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 ,

마란츠 스트리밍 앰프의 현주소

마란츠 모델 40n & PM7000N

Marantz MODEL40n thumb

네트워크앰프, 스트리밍 앰프?

바야흐로 인공지능 스피커가 우리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스피커 하나에 앰프와 소스기기 모든 것이 들어가고 반응형 음성 비서 알고리즘이 내장되었다. 사실 이건 최근 테크놀로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119 신고를 해주는 시대다. 지문인식, 안면 인식 등 내가 어렸을 때 그저 상상만으로 미래를 그렸던 기능들 중 상당수가 현재 상용화된 제품 안으로 들어와있다.

오디오 분야에서도 꽤 여러 선진 기술이 도입되어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음악과 가깝게 만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디락이라는 회사는 ‘디락 라이브’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향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룸 어쿠스틱 특성을 보정해준다. 이른바 룸 튜닝이라는 귀찮고 비싸면 많은 노동력과 지식,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일로부터 사용자를 해방시켜주고 있다. 이젠 가정을 넘어 자동차, 아웃도어 분야까지 음향 보정 소프트웨어가 그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marantz model40n view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술과 어플리케이션이 도입되어 사용자 편의성을 급진적으로 개선시켜나가고 있다. 메리디안, 린, 네임 등 영국 메이커들이 선도적으로 선보인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음악 감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의 뼈저린 반성 및 노력의 결과다. 기본적으로 음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시대에 온라인 스트리밍 음원의 품질이 점점 높아졌고 고음질을 즐기려는 오디오 애호가도 자연스럽게 이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하는 소구가 있었다.

결국 린, 네임오디오 같은 곳을 필두로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속속 시장에 진출했다. 메리디안은 Sooloos를 만들었고 그 팀원들은 현재 ROONLABS의 원류가 되었다. 이 외에 DLNA/UPnP, 에어플레이, 블루투스에 대응하며 멀티 룸 스트리밍까지 지원하는 본격 하이파이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간과하고 있었던 브랜드가 있다. 오디오 입문자에게 가장 대중적 대안이 되어준 마란츠, 데논 같은 브랜드다.

Marantz Heos

HEOS 스트리밍 플랫폼

린, 네임, 블루사운드, 루민 등 내로라하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전문 메이커들 사이에서 마란츠, 데논을 제외하면 섭섭하다. 이들도 이미 HEOS라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랫폼을 갖추고 자사 제품에 도입해놓은 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2채널 하이파이오디오 뿐만 아니라 홈시이터 AV 리시버 등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마란츠과 데논의 지위나 지분은 전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크다. 게다가 온쿄와 파이오니아가 유명무실해진 현재 본격 홈 시어터 시스템을 셋업하려면 야마하 외엔 데논, 마란츠 외엔 거의 답을 찾기 힘든 실정.

하이파이 오디오 및 홈시이터 AV 리시버 라인업을 모두 갖춘 이들에게 스트리밍 기능은 어쩌면 가장 간절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은 HEOS를 통해 SACDP 또는 인티앰프에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SACDP 30n에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내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마란츠도 더 이상 SACD 플레이어만으로는 경쟁 브랜드 대비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Marantz Model40 1

모델 40n 그리고 PM7000N

특히 전통적인 형태의 인티앰프만 고집하던 마란츠에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가 내장되기 시작한 것은 마란츠 변신의 신호탄 중 핵심적이다. 현재까진 총 두 개 모델, 그러니까 모델 40n과 PM7000N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 모델을 더 확장해나가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미 스트리밍 앰프는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하며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군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model40n Black klein

그렇다면 마란츠의 두 개 스트리밍 앰프의 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선 모델 40n은 현재까지 마란츠가 내놓은 스트리밍 앰프 중 최상위 모델로서 미들급 전통 하이파이앰프 설계에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장한 모습이다. 우선 앰프 부문은 기존 모델 30과 달리 다시 클래스 AB 증폭 방식으로 돌아왔으며 전압 증폭단에 마란츠의 독보적 HDAM 회로를 탑재했다.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70와트, 4옴으로 절반 낮아질 경우 100와트를 보여준다.

최근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들이 클래스 D 증폭을 채용함으로써 별도의 DAC 칩셋 없이 바로 PWM 증폭을 하는 것과 달리 모델 40n은 클래스 AB증폭으로서 내부엔 DAC를 내장하고 있다. 내장 DAC 칩셋은 ES 9016으로 PCM 24/192, DSD는 5.6Mhz까지 지원한다. 포맷은 가정에서 대응하지 못할 것이 없다. 더불어 동축, 광 입력을 갖추고 있으며 HDMI ARC입력단을 추가해 TV 음향을 모델 40n과 연결된 하이파이 스피커로 박진감 넘치게 즐길 수도 있다. 이 외에 라인 입력, 프리 아웃 등을 지원하고 MM 포노단을 내장한 모습이다.

mz pm7000n b ot Product gallery 4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이므로 당연히 HEOS 스트리밍 플랫폼을 지원한다. 이더넷 입력단을 지원하지만 별도의 와이-파이 무선 안테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지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타이달, 스포티파이, 아마존 뮤직 등으로 다양하며 아쉽게도 코부즈는 빠져있다. 이 외에 판도라, 튜인라디오 등 인터넷 라디오도 즐길 수 있다. 여차하며 USB 메모리에 음원을 저장해 바로 재생도 가능하므로 편리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블루투스 그리고 애플 에어플레이는 기본 대응하고 있다.

