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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만난 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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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오디오 스토어

1980년대 세운상가 그리고 1990년대 용산 전자상가, 이후 서초 국제 전자센터 및 테크노마트에 이르기까지 오디오는 집단 상가 위주로 성황을 누렸다. 아마도 컴퓨터 등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생긴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시책도 일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음향 기기들도 덩달아 그 수요의 한 틈바구니를 메꾸고 키워나갔다. 하지만 유통 구조의 변화와 온라인 쇼핑몰의 활개, 집단 상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등 물리적, 정서적 요인들이 앞뒤 없이 뒤섞이며 침체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하이파이 오디오 상가들은 점점 분리, 독립되면서 집단 상가를 떠나 독립적인 위치에 오픈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급 오디오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 일대가 그 중심으로 떠올랐다. 서초동, 방배동, 청담동, 신사, 압구정 등. 하지만 사실 어떤 지역적 구심점을 두지 않고 집단이 아닌 각 업체들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활로를 모색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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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변화라면 백화점이다. 백화점은 말 그대로 의류, 식품, 화장품 등 대단히 많은 제품을 취급하면서 발전해왔다. 일부 지역은 고급 명품들이 주류를 이루면 일반적인 마트의 역할을 겸하기도 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보편적으로 백화점은 입점 조건이 까다롭고 그만큼 양질의 제품들이 모인다. 가전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음향 가전제품들은 웬만한 고급 브랜드 아니면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 하지만 명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언제부턴가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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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의 이런 동향은 서서히 가장용 하이파이 오디오가 명품과 비슷한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경향을 방증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온갖 명품 브랜드 사이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그와 동일한 선상에서 비춰지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뱅앤올룹슨이나 드비알레 등이 심심찮게 눈에 띄며 골드문트, MBL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상황. 하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하이엔드 브랜드보단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보유한 하이파이 오디오는 왜 쉽게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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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드디어 입성

최근 이런 물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영국의 바워스앤윌킨스(B&W)가 롯데 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입점했다. 취재차 가본 롯데 백화점은 오랜만이었는데 몇 년 전에 비해서도 훨씬 더 쾌적하고 고급스러워진 분위기였다. 궁금한 마음에 B&W가 입점해있는 8층으로 곧장 엘리베이터로 이동. 두리번거리면서 음향기기 코너를 찾았다. 옆에 드비알레, 보스 등의 매장들이 있었지만 B&W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커다란 쇼윈도와 그 내부에 마련된 전용 청음 공간 등 주변 매장들과 꽤 차별된 모습의 스토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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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좌측으로는 B&W의 헤드폰 Px7S2 헤드폰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PI5, PI7 등의 이어폰도 보였다. 그 외에 제플린 2021 같은 라이프스타일 올인원 스피커도 눈에 띈다. 디자인이나 촉감도 좋지만 반세기가 훌쩍 넘은 B&W의 음향 중심 설계가 돋보이는 제품들이다. 뒤 쪽으로 설치된 TV 모니터로는 B&W 관련 영상, 인터뷰 자료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좌/우로 액티브 스트리밍 스피커 포메이션이 셋업되어 있었다. 최근 스트리밍 스피커의 고급화와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는 스피커 중 하나다. 더불어 매킨토시 제품도 눈에 띄었는데 RS250이라는 무선 일체형 오디오가 특유의 푸른 레벨 미터를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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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가 메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들의 여러 제품군을 구석구석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인기가 높은 700 시리즈의 최신 S3 버전도 다양하게 세팅되어 있었는데 705 S3, 703 S3 등 북셀프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데논, 매킨토시와 매칭해 놓은 모습이다. 백화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하이파이 제품군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이 정도 디스플레이와 제품군이라면 다른 백화점 내 스토어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다. B&W 스토어의 가장 큰 강점은 옆에 마련된 전용 시청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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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입니다’라는 글자가 선명한 앱 화면 옆으로 난 새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이파이 오디오 전문 매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플래그십 제품들이 눈에 확 들어찬다. 일단 스피커는 B&W의 간판급 레퍼런스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는 800 다이아몬드 D4 시리즈 중 802D4가 셋업 되어 있다. 마치 왕좌에 앉은 듯한 디자인의 위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여기에 매칭한 앰프는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 클라세의 최상위 분리형 앰프. 델타 프리와 델타 모노 그리고 델타 스테레오 파워앰프 등이다. 더불어 매킨토시 MA12000 인티앰프도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편 소스 기기로 국내를 대표하는 오디오 브랜드 하이파이로즈의 RS150이 보였다. 이 외에도 소파 뒷 편엔 804D4 및 마란츠 모델 30, 모델 30n이 세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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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만나는 하이파이와 라이프스타일

하이파이오디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집단 상가에서 벗어나 독립된 별도의 안락한 청음 공간을 갖춘 전문 스토어들이 이제 비교적 젊은 층의 마니아와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또 한 편으로는 백화점 등 우리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매장들 사이에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제품과 헤드폰, 이어폰 그리고 본격 하이파이 오디오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엔 명품 마케팅의 일환으로 초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백화점에서 볼 수 있었지만 대중들의 소구와는 거리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명품이란 무엇일까? 단지 가격으로만 판단하기엔 부족하다. 반세기 이상 오직 충실한 음향 재생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궈온 진정한 명품 브랜드 B&W가 우리 삶 주변으로 더욱 더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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