테나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무선 연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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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모델 40n은 기본적으로 인티앰프다. 따라서 앰프 성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8옴 기준 채널달 70와트, 4옴 기준으로는 100와트 출력이며 댐핑 팩터는 100으로 발표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임피던스 부하에 따른 출력은 선형적이진 않은 모습. THD는 가청 주파수 이내에서 0.02%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아마도 모델 30과 기능적인 차이점 외에 앰프 성능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기본적으로 이 둘은 전혀 별개의 증폭부로 설계되어 있다. 모델 30인 클래스 D 방식의 하이펙스 Ncore를 사용했다면 모델 40n은 마란츠 고유의 클래스 AB 증폭단으로 설계했다. 내부를 보면 소스 입력부 및 전원부와 마란츠 고유의 디스크리트 HDAM 모듈 등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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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그렇다면 이 앰프는 어떤 플랫폼 위에서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로 작동할까? 바로 HEOS라는 마란츠의 독자적인 플랫폼이다. HEOS 앱을 스마트 기기에서 다운 받아 실행하면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 스포티파이, 타이달, 아마존 뮤직 등이 여기 해당된다. 더불어 애플 에어 플레이와 연동되므로 PC에서 애플뮤직을 실행하면 데스크탑에서 편리하게 음원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 만일 NAS에 저장된 음원을 재생하고 싶다거나 USB 플래시 메모리에 담긴 음원을 듣고 싶다고 해도 문제 없다. HEOS 리모트 앱에서 손쉽게 접근해 재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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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40n은 다양한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데 개인적으로 ROON을 사용하기에 ROON으로 재생해보았다. 하지만 RAAT 프로토콜을 지원하지 않아 에어플레이로 잡아 재생할 수 밖에 없었다. 토토의 ‘Fahrenheit’ 중 ‘Lea’를 들어보면 기존에 출시되었던 형뻘 모델 30과 사운드 질감이 많이 다르다. 당연히 클래스 D와 마란츠 고유의 HDAM을 투입한 전통적 클래스 AB 증폭의 차이로서 모델 40n이 본래 마란츠 사운드에 가깝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음상이 안정적이며 들뜨지 않은 편안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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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하고 명료하지만 지나치게 기음을 강조한 컨트라스트 강한 사운드는 아니다. 대신 좀 더 말랑말랑한 촉감이 돋보인다. 정자세로 긴장하며 듣기보단 소파에 편안히 몸을 기대게 만든다. 최근 장마에 자주 듣던 야콥 영의 ‘I lost my heart to you’를 들어보면 예쁜 피아노 타건으로 시작해 색소폰 소리가 달콤하고 연하게 청감을 적신다. 푸르스름한 커버 아트의 어두운 공포의 번개치는 하늘이 아닌 구름이 둥실 떠가는 가을 하늘의 여유가 느껴진다. 적당히 밝고 안락한 사운드로 예전의 그 마란츠 사운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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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힘과 스피드로 스피커를 찍어누르는 앰프를 찾는다면 이 앰프는 그런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필자가 운용 중인 락포트 Atria와 케프 LS50 Meta 중 적어도 후자의 경우엔 제어에 문제가 없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페이건의 ‘Morph the cat’을 들어보면 적당한 텐션과 여유있는 어택, 디케이, 서스테인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가벼운 풋웍과 리듬감 좋은 앙증맞은 저역이 흥을 더하며 자연스럽게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참고로 트레블, 베이스를 사용해도 좋지만 가능하면 다이렉트 소스 버튼을 ‘On’을 세팅하고 들을 때 순도 면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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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모델 40n은 들뜨거나 수선을 떨지 않으며 귓가에 소곤소곤 음악을 들려준다. 다이내믹스 컨트라스트는 아주 크진 않고 교향곡도 끝까지 피로하지 않게 완주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사이먼 래틀 지휘, 버밍엄 심포 오케스트라 연주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어보면 피아니시모부터 포르티시모까지 균질한 다이내믹스를 통해 통일감 있는 운행을 봉니다. 무대 또한 너무 드세게 튀어나기보단 뒤로 물러나 잔잔하고 편안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펼쳐보인다. 순간적인 오디오적 쾌감보단 장시간 피로감 없이 음악을 즐기게 만드는 사운드로서 중소형 북셀프,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등 감도가 약간 높은 스피커들과 잘 어울리는 타입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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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용 팁

  • 모델 40n의 네트워크 연결의 경우 무선보단 유선일 때 안정성,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귀찮더라고 가능하면 이더넷 랜 케이블을 꼽고 사용하길 권장한다.
  • 스포티파이, 타이달 등 온라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필히 HEOS 앱에서 계정을 생성해야한다. 참고로 국적을 한국 외에 다른 국가(e.g. 미국)로 선택해야 진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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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모델 40n은 단순 인티앰프가 아닌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내장된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로서 그 가치가 높다. 따라서 인티앰프 기능만 사용하고 싶다면 기존의 모델 30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이고 디지털 입력단은 물론 TV와 연동 기능 등을 하나의 앰프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기능상 강점은 무시하기 힘든 매력이다. 참고로 모델 40n의 내부엔 마란츠 자체 DAC 대신 ESS의 ES9016 DAC 칩셋을 투입해 최대 PCM 24/192 및 DSD5.6Mhz 파일까지 재생 가능하므로 디지털 음원 대응력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HEOS 스트리밍 플랫폼 외에 벅스, 멜론 등을 사용한다면 DLNA를 통해 접속도 가능하며 이 외에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등 활용할 인터페이스는 차고 넘친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의 세계는 이제 파일 재생을 넘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을 통해 앰프 안으로 스며들어와 앰프의 정체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셋톱박스, 게임 콘솔, 시디 플레이어는 물론 TV 등 영상 디바이스와 연동을 통해 더욱 더 편리한 음악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여전히 SACDP를 생산하며 고전적인 증폭의 앰프를 고집하던 마란츠가 표방한 미래는 모델 40n에서 충분히 내비치고 있는 모습으로 그 핵심은 ‘전통과 혁신’의 양립이다.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의 막강한 경쟁자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Type: integrated amplifier
Power: 2 x 70 W into 8 ohms, 2 x 100 W into 4 ohms
Technology: HDAM-SA3, class A/B
Connections: 3 x unbalanced analog (1 x out), sub out, HDMI ARC, optical/coaxial
Turntable input: MM pickup
Headphone output: Yes
DAC: 192 kHz / 24 bit, DSD 5.6 MHz
Networking: Bluetooth 5.0, Wi-Fi, Ethernet
Streaming: Spotify, AirPlay 2, Apple Music, Tidal, TuneIn
Other: remote control, HEOS app, bass and treble controls
Dimensions and weight: 44.3 x 43.1 x 13 cm / 14.8 kg

공식 수입원 : 사운드유나이티드 (https://www.marantz.co.kr)

소비자 가격 : 3,3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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