PM7000N은 모델 40n의 하위 모델로 앰프 설계 부문은 조금 다른다. 풀 디스크리트 커런트 피드백 설계를 보이며 네거티브 피드백을 최소화한 모습이다. 앰프 출력의 경우 8옴 기준 채널당 60와트로 역시 모델 40n에 비해 낮은 모습이다. 참고로 임피던스가 4옴으로 절반 낮아질 경우 80와트 출력을 내준다. 하지만 이 모델 또한 광, 동축 및 라인 입력을 지원하며 내부에 DAC를 내장하고 있다. 이 모델에 사용한 칩셋은 AKM4490. 지원 스펙은 PCM 24/192, DSD는 5.6Mhz로 모델 40n과 동일하지만 이로 인한 음질적 차이가 필히 발생한다. 이 외에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모두 대응하며 네트워크 스트리밍 물론 지원한다.

MarantzHeos roundel4 horz

청음

청음은 다양한 세팅으로 이뤄졌다. 케프 LS50 Meta를 중점적으로 활용했는데 마란츠의 제품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가격대에서 연상할 수 있는 사운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들어본 마란츠 신제품 중에서 모델 30 같은 경우 클래스 D 증폭으로 선회하면서 골격이 더 명확해지고 온기를 조금 빼는 대신 스피드, 정위감을 향상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다시, 이번 모델들에선 마란츠의 전통적인 사운드로 돌아온 느낌이다.

agnes

우선 아그네스 오벨의 ‘Philharmonics’ 앨범 중 ‘Riverside’를 들어보면 둘 모두 전체적인 음조는 크게 한 쪽으로 치우치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모델 40n은 비교적 중, 저역 쪽으로 무게 중심이 내려와 좀 더 편안하고 묵직한 인상을 준다. 반대로 PM7000N의 경우엔 살짝 중고역 쪽으로 들뜬 사운드를 보여준다. 이런 면 때문에 보컬, 피아노 등 솔로 악기 편성에서 확실히 무게 중심에 따른 무게감, 펀치력 등도 그 양상이 비교되어서 들린다. 모델 40n이 더 힘있고 다이내믹하며 PM7000N은 발랄하게 들린다.

ariana

팝 음악에서도 이러한 양상을 균질하게 계속해서 드러나 두 제품을 비교하는 것에 꽤 재미를 붙였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My everything’ 같은 경우를 예를 들면 PM7000N은 좀 더 상쾌한 고역에 밀도감이나 입자감은 모델 40n보다 낮은 편이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중고역대가 화사한 톤으로 재생된다. 마란츠 제품들이 전통적으로 특정 장르에 커다란 강점을 가지지도 않지만 반대로 크게 장르를 가리지도 않는 이유가 증명된다.

전반적으로 이 두 모델의 차이는 출력 및 증폭 관련 설계에서 오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복병은 다른 곳에 있다. 다름 아닌 DAC 회로의 차이며 결정적으로 칩셋의 차이다. 모델 40n의 경우 ESS 테크놀로지의 ES9016을 사용했고 PM7000N의 경우엔 AKM의 AK4490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칩셋이 완전히 지배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꽤 많은 지분을 차지고 있는 모습이다.

weeknd

아마도 이 가격대에서 가장 주목을 하는 부분은 다이내믹스, 펀치력 그리고 무엇보다 전반적인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일 것이다. 이 기준에서도 모델 40n은 더 높은 밀도와 저역 제어력을 보여준다. 반대로 PM7000N의 경우엔 약간 밀도감이 빠지면서 시원시원한 중고역을 표현해낸다. 가격대가 다르니 당연히 퍼포먼스 차이는 나지만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들어보면 일반 팝 음악을 가볍게 주로 90dB 근방의 스피커 사용자라면 PM7000N의 가격 대비 성능은 꽤 높다.

pm7000n

총평

스트리밍 생태계는 여러 메이커들의 파트너쉽 체결을 통한 이합집산과 이종교배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모해나가고 있다. 이 생태계에서 포식자 계열에 합류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브랜드도 있고 이미 정상의 위치에서 승승장구하는 브랜드도 있다. 입문기부터 중가 제품들에 이르기까지 오디오 입문자들의 가이드가 되어 주었던 마란츠도 스트리밍 앰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스트리밍 경쟁에 올라탄 느낌이다. 이제 처음 두 개 모델이지만 디락 라이브 등의 공간 보정 소프트웨어까지 등에 엎고 HEOS를 더욱 진보시킨다면 꽤 강력한 경쟁자로 자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 40n과 PM7000N이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sourcepoint 10 thumb

앤드류 존스의 첫 번째 Mo-Fi 스피커

isoacoustics 9

아이소어쿠스틱스 내한 쇼케이스